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네이버·카카오가 협업 툴 확대한다는데] '협업 툴' 시장마저 독점하나 강한 우려 

 

스타트업 서비스보다 혁신성 떨어져…정부 지원 사업 덕분에 급속

▎집이나 외부 사무실에 뿔뿔이 흩어져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협업 툴이 필수품이 됐다. / 사진:중앙포토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려 우리 회사도 지난해 9월 ‘디지털 전환’을 꾀하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격일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시장에 나온 다양한 비대면 협업 툴의 도입을 검토했다. 여러 서비스를 들여다보니 네이버웍스와 카카오워크가 가장 눈에 띄었다. 두 회사 모두 빅테크 기업이고 IT 서비스를 두루 펼치고 있는 만큼 확장성이 좋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임에도 기대만큼 기능이 신통치 않아 다른 협업 툴 서비스로 전환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 외국계 물류회사 CEO의 토로다. 이처럼 협업 툴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진 기업이 최근 부쩍 늘었다. 협업 툴은 개인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통해 함께 회의하고 문서를 공유하며 전자 결재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업무 도구다. 직원들이 집이나 외부 사무실에 뿔뿔이 흩어져 일해도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대면 없이 업무 진척 상황을 시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각종 자료나 데이터를 공유하는 작업을 할 때도 개인용 메신저나 이메일보다 훨씬 유용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협업 툴은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다. 당연히 시장 전망도 밝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402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협업 툴 시장 규모가 2024년엔 48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협업 툴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두 회사는 협업 툴 네이버웍스(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워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코로나19로 곤경에 빠진 국내 기업에 비대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워크는 출시 6개월여 만에 13만개가 넘는 기업·조직이 업무 공간을 개설하는 쾌거를 거뒀다. 네이버웍스는 지난해 모바일 협업 툴 중 ‘평균 사용일수 1위(아이지에이웍스 조사)’를 차지했다.

두 서비스가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배경으론 ‘친숙함’이 꼽힌다. 개인용 메신저인 라인과 카카오톡에 업무 기능을 강화해 협업 툴로 확장했다. 덕분에 별도의 사전 학습이나 개발 작업 없이도 손쉽게 업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기업이 원하는 보안과 관리 기능도 갖췄다.

정부 대기업 협업 툴 사용 비용 80~90% 지원


▎네이버웍스는 친숙한 UI로 국내 협업 툴 시장을 선점했다. / 사진:네이버
무료 서비스인 라인과 카카오톡과 달리 협업 툴을 기업에 적용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가령, 카카오워크의 요금제는 ‘스탠더드(6500원·직원 1인당)’, ‘프리미엄(9900원)’, ‘엔터프라이즈(1만5900원)’ 등으로 구성됐다. 네이버웍스 역시 ‘라이트(3000원)’, ‘베이직(6000원)’, ‘프리미엄(1만원)’ 등의 이용요금이 있다. 높은 단계의 요금제를 쓸수록 기능이 고도화하는 식이다.

중소기업 CEO라면 네이버웍스와 카카오워크 도입에 필요한 비용을 걱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지원(바우처) 사업’의 파트너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선정했다. 정부가 협업 툴 이용요금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제도다. 국내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면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가령 직원이 10명인 중소기업이 카카오워크 ‘프리미엄’으로 12개월을 이용하면 연이용료 118만8000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중 연 63만3600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네이버웍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비슷한 취지로 시행하는 ‘K-비대면 바우처 사업’의 175개 공급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 역시 중소기업이라면 사용 비용의 90%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은 두 서비스는 공세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둘러싼 업계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업무 협업 툴 시장마저 네이버와 카카오가 독점하게 되는 것 아니냐”란 우려다. 중소기업에 ERP 시스템을 공급 중인 한 IT 기업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협업 툴 대부분은 클라우드 기반이기 때문에 구축과 배포가 쉽다. 많은 스타트업이 창의성을 무기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혁신의 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면서 "하지만 이곳마저 네이버와 카카오가 독식하면 스타트업의 사업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꼴이다. 두 회사는 이미 코로나19가 몰고 온 비대면 환경을 호기삼아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두 회사의 브랜드 파워가 공고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협업 툴 시장도 손쉽게 장악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협업 툴 시장에 다양한 사업자가 진출해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곱씹어볼 만한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글로벌 테크기업도 진출해 있지만, 스타트업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슬랙’, ‘트렐로’, ‘노션’ 등의 협업 툴 서비스가 스타트업의 작품이다. 국내에선 스타트업 토스랩이 ‘잔디’를 운영 중이고, 마드라스체크가 운용하는 ‘플로우’ 역시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전부터 도입한 협업 툴 중 하나다. 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 비용이 드는 마케팅 대신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유치해왔다.

네이버웍스, 카카오워크 평점 스타트업 서비스보다 떨어져

이처럼 다양한 사업자가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미래 협업 툴 시장은 소수의 사업자가 점유율을 나누는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보통 기업이 하나의 협업 툴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 다른 서비스는 배제한다.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건 비용만 낭비하는 일이다. 또한 다양한 협업 툴을 직원들에게 일일이 교육하는 것도 복잡한 문제다.

네이버웍스·카카오워크의 점유율 확대를 예상하는 이유다. 네이버는 압도적인 포털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카카오워크는 메신저 시장 1위의 카카오톡을 무기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두 서비스 모두 네이버와 카카오톡과의 계정 연동이 가능한 만큼, 이용자 수를 늘리기 쉽다.

그렇다고 네이버웍스·카카오워크의 서비스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 구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 평점을 보면, 카카오워크는 2.9점에 그친다. 네이버웍스 역시 3.8점으로 ‘잔디(4.2점)’, ‘플로우(4.6점)’ 등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협업 툴과 비교해 떨어진다. 공룡 플랫폼인 모 회사의 든든한 뒷배가 네이버웍스와 카카오워크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얘기다.

IT 업계 관계자는 “협업 툴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 입장에선 아무래도 이름 난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기 마련”이라면서 “비대면 솔루션 시장 확대의 달콤한 과실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1580호 (2021.04.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