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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최태원 SK 회장] “사회와 공감, 문제 해결하는 새 기업가정신 필요” 

 

김하종 신부 언급하며 “사회에 어떤 행복을 더할 수 있을까 자문”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때다.”

최태원 SK 회장은 1월 1일 전체 임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낸 신년 인사에서 “기후 변화,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이미 수많은 사회 문제가 심화하고 있고, 기업도 더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키워드는 ‘사회적 문제 공감’과 ‘기업가정신’이다. SK 구성원들이 모두 스스로 창업자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기도 성남에 ‘안나의 집’을 세우고 노숙인에게 음식을 제공하며 자립을 돕는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사람이든 기업이든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김 신부님은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고 있음에도 노숙자·홀몸어르신 수백 분에게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 어려움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손길 덕분에 희망을 갖고, 또 ‘우리는 사회에 어떤 행복을 더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SK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며 “그러나 기업이 받은 혜택과 격려에 보답하는 일에는 서툴고 부족했다. 이런 반성으로부터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2015년 경영복귀 후 ESG 등 사회흐름 발맞춰


최 회장은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많은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중단한 상황에서, 지난 15년간 아동 결식 문제를 풀어온 SK의 행복도시락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공감하는 새로운 파트너들과도 함께 손을 잡고 더 큰 희망과 더 큰 행복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이는 좋은 제품을 생산해 이윤을 창출하는 전통적 기업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자는 것이다. SK는 통신·에너지·소재 등 분야에서 국내외에 311개(2020년 3분기 말 기준)의 종속회사를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역량과 설비 등 자원을 사회 문제 해결에 쓸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강구해보란 뜻이다. 또 이 아이디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기업가정신의 필요성도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주문한 내용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미주·유럽 등을 중심으로 금융기관들이 투자의사 결정 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더불어 ‘사회책임투자(SRI)’·‘지속가능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SRI는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사회의 지속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한다. 기업이 사회와 얼마나 잘 결합해 공익에 기여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영국·스웨덴·독일·캐나다·벨기에·프랑스 등은 국가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경영에 복귀한 뒤부터 줄곧 매년 신년사에서 이 같은 관점의 회사 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온 뒤 2016년 첫 신년사에선 “투자·고용 효과가 SK는 물론 사회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겠다”며 경영 방향의 큰 줄기를 제시했다. 이듬해에는 “SK 성장은 우리 사회공동체의 행복으로 연결”을, 2018년에는 “껍질을 깨는 파격적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해야,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엔 “KPI(핵심성과지표)의 SV(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지난해에는 신년사 대신 열린 토크쇼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리더 양성’, ‘커뮤니티 확대 필요성’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올해 ‘기업가정신’과 ‘창의적 노력’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 회장이 SK에 성장성을 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사회적 요구와 SK의 비즈니스가 맞물리면 SK가 일종의 행정력을 갖추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사회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어서다.

“창의적 노력·도전·패기로 어려운 여건 극복”

예컨대 지역·거리마다 통신량을 기반에 둔 히트맵을 통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한다든가, 거리 곳곳에 설치하는 엣지 서버에 5세대(5G) 이동통신을 접목한 스마트 쓰레기통을 일체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들 비즈니스를 사내에서 육성한 뒤 향후 분사를 통해 SK의 사회적 가치 생태계는 물론 기업 가치를 향상할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는 거점오피스의 사업화를 발표하고 이 사업을 총괄할 1988년생 프로젝트 리더도 사내 공모로 선발했다. SK텔레콤은 이 밖에도 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분야로 확장에 나서며 e커머스 사업 확대, 티맵모빌리티 분사 등에도 나섰다. e커머스는 아마존과의 동맹, 티맵모빌리티는 투자금 유치·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에 난관을 겪고 있지만,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나서고 있어 이런 사업적 확장과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편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역시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들이 우리의 행복추구를 저해하지 못하도록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도전과 패기,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기초로 힘과 마음을 모아보자”고 강조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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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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