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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인물로 본 바이든 내각 맨파워] 소수가 주류가 됐다 

 

성소수·원주민·흑인·여성… 바이든 어벤저스의 비전 ‘다양성·금기깨기’

▎ 사진:EPA·AFP· XINHUA=연합뉴스
1월 20일 취임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내각은 국정 수행의 손발이다. 내각은 부통령과 15명의 장관(주요 부처 수장)과 9명의 장관급 인사 등 25명으로 이뤄진다. 15개 장관은 국무부·재무부·국방부·법무부·내무부·농무부·상무부·노동부·보건복지부·주택도시개발부·교통부·에너지부·교육부·보훈부·국토안보부의 수장이다. 9개의 장관급에는 백악관 비서실장과 환경보호청·예산실·국가정보국·미국무역대표부·유엔대사·경제자문위원장·중소기업청·과학기술자문위의 수장이 해당한다.

미국 역사상 첫 동성애자 장관 기대

국무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맡았다. 유대계의 노련한 외교관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란 핵합의(JCPOA)를 주도했으며 한반도 문제에도 정통하다. 중등학교를 프랑스에서 다녔으며 대중 강경파로 분류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육군 대장 출신이다. 미국 역사상 첫 아프리카계 국방부 장관이 된다.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첫 여성 수장이다.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냈다. 대사 중 유일하게 장관급 인사로 분류되고 외교안보팀에 속하는 유엔주재 대사에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 지명됐다. 국무부 차관보 출신으로 아프리카계 여성이다.

경제팀은 여성 인선이 돋보인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연방준비 이사장을 지낸 노련한 경제 전문가다. 케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는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무역고문을 지낸 인물로 대만계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 지명자는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로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로드아릴랜드의 첫 여성 주지사로 주 재무장관을 지냈으며 한때 벤처캐피털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메릭 갤런드 법무부 장관 지명자는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유대계다.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 출신이다.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는 전 미시간주 지사로 바이든의 신뢰를 받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는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나 혁명 뒤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라틴계가 아니라 유대계다. 그의 부모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쿠바로 이주했다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주도한 공산혁명으로 다시 미국으로 이주했다. 가족 내력에서 보듯 공산주의와 독재, 인종차별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인물이다.

톰 빌색 농무부 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시정 같은 자리를 지낸 인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재기용됐다. 마틴 월시 노동부 장관 지명자는 보스턴 시장으로 과거 보스턴의 전기·철강 노조 지도자였다. 코로나로 침체된 미국 고용시장을 살리는 중책을 맡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마이클 리건 환경보호부 장관 지명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황경보호청장 출신으로 아프리카계 남성이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 출신으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다가 중도에 물러났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성소수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국 역사상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중 처음으로 입각하게 된다.

美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첫 입각


▎ 사진:EPA·AFP· XINHUA=연합뉴스
미겔 카르도나는 상원 인준을 받으면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출신 중 첫 각료가 된다. 이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동남쪽으로 1600㎞ 떨어진 곳에 있는 카리브해의 섬이다. 경기도의 90% 정도인 9100㎢ 면적에 320만 인구가 거주하며 94%가 스페인어를 모어로 사용한다.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쿠바·필리핀·괌과 함께 미국에 넘긴 곳으로 괌과 함께 미국의 자치령이 됐다.

1952년 미국 자치령이 된 푸에르코리코는 현재 미국령 사모아, 괌. 북마리아나 제도,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같은 다른 자치령이나 수도인 워싱턴DC와 함께 연방상원에 의원을 보내지 못하고 연방하원에는 표결권이 없는 대표만 1명 선출해서 보낸다. 푸에르토리코는 1917년부터 미 본토에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이주할 수 있으며 뉴욕시 등에는 푸에르토리코계가 상당히 거주한다.

미국 정계에선 인구 70만 명의 수도 워싱턴DC에 상원의원이나 선거권 있는 하원의원을 연방의회에 보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오랫동안 논의됐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50개 주와 5개 자치령, 1개 수도 등 57개 주·지역 중 인구 순위가 31위로 중간 그룹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9월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3000명의 사망자를 냈는데도 지원을 외면하고 오히려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한 것은 물론 매각까지 거론했다고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배려는 반트럼프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한국전쟁 당시 연인원 6만여 명이 미군 소속으로 참전해 장진호전투·흥남철수작전·임진강전투·벙커힐전투 등에서 전공을 세웠다. 모두 750여 명이 전사하고 2300여 명이 부상했다. 미군이 파병했던 연인원 178만9000여 명의 3.4%, 전체 전사자 3만6940명의 2%를 차지한다. 미군 최고무공훈장인 명예훈장 수훈자도 3명이나 된다.

존 케리 대통령 기후 특사는 국무장관과 연방상원의원, 그리고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급 인사다. 여기에 백악관 보좌진 중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도닐런 선임고문(전 바이든 캠프 수석 전략가), 존 케리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전 국무장관·연방상원의원)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는다. 요직인 윌리엄 반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장관급 지명자 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


▎ 사진:EPA·AFP· XINHUA=연합뉴스
내각을 이루는 각료는 청문회 절차가 필요하다. 내각 구성원인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지명해 함께 러닝메이트로 뛴 다음에 선거를 거치는 선출직이라 인사청문회와 인준 대상이 아니다. 15명의 장관은 전원 대상에 들어간다. 9명의 장관급 인사 중에는 백악관 비서실장이 청문회와 인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모두 23명이 상원에서 인사청문회와 인준을 거쳐야 한다.

미국 헌법 제2조 2항 2절에 ‘대통령은 대사, 공사 영사, 연방 대법원 판사 그리고 연방정부에 속한 모든 관리를 지명하고 상원의 권고와 동의를 얻어 임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상원의 권고와 동의(advice and consent)’라는 규정에 따라 상원에서 인사청문회와 인준을 하게 된다. 이 절차가 필요한 공직을 ‘상원 인준이 필요한 대통령 지명직(PAS)’으로 부른다.

미국 헌법 제2조 2항 2절에는 ‘연방 정부에 속한 관리의 임명에 대해서는 본 헌법에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이후에 법률로 정한다. 연방 의회는 법률에 따라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하급 관리 임명권을 대통령에게만 또는 법원이나 각 부처 장관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하급 관리 임명권은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보유하지만 연방 고위직 임명은 상원의 권고와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연방 고위직은 내각뿐이 아니다. 임명 가능한 공직이 무엇인지는 대선이 끝날 때마다 상원 ‘국토 안보 및 정부 위원회’에서 ‘미국 정부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직’이라는 이름의 책자로 펴낸다. 표지가 자두색이라 자두서(Plum Book)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미 의회 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자리는 1200~1400개에 이른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상원의 견제를 받는 공직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리가 내각과 백악관 보좌진이다. 이를 살펴보면 바이든 정권의 성격과 앞으로 펼치려는 정책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다양성이다.

바이든이 지명한 내각 구성원은 한마디로 ‘최초 기록 제조기’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상원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내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뎁 할랜드는 미국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장관이 된다. 초기에 인준을 통과한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에브릴 헤인스는 첫 여성 국가안보 수장을 맡았고, 로이드 오스틴은 첫 아프리카계 국방부 장관에 올랐다.

여성의 약진도 눈부시다. BBC에 따르면 바이든이 지명한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부터, 재닛 앨런 재무부 장관,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나 러만도 상무부 장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대사.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까지 부통령과 장관급만 7명에 이른다. BBC는 미국의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1791년 첫 구성한 미국 내각은 전원 백인 남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내각의 핵심 요직은 유대계가 장악


▎ 사진:EPA·AFP· XINHUA=연합뉴스
BBC는 상원 청문회를 이대로 통과하면 바이든 내각은 미국 역대 내각 중 가장 다채로운 출신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이 백인 남성 중심의 고답적인 국가에서 뉴질랜드나 캐나다 같이 실제 국민의 구성과 내각이나 고위직 비율이 비슷한 ‘21세기형 다양성 국가’로 변신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뉴질랜드는 지난해 11월 개각에서 20명의 각료 중 5명을 원주민인 마오리족으로, 8명을 여성으로 각각 기용했다. 뉴질랜드의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부 장관은 첫 마오리족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마오리족 족장 가족과 전사만 할 수 있는 모코 카우에 문신을 턱에 하고 있다.

2015년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취임하면서 들어선 내각은 남녀 동수로 구성됐다. 터번을 쓴 인도 시크교도 이민자, 무슬림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입각했다. 21세기 캐나다 사회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바이든 내각에서 눈 여겨 볼 점은 가톨릭 신자와 유대계의 약진이다.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 중 가톨릭 신자는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톰 빌색 농무부 장관,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등이 있다. 히스패닉이나 아일랜드계다. 아프리카계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도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하레츠에 따르면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메릭 갤런드 법무부 장관 등 다섯 명이 유대인이다. 한결 같이 요직 중의 요직이다. 국가안보·재정·법무를 책이지는 자리를 모두 유대계가 차지한 셈이다. 모계사회인 유대계 전통을 반영해 어머니가 유대인일 경우만 따졌다.

미국 공영 라디오인 NPR의 지적에 따르면 국가안보팀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대사까지 전원이 비(非)WASP(백인 개신교 신자)로 이뤄졌다. 블링컨 국무부장관과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은 유대계,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쿠바 출신의 유대계이며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토마스그린필드 유엔대사는 아프리카계다. 바이든의 미국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내각 구성이 이를 말해준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71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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