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현대판 계(契)’ 등장, 서재준 티웨이브 대표] 핀테크 서비스 ‘아임인’으로 곗돈 리스크 해결 

 

누적 거래액 1000억원에 연체율은 0.4% 불과... 신용등급 세분화로 안전장치 구축

▎서재준 티웨이브 대표는 ‘아임인’ 서비스를 소셜 핀테크 서비스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 사진:티웨이브
'치안국에서 (12월)15일 현재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약 7000개의 계(契)가 현재 전국 각지에서 서민은행 격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며, 계에 불입된 금액은 약 15억환으로 추산된다는 데 이 같은 집계를 내게 된 이유는 광주를 비롯하여 각지에서 계주들이 사기횡령 혐의로 약 30명이나 경찰에 구속된 사실에 비추어 과연 얼마나한 수의계가 맺어지고 있는가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과거 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검색한 1954년 12월 22일자 기사다. 사용된 단어는 너무 예스럽고, 극단적인 문어체에 4줄을 넘어선 후에야 마침표가 찍혀 읽기가 힘들지만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70여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4억원 가량 곗돈을 떼어먹고 10여년을 도망을 다닌 낙찰계 계주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2020년 9월 2일자로 실렸다. 돈을 떼어먹고 도망간 계주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계의 취지는 좋지만, 돈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소셜 핀테크 스타트업 티웨이브가 ‘아임인’이라는 핀테크 서비스로 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아임인 서비스는 계와 유사하다. 아임인은 시급하게 목돈이 필요하거나 재테크를 원하는 사람이 스테이지(아임인 서비스에서 말하는 계)를 열면 계가 시작된다.

앞 순번은 목돈 대출, 뒤 순번은 재테크 활용

계주는 스테이지를 열기 전 참여 인원(참여 인원에 따라 기간이 결정됨, 예를 들면 13명을 참여 인원으로 하면 스테이지 기간이 13개월이 됨)을 결정하고 이율과 약정금(매월 10만~160만원)을 정하면 된다. 13명이 참여하는 스테이지의 경우 1~6번 순번의 사람은 빠르게 목돈을 타고 대출이자를 내는 시스템이고, 후순번 사람은 원금에 적금이자를 더해서 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아임인이 제공한 시스템을 이용해 13명이 매월 30만원을 입금하는 스테이지를 열어봤다. 이율은 19%로 정했다. 이 스테이지에서 1번을 택한 사람은 매월 32만6025원을 입금하는데 13개월 동안 모두 423만8325원을 내게 된다. 1번이 첫 달에 지급받는 금액은 386만1000원. 목돈을 빠르게 받지만,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37만7325원을 이자로 내는 셈이다. 이에 반해 마지막 순번인 13번은 매월 27만3975원씩, 모두 356만1675원을 입금하게 된다. 13번이 최종적으로 지급받는 금액은 377만8690원으로, 21만7015원의 이자소득을 얻게 된다.

이 시스템을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게 있다. 앞 순번 사람과 뒤 순번 사람의 이율 차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이고, 입금액이 스테이지를 열 때와 왜 달라지는지 등이다. 아임인을 서비스하는 티웨이브 창업가 서재준 대표는 “앞 순번 사람은 목돈을 대출받아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갚아 나가고, 뒤 순번 사람은 원금에 적금이자를 받는 것”이라며 “시중 은행과 비교해보면 서류 제출이 없고, 신용등급 변화 없이 목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또한 후순번은 시중 은행보다 높은 이율의 적금상품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정 금액과 실제 납입 금액이 다른 이유는 거래 이용 수수료 1%, 이자에 붙는 세금 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임인을 이용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앞 순번을 택한 이들이 목돈만 받고 약정금을 연체하는 것일 터. 계에서 계주가 돈만 챙겨 도망가는 경우와 비슷하다. 서 대표는 “사용자의 신용등급을 세분화했고, 안심서비스를 도입해 연체된 경우 우리가 원금의 90%까지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봤다. 아임인 이용을 위해 회원가입을 하려면 NICE신용평가 기관의 데이터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 NICE신용평가 결과 10등급 중에서 6등급까지만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티웨이브는 NICE신용평가에서 받은 신용 1~6등급을 다시 I-1에서 I-9까지 세분화했다. 1등급에서 9등급은 참여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다르다. 아임인 스테이지에서 12월 11일 현재 최대 약정을 할 수 있는 금액은 160만원이다. I-1 등급만 이 스테이지를 열고 참여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I-9 등급은 10만원 약정금 스테이지만 열거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서 대표는 “돌려막기나, 연속 앞 순번 참여 등을 막는 어뷰징 방지 시스템을 적용해 연체를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연체 방지 시스템은 약정금의 0.2%를 보험료로 내는 ‘안심프라임 서비스’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앞 순번 이용자가 15일 이상 연체를 하는 경우 뒤 순번 사용자가 원하는 시기에 납입금액의 90%를 티웨이브가 보장해주는 서비스다. 서 대표는 “연체율은 0.4%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고, 개인회생 신청을 해서 연체를 하는 경우도 몇 건 된다. 이런 경우 회사가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연체는 보통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이 참여하는 소액 스테이지에서 발생한다. 금액이 연체되는 경우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소액청구심판을 신청하면 대부분 해결된다고 한다.

거래 건수 3만건, 누적 거래액 1000억원 돌파

이런 안전장치를 마련해서인지 2017년 3월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12월 현재 거래 건수가 3만여 건, 누적 거래액이 1070억원을 돌파했다. 스테이지는 4500건을 넘어섰고, 총 참여 인원도 3만4000명을 돌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재이용률로, 무려 46%에 이른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광고 없이 사용자의 입소문으로만 이뤄낸 성과다.

창업 이후 누적 투자 유치액이 53억원에 이른 것도 사용자의 충성도가 가장 큰 무기였다. 보광창업투자, 스케일업벤처스 등이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은행과 KB카드, KEB하나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과 MOU를 맺고 다양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서 대표는 “창업 초기 투자자에게 IR을 하면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게 되겠어’ 하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내년 티웨이브는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 전에 50억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서 대표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브랜드 네임이 있는 투자사에서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자랑했다. 투자금은 이후 시스템 안정화 및 인력 충원, 마케팅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아임인 서비스를 소셜 핀테크 서비스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도 짜고 있다. 내년 초에는 앱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아임인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원래 호텔리어를 꿈꿨던 서 대표는 미국 네바다주립대학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금융에 관심이 생겨 한국에 돌아와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다. 첫 창업인 ‘아임인’에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65호 (2020.12.2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