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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제 大예측 | 2%대 성장률 회복할까?] 코로나 ‘선방’ 코리아… 3%대 성장률 기대 

 

반도체 수출, 기저효과로 완만한 회복 점쳐… 골드만삭스 “한국경제 V자 반등 가능성”

▎출근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횡단보도를 걷고 있다.
2020년 한 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22년 만에 역성장이 가시화됐다. 대내외 연구기관 모두 -1% 내외를 예상하는 가운데 정부도 성장률 전망을 11년 만에 ‘마이너스’로 수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직 절망하긴 이르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빠르게 보급돼 사태가 점차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반도체 수출과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완만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주저앉은 한국경제가 2020년 3분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3차 코로나 재확산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2020년 한국 경제가 선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4.4%로 전망했는데 스페인(-12.8%), 이탈리아(-10.6%), 프랑스(-9.8%), 독일(-6.0%), 일본(-5.3%), 미국(-4.3%) 등 대부분 국가의 역성장을 예상했다. 한국도 -1.9%로 내다봤지만, 주요국 중 플러스 성장을 전망한 중국(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보고 있다. 이는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G20(주요 20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중국(1.8%) 다음으로 전망치가 높다.

22년 만에 역성장 가시화…세계 경기 하락 속 ‘선방’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순 없지만 2021년에 2%대 성장률을 회복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2021년 경제 성장률을 3% 안팎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3.0%, 한국개발연구원(KDI) 3.1%, 아시아개발은행(ADB) 3.3%, OECD 2.8%를 예상했다. 이들 기관은 내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하게 되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완화돼 사회적 봉쇄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했다. 팬데믹(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해소로 소비가 진작될 것으로 판단했다. IMF는 202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5868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2019년의 12위보다 두 계단 상승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2021년 통관 수출 규모를 2020년보다 11.2% 증가한 5608억 달러로 예측했고, 민간소비는 3.0%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민간소비 성장률은 3.2%, 총수출이 4.4%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기저효과와 백신 개발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으로 민간소비 3.2%, 반도체 등 제조업의 회복세로 설비투자 4.4%, 주택건설 부진이 완화돼 건설투자가 1.2% 늘어날 것”이라며 “수출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4.8% 증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회복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 대한 선제적 투자수요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증가세가 예상되고, 건설 투자 역시 한국판 뉴딜 등 공공인프라와 관련된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확대 정책 영향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수출·설비 투자 회복세 빨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재확산 여파에도 수출과 설비 투자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보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2020년 3분기 성장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는 제조업의 활약이 컸다. 전체 성장률의 약 90%를 제조업이 끌어낸 데다 반도체 관련 설비 투자 장비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역성장을 넘어 한국 경제에 강한 성장률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와 접종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며, 미·중 무역 전쟁도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좀 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2021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전망한 국내외 주요 기관 10곳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평균 3.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0곳 중 7곳은 3% 성장률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로 우리 경제가 내년에 3.6%의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넓은 정책 지원에 따른 코로나19 사태 안정화가 내수 반등에 도움을 주면서 민간 소비가 3.5% 증가할 것으로 예단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회귀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술 제품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평가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1년은 2020년의 대혼돈에서 벗어나는 이탈점”이라며 “코로나19가 2021년 내내 장기화할 지라도 2020년보다는 나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을 비롯해 백신 전쟁이 미칠 파장과 한국판 뉴딜 사업 등을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핵심 이슈로 꼽았다.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내년 성장률이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고, 경제 주체별 경기 회복 체감이 양극화돼 K자형 회복이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K자형 회복은 경제 주체별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속도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 실장은 “자산이 많은 사람은 회복을 체감하는 정도가 큰 반면 고용 불안전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1년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개선세가 강화되는 ‘상저하고’로 내다봤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2020년과 달리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속하고, 고용 안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소비 진작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고 저축이 증가하면서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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