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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누적, 벼랑 끝 쌍용차] 600억원 대출 원리금 갚을 돈도 없다 

 

재무 악화에 신차 부재 악순환… 새 투자자 찾기도 난항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조립라인. /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생사의 기로에 다시 섰다. 판매 부진이 적자로, 적자는 다시 신차 부재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악순환하며 돈이 메말랐다. 쌍용차는 향후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2241억원)의 4분의 1 수준 현금(583억원)만을 지녔다. 급기야 2011년 쌍용차 인수 후 4~5년 내 9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던 인도 마힌드라는 발을 빼고 나섰다. 인도 내수시장 침체로 쌍용차를 안을 여력이 사라진 것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판매 실적과 재무 상태를 고려할 때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사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쌍용차는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쌍용차는 12월 14일 기준으로 JP모건에 원금 약 200억원과 이자 2000만원, BNP파리바에 원금 약 100억원과 이자 1000만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원금 약 300억원과 이자 3000만원을 상환해야 했지만, 이를 갚지 못했다고 12월 15일 공시했다. 쌍용차 측은 “경영 상황 악화로 대출 원리금 상환 자금이 부족했다”면서 “올해 일부 금액을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만기 연장을 추진했으나 (외국계 은행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출 원리금 약 600억원은 쌍용차 전체 자기자본 7492억원의 8.02%에 해당한다.

갚을 돈 밀렸는데, 재무 상황 악화일로


그러나 쌍용차 최종 부도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외국계 은행 3곳의 대출(1000억원)에 ‘미상환금액 발생 시 대주주 마힌드라가 책임진다’는 약정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힌드라는 15일(현지시간) 인도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자료를 통해 “연체된 대출금은 마힌드라와 3곳 은행이 약정한 1000억원 규모 대출의 일부로, 쌍용차에 제공한 대출을 보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총 1000억원 규모 차입금 상환 부담을 일단은 덜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쌍용차는 오는 12월 21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900억원을 갚아야한다. “유동성 경색으로 실질적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현금이 0원에 가깝다”(예병태 쌍용차 사장)고 토로했던 쌍용차가 운영자금(200억원)과 시설자금(700억원) 명목으로 빌렸던 돈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산업은행과 차입금 만기 연장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만기 연장 외에 쌍용차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우려했다.

쌍용차는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12월 15일 연체한 약 600억원 대출 원리금과 12월 21일 만기인 산업은행 차입금 900억원을 제하고도 1년 내 갚아야 할 돈이 7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쌍용차는 물류센터·정비센터 부지 매각 대금으로 2000억원을 확보했지만 2분기 1171억원 적자(연결 기준), 3분기 931억원 적자를 내며 매각 대금을 소진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매달 300억원가량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차입금 상환은커녕 버틸 여력도 없다”고 했다.

고비용 구조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976년 쌍용자동차 전신인 동아자동차 시절 준공한 평택공장의 설비 노후화에 더해 대우그룹과 상하이자동차 등으로 인수·매각 부침을 겪으며 자체 기술 개발마저 지연됐다. 설비 노후화와 연구개발(R&D) 비용의 꾸준한 발생으로 지난 3분기 쌍용차는 매출 7057억원 중 매출원가로 6916억원(98%)을 썼다. 공장에서 98만원에 나온 차를 100만원에 파는 셈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약 81%로 집계됐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지난 3분기까지 이어진 적자행진에 누적 적자가 7200억원을 넘었다.

판매 부진→적자→신차 부재 ‘악순환’


돈은 더 말라가고 있다. 98만원에 만들어 2만원 남기고 파는 차라도 잘 팔리면 되지만, 그조차 어려워졌다. 15분기 동안 내리 이어진 적자 행진으로 쌍용차는 차량 경쟁력에서도 힘을 잃었다. 돈이 없어 차량 판매 신장을 이끌어 낼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탓이다. 실제 쌍용차는 2016년 마힌드라와 합작으로 만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덕에 반짝 ‘흑자’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신차 부재 내리막을 걷고 있다. 티볼리가 있는 소형 SUV 시장으로 경쟁 차종이 잇달아 밀려들었고, 쌍용차는 티볼리 부분변경만 반복하고 있다.

주력 모델 대형 SUV ‘G4 렉스턴’도 흔들리고 있다. 쌍용차는 차체가 탄탄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대형 SUV로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경쟁사들이 가성비 높은 신차를 잇달아 출시했다. 특히 쌍용차는 올해 들어 아예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11월까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7만9439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9만7215대)과 비교해 18.3% 판매량이 줄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올해 신규 에디션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거나 단종했던 티볼리 에어를 재출시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을 통한 적자 탈출 노력도 막혔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총 1만7386대(반조립제품 포함)를 수출한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097대와 비교해 30% 넘게 해외 판매량이 줄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이란 등으로의 수출길이 막혔고, 무엇보다 유럽 시장 내 환경 규제 강화로 디젤 위주의 상품군을 갖춘 쌍용차가 버틸 수 없게 됐다.

급기야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린 상태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 1분기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이어 3분기보고서에서 역시 감사의견 거절을 내고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3090억원 영업손실과 3048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357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현재 관리 종목에 지정돼 있다.

결국 자금 수혈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밀린 돈을 갚고, 신차를 출시해 경영 정상화를 이룰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자금을 수혈할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주주 마힌드라는 이미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정했다. 마힌드라가 전적으로 의존해 온 인도 내수 시장이 2018년 이후 침체에 빠지면서 지원 여력을 잃었다.

마힌드라 ‘탈쌍용차’ 선언, 기업회생절차로 기우나

특히 마힌드라는 올해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 인도 전역에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1·2분기 각각 -78%, -21% 판매량이 감소했다. 인도 시장 의존도가 97.8%(2019년 기준)에 달하는 마힌드라의 특성상 현지 판매 부진 시 만회할 방법도 없다. 결국 마힌드라는 지난 4월 특별이사회에서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2011년 5500억원에 쌍용차를 인수 후 1300억원 유상증자 진행했지만, 더 이상의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규 투자자가 나타나면 대주주 지위도 내려놓겠다고 재차 밝혔다.

국내 기업 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해온 산업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산은은 “대주주가 희생한 만큼 지원한다”는 원칙을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조6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받은 두산그룹은 3조원 이상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지난 9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지속 가능성이 본질”이라며 “정부 기준으로 보면 쌍용차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자금 수혈 방법은 이제 새 투자자 등장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체리차가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 회사의 연매출은 200억원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마힌드라가 제시한 매각 금액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현지 매체인 인디아 타임즈는 “HAAH오토모티브는 2억5800만 달러(약 2818억원)에 일부 지분 인수 의향을 냈지만, 마힌드라가 전량 매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쌍용차의 미래는 기업회생절차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2009년 옥쇄파업을 겪었던 쌍용차 내에선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은 금기시되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새 투자자 모색이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든 살아남기 위해선 인원을 줄여야 하지만, 쌍용차는 파업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쌍용차 마지막 복직자의 출근이 불과 7개월 전이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년 1월 코란도 기반의 전기차를, 하반기에는 쌍용차만의 정체성을 살린 ‘J100(프로젝트명)’을 선보일 것”이라며 “2015년 티볼리 신화로 이듬해 영업이익을 냈던 것처럼, 한 차종이라도 성공하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중시하는 정부 기조 상 직접고용만 4900명인 쌍용차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지속가능성인데, 구조조정 없는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65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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