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금호석화 임직원은 왜 박철완에 등 돌렸나] 최대 실적에 파격 배당 제안하자 “회사 흔든다” 거센 비판 

 

상법 개정안 발판삼아 경영권 장악 노림수 분석도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 사진:금호석유화학
'숙질의 난’의 한복판에 있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상무가 회사 측을 상대로 낸 고배당 주주제안이 주주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26일 주총에서 주요 안건의 의결을 두고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가운데 금호석화와 이 회사 계열사들의 노동조합이 박 상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내부 반발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박 상무의 다소 급진적인 배당 확대에 찬성하는 일부 주주도 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은 그의 제안에 등을 돌렸다.

의결권 자문사 ISS도 금호석화 손들어


금호석화의 3개 노조는 지난 3월 10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음에도 말도 안 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우리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철완 상무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노조는 “박 상무가 제안한 과다 배당 요구는 장치산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대해 어떠한 이해도 배려도 하지 않은,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도 박철완 상무 개인과 친분관계가 있는 자들로 진정 우리금호석유화학을 위한 추천인지 그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금호석화 계열사인 금호미쓰이화학·금호폴리켐 노조 역시 지난 3월 16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박철완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장악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 노조는 “10여 년 전 박삼구 전 회장 무리의 무모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로 결국 금호그룹은 찢겨져 나갔다”며 “그 당시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쫓겨난 틈을 노려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입사해 박삼구 전 회장 편에 섰다”고 힐난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역시 금호석화 측 손을 들어줬다.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호석화 측이 제안한 주총 안건 전부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ISS는 보고서에서 금호석화가 제안한 정관 변경 및 이사회 후보 안건 등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호석화의 배당 규모(보통주 4200원, 우선주 4250원)에 대해서도 TSR(총주주수익률)과 이익 창출 능력이 동종업계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ISS는 박 상무의 정관 변경 등에 대한 주주제안과 관련해 대체로 ‘너무 과격하고(too aggressive)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박 상무가 제시한 배당 규모(보통주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는 시장 환경이 어려울 때 회사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 상무는 “ISS가 현재 이사회가 그간 제대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여부와, 주총을 겨우 2주 조금 넘게 앞두고 졸속으로 내놓은 중장기 성장 전략을 꼼꼼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박 상무 측이 제안한 주주제안 일부에 찬성 의견을 낸 것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의 주주제안 시점을 근거로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경영권 분쟁 전략”이란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배당 규모가 다소 작다는 평가를 받았던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박 상무가 배당 확대 카드로 경영권 분쟁의 명분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치밀하게 준비한 경영권 장악 시도” 평가

올해 주총이 상법 개정안 이후 첫 주총이라는 점도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경영권 장악 의도라는 시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올해 주총부터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할 경우 모든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올해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박 회장 측 우호지분은 14.84%로, 박 상무(지분율 10%)와 비교해 약 5%포인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민연금(지분율 8.16%)이나 소액주주 선택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지분 구조라는 얘기다. 여기에 3%룰까지 적용되면 박 회장 측 우호 지분의 의결권은 6.98%로 축소된다. 박 상무의 의결권도 3%로 감소하지만,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종전보다 더욱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금호석화의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5명의 이사 임기가 종료되며, 내년에는 박 회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주총에서 박 상무가 추천한 이사들이 선임될 경우, 박 회장의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시행, 박찬구 회장의 임기 만료 등 금호석유화학를 둘러싼 현안을 보면, 결국 박 상무의 목표는 경영권 장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실제 금호석화와 박 상무가 제안한 주총 안건을 비교하면, 미래 성장 부문에서 큰 차이점은 없다는 지적이다. 양측이 제안한 배당 규모와 추천한 사내이사·사외이사 후보만 다를 뿐 정관 변경 등과 관련해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 등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배구조 부문 등 경영권과 연관된 정관 변경 등에서 차이가 있다. 박 상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선임과 관련해 사외이사만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안건을 제안했고, 금호석화는 대표이사를 제외한 이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겸할 수 있다는 안건을 제시했다.

재계 일각에선 박 상무가 올해 주총에서 완패하더라도 경영권 장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박 상무는 올해 주총에서 패배해도 금호석화의 배당 확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박찬구 회장 연임에 반대한 전례를 보면 내년 주총에서도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박 상무가 내년 주총에서 경영권 장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2016년과 2019년 주총에서 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바 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77호 (2021.03.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