진실공방 전부터 LG화학 의존도 낮춘 현대차… 두 회사의 조인트벤처 설립도 난망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6월22일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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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태가 지난 20년간 공고했던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의 동맹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재 이유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현대차는 배터리 납품사인 LG화학의 배터리셀 불량을 지목했지만, LG화학이 이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전기차가 본격 개화하는 시기에서 나타난 두 회사의 ‘책임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냐, 전기차 설계 결함이냐에 따라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두 회사의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과거 완성차와 부품사의 분쟁에서처럼 두 회사의 ‘절연’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제네시스 리콜에 한국타이어 끊었던 현대차현대차와 LG화학의 관계는 국내 대기업 그룹 간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끈끈했다. 두 회사는 2002년 하이브리드차를 만들 당시부터 2차전지를 공동 개발했다. 첫 전기차인 i10 개발도 함께했고 첫 볼륨 전기차인 아이오닉은 물론, 최근까지 출시한 현대차 대부분의 차량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2010년 배터리팩 제조를 위한 조인트벤처 ‘HL그린파워’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그룹간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그러나 업계에선 이 같은 양사의 협력관계가 코나 일렉트릭 화재사태로 인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서 차량 결함이 발생했을 때 나타난 완성차와 납품사의 관계가 악화했던 사례들이 전망의 근거다.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와 미국 타이어 업체 파이어스톤이다. 1994년부터 발생한 포드 익스플로러의 결함을 놓고 제조사 포드와 타이어 납품사인 파이어스톤이 장기간의 책임 공방을 벌였고, 결국 2001년 두 회사는 90년이 넘도록 이어왔던 협력관계를 청산한 바 있다.한국에서 현대차와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이와 비슷한 맥락의 사건을 겪었다. 현대차는 당시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한 신형 제네시스(BH)를 출시했는데, 이 차에 장착된 타이어에서 편마모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 4만3000대 규모의 리콜이 실시됐다. 당시에도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사이에 지금 현대차·LG화학과 유사한 공방이 있었는데, 리콜 이후 현대차는 제네시스 모델 출고 차량에 수입산 타이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 후 EQ900에도 전량 수입산 타이어를 적용하는 등 현대차는 고급차 라인업에서 한국타이어를 배제했다.이에 대한 현대차 측의 공식입장은 ‘사실 무근’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브랜드 차에는 한국타이어가 왕왕 장착된다. “국가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타이어 선택 전략”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제네시스의 한국타이어 배제가 2015년의 리콜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배제가 회사 경영진 차원의 결정이 아니더라도 부품 불량 책임에 대해 직접적인 갈등이 있었던 연구원들이 신차에서 협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이런 맥락에서 코나 일렉트릭 화재사태의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경우 LG화학도 한국타이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배터리 수요와 공급량 등을 토대로 현재 완성차와 배터리 납품업체간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대차가 배터리 물량 배정을 줄일 경우 LG화학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렇다고 LG화학이 현대차와의 관계를 우려해 자사의 배터리 셀 문제를 곧이곧대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셀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현대차 이외의 글로벌 주요 협력사들에게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일각에선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태가 수면에 오르기 이전부터 LG화학의 현대차 납품이 줄기 시작한 것에 집중한다. 2018년부터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가 보고되자 LG화학의 의존도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실제 현대차는 내년 출시되는 제네시스 G80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현대차는 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차를 속속 내놓는데, 이 프로젝트의 1차분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이 선정됐다. LG화학은 2차분 공급사로 선정되긴 했지만 기존 현대차의 물량을 독점하던 구도는 이미 깨진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 물적분할도 양사 협력 약화 영향코나 일렉트릭 화재와는 별개로 LG화학의 물적분할 선택이 현대차와 LG화학의 협업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이 물적분할을 선택하면서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되는 배터리 분할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공정거래법에 의해 국내에서 조인트 벤처 등을 설립하는 데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LG화학은 최근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와 조인트벤처(JV) 형태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 중국 지리자동차,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공급을 위한 JV를 설립했고, 현재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협업이 추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실제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두 회사가 충청남도 당진에 JV 설립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지속 흘러나왔다. 두 회사는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국내 JV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 상황이었다.하지만 현재로선 두 회사의 JV는 사실상 막힌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JV의 유력한 설립지로 평가받았던 당진시에서도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진시 기업협력팀 관계자는 “당진시에 두 회사가 JV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려고 노력했지만 진전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물적분할이 되면 국내 JV 등에 대해 일부 제약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해외에서는 제약이 없다”며 “전지 사업 매출 대부분은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이 발생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