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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완성차 3사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수입차에 밀린 점유율… 생산량 반토막, 전기차 생산 전무 

 

본사 글로벌 전략 속 ‘일감 보장’ 미지수… 노사갈등 악순환으로 이어져

▎2018년 한국GM의 철수 이후 폐쇄된 옛 한국GM 군산공장이 텅 비어있는 모습. 자동차 부품기업 ‘명신’이 지난해 이 부지를 인수해 전기차 생산을 도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00년대 초, 매물로 나온 대우자동차·삼성자동차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자동차업계에서 나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생산을 위한 인프라도 완비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이겨낸 한국의 자동차 시장도 성장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두 회사를 각각 품은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는 이를 한국시장 공략과 동시에 수출기지로 활용했다.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돼 법정관리까지 갔던 쌍용차도 2011년 인도 마힌드라의 자본을 유치하며 기사회생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3사가 해외 자본을 유치하며 20년간 이어져 온 완성차 5사 체제는 최근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물론 생산 물량마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2020년을 관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현대·기아차나 수입차 브랜드보다 3사에 더 가혹했다. 게다가 어두운 미래는 절망스럽기만 하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 가운데, 본사의 생존 전략에 이들은 고려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수입차에 밀린 내수, 생산은 10년 새 절반으로


숫자로 보는 외국계 3사의 성적표는 암울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3사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현대·기아차와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는 수입차 사이에 끼어 존재감을 잃고 있다. 국내 등록된 승용차 기준 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내수 판매량 기준 22.98%에 달했던 3사의 점유율은 올해 1~11월 15.6%까지 떨어졌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올해 1~11월 기준 국내 시장 판매량이 수입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된 브랜드(쉐보레 제외)는 올해 국내시장에서 1~11월 승용차 23만2040대를 팔아 전체의 15.5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3사는 승용차 기준 23만2797대를 팔아 15.6%의 점유율을 보였다. 불과 757대 차이다. 한국GM이 지난해 KAIDA에 가입하고 수입·판매하는 차량이 수입차로 집계되는 것을 감안하면 판매량은 이미 역전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내수시장에서 승용차 기준 7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려는 현대·기아차와 공격적으로 세를 넓히는 수입차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국내시장에서 3사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또 있다. 3사 모두 올해 1~11월 판매량이 현대차의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이다. 2015년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올해 GV80을 시작으로 G80새 모델 도입, G70 부분변경 모델 도입 등으로 판매량을 급격히 늘렸다. 그 결과 올해 1~11월 국내에서 9만6084대 팔아 12월까지 누적판매 10만대 돌파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반해 3사는 한국GM이 6만7486대, 르노삼성 8만5871대, 쌍용차 7만944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최근 GV70까지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신차 시장의 제품믹스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비단 올해만 나타날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3사의 더 큰 문제는 ‘일감’인 생산량이다. 3사의 승용차 생산은 2011년 115만2924대에 달했는데, 올해 1~11월엔 50만9437대로 급감했다. 12월 생산량을 감안하더라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해(70만217대)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코로나19의 타격으로 글로벌 시장의 완성차 수요가 급감했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당장 내년에 글로벌 수요가 회복해 생산량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하락추세는 면키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3사의 경영진들에겐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보통 본사의 물량 배정은 해당 공장의 ‘생산성’을 통해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의 다른 공장과 경쟁해 더 높은 생산성을 갖추면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은 원칙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자동차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동안 각국 정부는 수년간 자국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워왔다. 한민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다국적기업은 수익성 악화와 본사의 경영전략 변화에 따라 공장폐쇄를 결정한다”며 “앞선 글로벌 사례를 보면 정부의 협상력에 따른 격차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사간 협상과정에서 회사도 올해만 버티면 내년·내후년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만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심화되는 3사의 노사갈등은 글로벌기업 본사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핵심부품 등 전기차 산업 생태계’가 살 길


이 가운데 급격하게 변화하는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외국계 3사의 부담을 키운다. 한국GM의 생산량 급감은 지난 2013년 쉐보레가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는 것과 함께 이뤄졌는데, 이는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외국계 3사 중 지금까지 순수 전기차(BEV)를 생산한 것은 르노삼성의 SM3 Z.E.가 유일한데, 이 마저도 최근 단종됐다. 한국GM은 현재 전기차 볼트를 미국에서 전량 수입해 판매하고, 르노삼성도 조에를 프랑스에서 수입 판매한다. 글로벌 완성차 입장에선 한국 시장에 전기차 관련 투자를 단행할 이유가 크지 않다. 전기차 시장 자체가 중국이나 유럽, 미국 등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미래 전기차의 밸류체인을 선점해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외국계 3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과 미국, 중국이 전기동력·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전기차 관련 핵심부품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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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5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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