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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발 채권 발행 급증 속사정] 0%대 금리에 채권 발행 메리트 높아져 

 

요구불예금 이탈하기 시작하면 수익성 타격 불가피

▎낮아진 금리에 대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은행들도 그 어느 때 보다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시중은행 대출 창구. /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은행들이 앞 다퉈 채권발행에 나서면서 저금리 시대를 실감케 하고 있다. 낮아진 금리에 대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은행들도 그 어느 때 보다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저원가성 예금이 늘었다는 점도 은행들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요소다. 저금리 환경에서 효율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행 조달 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4곳에서는 2021년 들어서만 은행채를 통해 3조7300억원을 조달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20일과 2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00억원씩 6000억원을 조달했다. 신한은행은 연초 이후 1조5000억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8500억원, 7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4대은행, 올해 들어 채권으로만 3조7300억원 조달


자산규모가 수백 조 원에 이르는 시중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다. 4대 시중은행들이 지난 2020년 1월과 2월 은행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조9800억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 2020년 1월과 2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조달 시장이 본격적으로 경색되기 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은행들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저금리 환경을 꼽고 있다. 일단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59조3977억원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은 23조7374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1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늘어난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여기서 채권 발행의 장점이 커졌다.

시중은행들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도 저금리 환경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2021년 1월과 2월에 발행된 4대 시중은행 은행채 1년물의 표면금리는 평균 0.906% 수준이다. 반면 한 해 전인 2020년 같은 기간 발행된 4대 시중은행 은행채 1년 물의 표면금리는 평균 1.344%다. 쉽게 말해 한 해 전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금리 환경이 계속되면서 올해 상반기가 은행채 발행에 유리하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조달 금리가 아무리 유리하다 해도 은행들이 채권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원화대출금을 원화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인 예대율을 100%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어디에 대출해줬는지 등 항목별로 계산 방법은 복잡하지만 단순화하면 빌려준 돈 만큼 예·적금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일정 비율은 예·적금을 확보한 이후에는 기관 자금을 유동화하거나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예대율을 낮출 수 있다”며 “이렇게 확보한 비율을 두고 나머지 부분은 채권으로 조달하는 편이 비용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풍부해진 유동성도 은행들이 예·적금 유치에 공을 들이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다 보니 시중 은행들의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등 일정 기간 은행에 묶여 있는 저축성예금 잔액은 줄었지만 저원가성 예금은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2020년 말 기준 537조1400억원으로 2019년말에 비해 17조3500억원 감소했다. 반면 2020년말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522조7600억원으로 2019년말에 비해 105조5900억원이나 늘었다. 덕분에 시중은행들의 조달 구조에서 저원가성 수신 비중은 51%에 이른다.

저원가성 예금은 요구불예금이나 MMDA 등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이다. 은행권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뒤 회수했거나 투자를 위해 잠시 대기하는 자금이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몰렸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금리를 공격적으로 상향하면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저축성예금으로 끌어올 수 있다 예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자금 시장은 예금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며 “과거보다 금리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고객들이 늘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탄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채를 발행할 수 없는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책정하면서 수신 잔액을 크게 늘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2020년 말 예·적금 등 수신 총액은 79조 1764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13조 2365억원 증가한 수치다. 1금융권 은행이지만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예대율 관리가 필요하면 금리를 높인다. 지난해 말 예대율이 86.3%로 전 분기 대비 5%포인트가량 상승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리기도 했다. 다만 동일한 저금리 환경에서 공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높일 경우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타격을 받는다.

예·적금 금리 높이면 순이자마진 축소 불가피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은행들의 조달 구조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들의 부담도 크다는 시각이다. 또 시장 금리가 오르는 추세라 채권 발행의 메리트가 더 이상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요구불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 은행은 조달 금리를 올리거나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자금 수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시중 자금의 흐름이 향후 은행 수익성에 있어 주요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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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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