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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제 大예측 | 중후장대 침체 벗어날까?] 자동차·조선·철강 수요회복 전망… 정유는 쉽지 않아 

 

장기적 수요하락 국면… 환경 규제, 유가가 변수

▎전남 광양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조선·철강·중화학공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이었지만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수년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심화했고,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속도가 더해지며 산업에 대한 주목도도 크게 낮아졌다.

2021년에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2020년의 기저효과에 의해 세계 수요는 모든 산업에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산업연구원은 수요 하락이 장기적 추세인 철강이나 항운 등의 정상화가 늦어져 수요에 영향을 받는 정유 등의 회복세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친환경 관련 이슈에 따른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 등 조선 발주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 자동차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한국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진작 정책으로 성장했지만,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해외 시장에선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0년 1~10월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 대수는 288만5481대로, 전년 동기(326만6698대) 대비 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내수 판매는 같은 기간 133만4105대로 6.2% 증가했지만, 해외시장 침체로 수출이 23.2% 감소한 152만4045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245만6151대)도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2021년의 자동차 시장은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선 이연됐던 수요가 늘어나고 2020년의 기저효과로 수출·해외 생산이 성장세로 전환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로 인한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수출과 해외생산 규모가 국내시장보다 커서 종합적으론 판매량 증대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기대는 친환경차 시장에 집중된다. 2021년부터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유럽시장 수출에는 제한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수요는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간 어려움을 겪던 쌍용자동차는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원이 끊기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자율구조조정 제도를 이용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3개월 안에 매각협상이 원활히 이뤄지면 회생의 길이 열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청산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은 당초 2020년 일감 확보 기대가 컸지만 실상은 달랐다. 수주한 물량을 2년여에 걸쳐 건조하는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대형 3사들의 재무상태는 전년보다 나아졌지만 수주가 줄어 수주잔고가 크게 줄었다. 2020년 10월 기준 한국 조선업 전체 수주잔량은 1842만CGT로 연초 대비 2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1년에는 전세계에서 선박 발주가 많이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 선사들은 중국 선사 대비 경쟁력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수주 기대감은 2020년 연말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수주를 연일 공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선박 계약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2020년 진행된 카타르의 대규모 LNG선 슬롯(slot) 예약도 2021년 정식 발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 발주물량은 2020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전세계에서 선박 발주가 2021년부터 4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유럽의 결합심사가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으며 주요 중형 조선사의 매각도 진행이 더디다.

수요 회복 철강, 예측 불가 정유


조선과 자동차 업황의 침체에 따라 철강업도 2020년 침체기를 보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국내 철강업체의 조강 생산량은 4960만t에 그쳤다. 연간을 기준으로 4년 만에 7000만t을 밑돌 전망이다. 2021년엔 세계 경제 회복세와 맞물려 철강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철강 수요가 2020년 대비 4.1% 증가한 17억9500만t이 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심각하던 2020년 6월 내놓은 전망치인 17억1700만t보다 상향 조정됐다.

다만 중국 등과의 경쟁으로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0년 생산량이 4.5% 늘어 주요 생산국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이에 맞춰 한국 철강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의 고부가제품 위주 전환, 생산원가 절감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설비 합리화, 유럽의 철강 탄소 중립 추진 등 선진국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 추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정유업의 업황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록적인 저유가로 인해 국내 정유 4사는 2020년 5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업계의 원유 정제설비 가동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결국 2021년 전망은 코로나19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지느냐에 달렸는데, 수요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수요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국내외 조세 강화 움직임이란 변수가 남아있다. 최근 발의된 지방세법 개정안에는 유류 정제제품이나 유해 화학물질 취급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도 바이든 당선인의 선거 공약인 ‘탄소 국경 조정세’가 도입될 수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이 낮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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