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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선거 경제공약 분석┃박영선] 21분 도시·반값 아파트, 개발 카드 꺼냈다 

 

재원 마련 등 구체성 결여… “야권과 차별화 실패” 지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월 14일 서울 강동구 일자산자연공원에서 도심텃밭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3번째 도전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7 보궐선거 공약 핵심에 대규모 개발을 올렸다. ‘서울시 공간 구성을 바꿔 서울시의 새로운 100년을 이끈다’는 이른바 ‘서울시 대전환’이다. 박 후보의 구상대로라면 서울시는 21개 권역으로 나뉘고 각 권역 중심은 지하와 지상의 다층 공간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로 향하는 도로를 지하화, 그 위에 수직의 공원과 1인 가구텔을 조성하는 식이다. 이 같은 대규모 개발 공약은 박 후보가 앞선 두 차례 서울시장 도전에서 주요 공약으로 각각 내건 ‘반값 등록금’ ‘수소경제’와 대조된다.

다핵분산도시, 디지털로 수직정원으로?


전에 없던 개발, 서울시 대전환을 내건 박 후보의 간판 정책은 ‘21분 컴팩트 도시’ 건설이다. 함축 도시의 다른 말인 21분 컴팩트 도시는 서울 전역을 21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 컴팩트 앵커(중심부)를 두고, 도심 중심 도시인 서울을 다핵분산도시로 재구성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여기서 21분은 21개 각 권역 내 교통거리로 21분 거리 안에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쇼핑·여가·문화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상업, 주거 지역으로 나뉜 지난 100년의 산업화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1분 컴팩트 도시는 박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을 공식 천명한 1월 26일 화요일을 기점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발표되는 서울시 대전환 정책의 앵커로도 쓰이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월 2일 화요일, 2월 9일 화요일 각각 ‘소상공인 구독경제 도시’ 건설, ‘도시농부의 삶 수직정원 도시’ 건설 계획을 21분 컴팩트 도시와 연결했다. 21개로 나뉜 각 권역을 디지털로 연결해 21분 안에 모든 것을 각 가정에 배달하는 소상공인용 구독경제를 만들고, 지하화한 도로의 위에 수직정원을 올려 스마트팜을 짓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21분 컴팩트 도시가 건설되면 서울의 문제인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감소, 주거불안, 청년일자리, 저출산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광화문·여의도·강남에 집중한 일자리를 인구 50만 단위로 나뉜 21개 권역에 분산 시 자연스럽게 각 권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권역 중심 주거지역 확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후보는 2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합동연설회에서 “각 권역 독립화가 강남·북 격차를 줄여 집값과 부동산·상가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고 상권 활성화 및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중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발전시킨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정책’ 공약 등도 있지만, 핵심인 21분 컴팩트·수직정원 도시 건설의 구체성이 결여돼 있는 탓이다. 예컨대 박 후보는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하화 한 지상 공간에 세울 수직정원 재원은 물론 서울 내 21개 권역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안도 내놓지 않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박 후보의 서울시 대전환 근간인 21분 컴팩트 도시는 결국 토지확보와 재원확보가 중요한데,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21분 컴팩트 도시의 기준인 21개 권역, 인구 50만명 잣대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서울시는 25개의 구 단위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돼 있다. 21개 권역으로 서울시를 나눠 21분 생활권(교통거리)으로 자를 경우 5개 기초자치단체는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 특히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구 50만명(등록외국인 포함)을 넘는 곳은 송파구, 강서구, 강남구, 노원구, 관악구 등 5개 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후보는 시작부터 시행정 파트너인 구청장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21분 컴팩트 도시 개발로 대표되는 박 후보의 서울시 대전환 공약 배경에 개발보다는 유지를 택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거리두기가 있다는 분석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유로도 작용한 박원순 전 시장을 지우고 ‘미래 도시 가치’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실제 박원순 전 시장은 서울시 개발계획 핵심을 ‘도시재생’으로 잡고 이명박 시장 때 추진했던 창신·숭의 뉴타운 사업을 철회하고 창신·숭의를 ‘서울형 도시재생 1호’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서울시 집값 폭등 속에서 공급을 늘리지 못한 박 시장의 과(過)로도 평가된다.

대규모 개발은 문재인 정부와도 일부 거리를 두고 있다. 유례없는 집값 폭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뒤엉킨 상황인 만큼 이번 선거는 ‘부동산 선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 장관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임에도 공간 대전환을 통한 ‘반값 아파트 30만 가구 공급’도 꺼내들었다. 박 후보는 2월 15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5년 안에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면서 “30년 이상 공공임대주택 단지 등 서울에는 숨겨진 땅이 남아 있고, 2인이 살만한 20~25평 가구를 대량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만 가구 공급의 방안은 역시 대규모 개발이다. 특히 박 후보는 도로는 지하에 지상엔 수직정원, 1인 가구텔 조성과 같은 방식의 지하화 공간 조정을 대규모 주택 공급에 또 한번 꺼내들었다. 박 후보는 2월 9일 정책발표회에서 “한남대교 부근에서 양재까지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 6㎞, 10만 평(약 33만0000㎡)이 나온다”며 “5만 평은 공원 용지로 하고 나머지에 등대 모양 수직정원 주거시설이 들어가면 7000~8000가구는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발 공약, 본선 경쟁력 확보 미지수

박 후보의 개발 일변도 공약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아닌 본선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경선 경쟁자였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부터 ‘서민정책 부족’ 공격을 받을 정도로 여권 지지자 표심과 동떨어져 있어서다. 우 의원은 “21분 도시 공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주당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의 공약이 개발, 그러니까 서울에 집을 가진 계층에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또 정책이 대부분 ‘미래지향적’이라 선명성 측면에서 야권 후보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75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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