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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구광모 LG그룹 회장] 고객에서 시작해 고객으로 마무리한 신년사 

 

고객 세분화 통한 인사이트 발굴 강조… 계열분리 후 색깔 드러냈다 평가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이후 발표한 3번의 신년사에서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3번 신년사에서 고객이란 단어를 88차례나 언급할 정도다. “구 회장의 신년사는 고객에서 시작해 고객으로 마무리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신년사에서 구 회장이 고객 중심의 경영 전략을 짜기 위한 인공지능(AI) 등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구 회장만의 경영 색깔을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작은아버지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분리 이후, 구 회장의 독자경영이 빠르게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 또 고객’ 3개년 신년사서 88차례 고객 강조


구광모 회장은 지난 4일 임직원에게 보낸 디지털 영상 신년사에서 “2년 전 앞으로 LG가 나아갈 방향이 역시 고객에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과거 7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오늘의 LG를 만들어 준 근간이자 LG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결국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취임 이후 발표한 첫 신년사에서 LG 성과의 기반이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구 회장은 “모두가 소비자라는 호칭에 익숙하던 시기에 LG가 가장 먼저 고객이란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회의석상에 ‘고객의 자리’를 마련하고 결재 서류에 사장 위에 ‘고객 결재란’을 두는 등 LG 특유의 고객 중심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LG만의 고객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그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 집중해 고객의 소소한 의견,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저도 다양한 고객 페인 포인트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인 포인트를 찾는 것이 ‘고객 가치 실천’의 가장 기본이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해야 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2020년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하는 해”라며 이를 위해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 회장은 “페인 포인트는 단순 불만이 아닌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다.

구 회장은 올해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넘어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세분화)’을 통해 ‘고객 인사이트(통찰)’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고객 요구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고객을 하나의 평균적인 집단으로 보지 않고 훨씬 촘촘히 쪼개서 봐야 한다”며 “평범하고 보편적인 니즈가 아니라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니즈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고객의 모든 경험 여정을 세밀히 이해하고 라이프스타일부터 가치관까지 고객의 삶에 더 깊이 공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빅데이터 언급에 “구광모 시대 본격 개막” 평가도

재계 안팎에선 구광모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AI·빅데이터 등을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올해 “고객 인사이트가 생겼다면 이제는 이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가치로 제품·서비스에 반영할지 넓고 다양하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 때 AI·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과 2020년 신년사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AI와 빅데이터를 콕 집어 언급할 만큼 이들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선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더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다”고만 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구광모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경영 방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LG그룹은 지난해 11월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에 대한 분할을 발표한 이후 한 달도 자나지 않은 시점에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약 20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 등 최신 AI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계열사 내의 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적의 예측을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LG전자도 지난해 12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모터, 인버터, 차량 충전기, 구동 시스템(모터·인버터·감속기가 모듈화 된 제품) 등의 자동차 부품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하고, 세계 3위(매출액 기준)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LG전자가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마그나가 이 신설회사의 지분 49%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 금액은 약 5016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또한 약 870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TV 광고·콘텐트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7일 발표했다.

LG전자는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자동차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립적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감행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면 합작법인 설립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부품인 모터·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력 및 제조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마그나는 파워트레인 분야의 통합시스템 설계·검증 등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강점이 최상의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설립된 합작법인이 마그나는 물론 마그나의 고객사로부터 신규 수주를 따낼 가능성도 높아, 조기에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LG그룹 내 70년대생 젊은 리더들이 중책을 맡은 것도 1978년생의 젊은 회장 구광모 회장의 색깔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다. LG그룹은 LG AI연구원 초대 연구원장에 1976년생의 배경훈 상무를 선임했고 1977년생인 이홍락 미국 미시건 대학교 교수를 전격 영입했다. 이 교수는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역임한 AI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LG는 지난해 11월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45세 이하의 신규 임원 24명을 선임하는 등 구 회장 취임 이후 이어진 젊은 임원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LG그룹은 최근 2년간 총 6명의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을 선임한 바 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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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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