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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 백신 접종 2억 회분 접종, 코로나 탈출 서광 보이나 

 

물량 부족, 백신 격차, 백신 분리가 과제… 화이자 등에 선두 빼앗긴 후발 백신들, 피나는 마이너리그 접전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 생산라인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는 백신의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미국을 보면 이날까지 5740만 회분이 접종돼 하루 161만 회분의 속도다. 남부 텍사스 등이 강추위로 도시 기능이 마비됐고, 접종이 일부 중단되면서 속도가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속 정주행이다. 이 속도라면 8개월이 지나면 3억3100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전 인구의 75%가 1인당 2회씩 맞을 수 있다. 연말이면 집단 면역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6일 위스컨신 주 밀워키에서 CNN 주최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미국은 7월까지 6억 회분, 즉 3억 인분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고 말하고 “성탄절에는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 내놓은 최초의 희망적인 코로나19 탈출 일정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인구 100명 당 17.3회분을 접종했다. 백신을 1회 이상 접종 받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12.3%에 이르며, 2회를 맞아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4.9%에 달한다. 미국은 대형 주차장을 비롯한 야외에 개설한 집단 접종소를 통해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 내리지 않고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에서 전체 인구에 대한 접종률이 가장 높은 ‘초고속 접종국가’ 이스라엘은 100명 당 75.7회분이 접종받았다. 1회 이상 접종자가 45.4%, 2회 이상 맞아 접종을 마친 사람도 30.3%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률 확대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21일부터 일부 시설에 대한 봉쇄를 풀기로 했다. 상점과 쇼핑몰, 시장의 영영을 재개하고 도서관, 백물관도 다시 문을 연다. 헬스장과 수영장, 그리고 호텔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만 개방한다. 개인의 백신 접종 여부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증명할 수 있다.

미국·영국·이스라엘 백신접종 순조롭게 진행


▎지난해 12월 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은 24.7회분을 접종했는데 1회 이상 접종자가 23.9%지만 2회 접종한 사람은 0.8%에 머물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1회라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2회 접종 시기를 미루는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애초 3~4주 간격의 접종 방안이 제시됐지만 현재는 12주로 간격을 넓혔다. 미국은 여전히 원래 접종 간격을 유지한다.

이런 노력 끝에 영국은 2월 15일 백신 접종자가 1500만 명을 넘었다. 영국은 2월 중순까지 7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원 입소자, 의료 취약계층, 의료진 등 1500만 명에 대한 접종을 마치고 이젠 대상을 50세 이상으로 넓혔다. 이들에 대한 접종을 4월 말까지 끝낸 다음 대상을 모든 성인으로 확대해 9월까지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백신 공급이 순조로워 접종이 현재 속도로 계속 진행된다면 이스라엘, 영국, 미국은 올해 안에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100명당 10회 이상 백신을 접종해 속도가 빠른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 칠레, 바레인 등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인구 100명당 49.2회분을 접종했지만 1회 이상 접종자와 2회 접종자 통계는 내놓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는 100명당 13.6회를 접종했으며 1회 이상 접종자가 9.2명, 2회 접종자는 4.4명에 이른다. 칠레는 100명당 12.4회 접종했으며, 1회 이상 접종자가 12.1%이고 2회 접종자는 0.3%다. 바레인은 100명당 17.0회 접종했으며, 모두 1회 접종자다. 유럽연합(EU)는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100명당 접종횟수가 5.25회에 그친다. 1회 이상 맞은 비율이 100명당 3.3명, 2회 이상은 1.8명 수준이다.

문제는 국가 간 백신 공급 불균형이다. 블룸버그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2월 19일 현재 전 세계 82개국에서 1억8600만 회분이 접종됐다. 하루 634만 회분의 속도다.

이 속도라면 전 세계 78억 인구의 75%가 2회씩 맞아 집단 면역을 얻는 데 4.9년이 걸릴 것으로 계산된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들은 저소득 국가의 경우 백신을 공급받으려면 202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 사이 백신이 더 다양하게 개발되고 공급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다양하고 많은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백신 개발 현황을 보면 낯선 개발사와 백신 이름이 수두룩하다.

뉴욕타임스(NYT)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최근 임상 시험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70종에 이르며 그 중 20종은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 중이다. 임상 시험은 인간을 상대로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1상에선 소규모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필요 용량을 알아보고, 2상에선 규모를 늘려 안전성을 확인하며, 3상에선 대규모를 시험군을 상대로 유효성을 검증한다.

임상시험 전 단계로 동물실험을 통해 후보 물질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동물 실험이다. 현재 최소한 89종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 물질이 동물 실험 단계에 있다. 백신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초기 단계다.

뉴욕 타임스가 전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동향을 보면 현재 활발하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품목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지난 2월 18일에는 중국의 선전 캉타이 바이올로지컬 프로덕츠(康泰生物)가 백신의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16일에는 인도의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백신의 1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이 백신은 주사로 접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코 안에 뿌리는 방식으로 접종하는 비강 스프레이 방식이다. 신문은 바라트바이오테크의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돼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사는 로타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일본 뇌염 바이러스 등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거나 관련 변이체를 분리하는 등 바이러스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온 ‘히든 바이오 챔피언’이다.

인도에선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코로나바이러스 개발에 유독 관심이 많다. 지난 1월 12일에는 바이오기업인 코다제닉스와 바이오·백신 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가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백신의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제약 강국인 이탈리아에선 바이오 기업인 타키스와 로타팜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백신이 2월 10일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진행


▎정부가 도입을 결정한 코로나19 백신. (왼쪽으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한국도 빠질 수 없다. 2월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후보물질이 1·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6종과 치료제 15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중동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 이란에서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독일 국제방송 DW이 보도했다. DW는 이란에서 지금까지 140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5만8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2월 29일 자체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의 1상 임상시험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2월 7일에는 두 번째 후보물질도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백신 후보물질은 이란 국영 제약사인 바레카트의 자회사인 시파 파메드에서 개발했다. 이 회사는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를 생산해왔다. 알자지라 방송은 2월 4일 이란이 러시아의 가말레야(스푸트니크V) 백신 1만 회분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31일 조건부 사용 승인을 한 시노팜 백신에 이어 2월 6일에는 시노백 백신도 조건부 승인을 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COVAXX는 2월 6일 자사가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쿠바의 유전공학·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CIGB)가 개발 중인 아브달라 백신(CIGB66)이 2월 1일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의학 학술지인 브리디시 메디컬 저널(BMJ)이 다음날 공개했다. BMJ는 쿠바 당국이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백신 후보물질은 지난해 12월 7일 1상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이를 2차례 접종했을 경우 면역물질이 수조롭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사투르니노 로라 병원에서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편지는 밝혔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백신 등 미국·독일·영국·스웨덴 업체가 개발한 선두주자 외에도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 바이오·제약 업체가 전 세계에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3사가 우선 진출한 시장에 뛰어들어 물량 공급 부족의 틈새를 노릴 수 있다.

인도, 바이오 강국으로 부상

현재 상황에선 이들 3사만으론 전 세계에 필요한 백신을 적기에 공급하기는 어렵다. 틈새시장 진출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자사의 바이오 기술력과 백신 개발 능력을 확인시켜 회사의 명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상장사의 경우 주가를 띄울 수 있고,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을 노리거나 투자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인수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추구할 수도 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에 글로벌 백신 공급의 선두를 빼앗긴 후발 백신들이 피나는 마이너리그 접전을 벌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가 바이오 강국, 백신 부국으로 등극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탁 생산을 맡은 인도는 자체 백신 개발도 활발하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의 바이오·제약 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 (Serum Institute of India·SII)는 물량 면에서 세계 최대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공급사로 떠올랐다. ‘인도 백신왕’으로 불리는 사이더스 푸나왈라가 설립한 이 회사는 백신 개발과 생산으로 성장해왔으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아 능력을 과시하면서 인도가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있다. SII는 아스트라제네카 및 옥스퍼드대와 백신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왔으며, 이들이 공동 개발한 AZD1222 백신을 위탁 생산해 인도와 중저소득 국가들에 회분당 3달러의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인도 정부도 이들을 행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이 지난해 12월 30일 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하자 인도 정부도 같은 시기에 승인했다.

SII의 백신 생산은 아스트라제네카 품목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노바백스가 개발한 NVX-CoV2373 백신을 위탁 생산해 인도와 중저소득 국가에 공급하기로 했다. SII는 바이오 업체 코다제닉스와 함께 비강 스프레이식 백신도 1월 12일 1상 임상시헙에 들어갔다. 이 백신이 개발되면 당연히 SII에서 대량 생산할 전망이다.

인도는 이런 백신 생산 능력을 앞세워 주변 개도국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무상 지원하며 ‘백신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월 20일 ‘백신 마이트리(힌디어로 우정을 뜻함)’의 기치를 들고 자국 생산 백신의 일부를 이웃 나라에 무상 제공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는 백신이 필요한 글로벌 공동체들에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백신 공여를 발표했다. 인도는 국경을 맞댄 네팔·부탄·방글라데시·미얀마와 인도양을 공유하는 스리랑카·몰디브와 아프리카 동부의 인도양 국가 세이셸에까지 백신을 공급했다. 인구 9만 명의 세이셸은 접종 직후 고속 접종에 나서 현재 인구 100명당 62.5명이 접종했으며 43.6명이 1회 이상, 18.9명에 2회 접종을 각각 했다.

한결같이 자력으로는 백신 확보가 쉽지 않은 저소득 국가이다. 종교나 문화 차이도 개의치 않았다. 네팔은 불교와 힌두교도가 갈등 중이며, 부탄은 불교국가와 힌두교도인 네팔인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기도 했다. 미얀마도 불교국가로 자국내 무슬림(이슬람신자) 소수계인 로힝야인 문제로 이읏 방글라데시와 갈등해왔다. 방글라데시는 친인도계이지만 무슬림 국가다.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로 인도 본토에서 이주한 타밀족 반군을 진압했다. 인도는 이런 복잡한 국제·국내 문제와 종교·국가·종족과 관련한 복잡한 정체성 정치는 무시하고 이웃이라는 이유로 백신을 무상 제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후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에 백신을 무료로 공급한 것은 인도가 처음이며 아직은 유일하다. 백신 판촉과 자국의 우월한 생산 능력을 외교에 동원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공동체의 공생·협력을 앞세운 인도의 백신 외교는 유난히 돋보일 수밖에 없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73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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