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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웰빙, 싸게 드립니다” 

닥터로빈의 외식사업 전략 

글 조용탁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새내기 사업가 최문경(29) 닥터로빈 실장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경영을 배워 나가고 있다. 그의 목표는 저칼로리 음식 전문점인 닥터로빈을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웰빙 음식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왼쪽부터)김은경 실장, 권용철 사장, 최문경 실장은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직접 커피와 음식을 서빙한다. 사진은 닥터로빈 여의도점.

닥터로빈의 최문경 실장은 요즘 시간을 쪼개 써야 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2008년 12월 1일 닥터로빈의 세 번째 직영점인 여의도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과의 면담, 직영점 준비, 새로운 메뉴 관리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여기에 새로 문을 연 여의도점 홍보도 해야 해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점심 시간에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닥터로빈 광고지를 돌리고 있습니다. 젊은 여자가 광고지를 돌리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며 술집 홍보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오해도 하더군요.”

새내기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귀뚜라미 그룹 창업자 최진민 명예회장의 2남 3녀 중 막내다. 2005년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을 앞둔 최 실장은 우연히 닥터로빈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제품을 접하고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캐나다의 유명 비만 전문의인 로빈은 설탕과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식이요법을 연구한 인물이다.

그는 내친김에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해 다양한 건강식품을 내놓았다. 최 실장이 처음 접한 닥터로빈의 아이스크림에는 설탕 대신 달콤한 맛을 내는 자작나무 수액이 들어갔다. 여기에 유제품 없이 젤리 성분을 첨가해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을 살렸다. 그 덕에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칼로리는 낮지만 비슷한 맛을 내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여성들은 아이스크림 앞에서 ‘이걸 먹으면 살찌는데…’하면서도 한 컵을 모두 비우곤 합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맛도 있는 닥터로빈의 아이스크림이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 실장은 당시 학교에 같이 다녔던 김은경(28) 닥터로빈 마케팅 팀장과 사업을 구상한 다음 최진민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프레젠테이션 장소는 롯데호텔 커피숍. 최 실장은 아이스크림, 커피, 머핀, 빵 등과 같은 제품의 열량을 기존보다 낮추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기존 건강식품들이 웰빙이란 단어가 붙으면서 가격이 비싸져 일반인이 접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박을 터트려 돈이 벌고 싶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건강식품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마음 자세가 제대로 됐다며 흔쾌히 허락하시더군요.”

최 회장의 승낙이 떨어지자 사업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최 실장은 건강식품 전문가인 권용철(45) 사장을 닥터로빈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그런 후 권 사장, 김 팀장과 유럽으로 향했다. 해외 유명 카페와 요식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최 실장 일행이 눈여겨본 것은 다양해지고 있는 카페의 기능이었다.

권 사장은 “커피빈에서 파스타를 판매하고 있고, 배스킨라빈스 같은 아이스크림 매장 내에 있는 카페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온 최 실장은 특급호텔 출신 주방장을 채용해 2006년에 대망의 1호점을 열었다. 장소는 강서구 화곡동 귀뚜라미 그룹 본사 건물 1층. 20~30대 여성들을 목표 고객으로 잡았다.

2년 넘게 영업을 해온 김 팀장은 젊은 여성뿐 아니라 가족 고객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한다. 김 팀장은 “그만큼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닥터로빈은 지난해 4월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 두 번째 직영점을 냈다. 신사동 닥터로빈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한다.


닥터로빈의 원두 커피

최 실장은 초보 사업가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그는 “양심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매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흘 만에 곰팡이가 슨 빵을 버리며 속상해한 일도 여러 번이다. “방부제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권 사장에게 꾸중을 들은 일도 있어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해 볼까 하는 유혹도 많았습니다.

권 사장은 그럴 거면 건강식품이란 간판을 내리고 장사하라고 하더군요. ‘고객은 절대로 속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선명하지 않은 아이스크림 색 때문에 고생한 일도 있었다.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다.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재료의 90% 정도 딸기를 사용했지만 맛깔스러운 분홍색이 나오지 않았다. 최 실장은 고객들이 색이 탁하다고 지적할 때마다 색소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한다. 최상의 재료만 사용하면서도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일도 최 실장에겐 어려운 문제였다.

닥터로빈에서는 이탈리아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최고급 원두만 사용하는데 원두 1kg당 가격은 7만5000원 정도다. 기존 커피 전문점은 1kg당 1만5000원 상당의 커피 원두를 사용한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의 가격은 거의 같다. 이는 닥터로빈이 직원 수를 줄이고 셀프 서비스를 늘렸기 때문이다.

“커피는 물론 파스타를 드시는 분들도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해야 합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그만큼 좋은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최 실장은 이대점과 여의도점을 여는 과정에서는 매장 임대 보증금을 더 많이 내는 대신 매월 내는 임대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비를 줄였다. 그는 정확한 내역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강서점은 전년 대비 매출이 25%나 늘었고, 이대점은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보다 인기가 좋다.

“이대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른 대학에도 새 매장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사업 시작과 함께 이미 미국에도 법인 등록을 해놓았다. 첫 매장은 로스앤젤레스(LA) 월셔 6번가에 준비 중이다. 맞은편에 들어설 예정인 30층 규모의 LA 법원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타깃이다. 일본과 중국도 틈틈이 방문하며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모두 30곳의 매장 운영을 목표하고 있다.

“닥터로빈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웰빙 음식 브랜드로 인정받도록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200902호 (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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