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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빠진 메디톡스, 해결 방법은 

 

운영자금 목적으로 65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 공시

▎메디톡스 본사 전경. / 사진:메디톡스 제공
메디톡스가 지난 몇년새 적자 전환, 매출 급감 등 부진한 실적을 이어온 가운데 최근엔 유동성 위기까지 직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대웅제약과의 미국 보톡스 소송전을 마무리하며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메디톡스는 합의금과 ‘나보타'의 연간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얻게 됐고, 에볼루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 취소 처분을 받았던 보톡스 3품목이 모두 판매 재개 수순을 밟게 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지난 8일 장 마감 후 운영자금 목적으로 65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신주발행에 따른 주금은 오는 22일 납입될 예정이고, 신주 발행 대상자는 엔브이7홀딩스 유한회사다. 의결권부 전환상환우선주(RCPS) 39만9670주를 부여하며, 전환은 2022년 4월 22일부터 4년간, 상환 기간은 2024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메디톡스가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기업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기재

실제 메디톡스가 제출한 2021년 3월 감사보고서에는 감사의견과 관련 없는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기재됐다. 이는 회사가 적정의견을 받았더라도 재무·영업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향후 상장 폐지나 비적정 의견을 받을 위험이 높은 것을 뜻한다. 지난 2018년 기준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회사는 기재되지 않은 회사에 비해 1년 이내 상장 폐지되거나 비적정의견을 받은 비율이 약 11배 높았다.

메디톡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408억원으로 2019년(약 2059억원) 대비 약 650억원이 감소했다. 2018년 기준 850억원대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9년 256억원, 지난해에는 약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 약 255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약 2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남겼다.

메디톡스는 2009년 상장 후 약 10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연평균 330억원 가량의 현금을 창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360억원으로 유동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처분과 소송, 그리고 메디톡스가 제소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침해소송과 관련한 소송비용 등으로 인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메디톡스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해에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5월 사모펀드(PEF)인 루터어소시에잇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10월 주주배정 후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및 무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이를 취소했다. 유상증자 및 무상증자가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일부 제품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거나 한글 표시가 없는 상태에서 국내에 유통됐다는 이유로 해당 제조단위 제품의 회수·폐기를 명령, 품목허가 취소 등의 제재 절차에 돌입했던 상황이었다.

오는 5월에는 725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상환을 위한 재무 전략 마련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메디톡스는 업계의 우려에 대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 이후 법원에서 처분 효력이 집행정지된 메디톡스의 모든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8일 메디톡스 '이노톡스주' 50단위의 국가출하승인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 2월과 3월 식약처는 ‘코어톡스주’와 ‘메디톡신주’에 대해서도 각각 국가출하승인을 했다. 메디톡스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다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식약처 처분이 확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품목 허가가 취소된 상황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회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호재가 많아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볼루스와 엘러간과의 제 3자간 합의 조건이 굉장히 유리하다”며 “또 앨러간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제형 보툴리눔 톡신 3상을 원활히 하고 있다. 3상은 다 끝냈고 투약 절차를 완료했으며 앞으로 시판허가 생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이승훈 lee.seunghoon@joongang.co.kr

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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