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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서판교로 몰리는 까닭 

강남서 10분 거리, 재물운 좋은 명당 소문 

최근 서판교가 부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지난해 10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서판교 산자락으로 이사를 가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올 초에는 대한제분, 한불화장품, 한국도로공사 등의 CEO도 잇따라 서판교로 둥지를 옮겼다. 요즘 이곳에는 고급 단독주택을 비롯해 타운하우스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SK건설에서는 80억원대 단독주택 산운 아펠바움을 분양 중이다. 3월12일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서판교를 찾았다.

▎서판교 운중동의 타운하우스단지.

양재에 있는 헌릉IC에서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를 타자 10분 만에 서판교IC를 통과했다. 서판교에서 운중동으로 향하자 공사하는 곳이 많았다. 택지개발지구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하임을 지나 산 쪽으로 5분쯤 더 올라가자 청계산을 배경으로 타운하우스 단지가 등장했다. LH가 지은 월든힐스는 지난해 입주가 시작됐다. 금강주택의 금강 펜테리움과 SK건설의 운중 아펠바움·산운 아펠바움은 개발이 한창이었다.

타운하우스 35억, 게이티드 하우스 80억

SK건설의 운중 아펠바움부터 들렀다. 453~516㎡(137~156평)로 26억원에서 최고 35억원에 분양한다. 공사 현장 뒤편에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SK건설의 판교 아펠바움 김경옥 팀장은 “하루 전날 예약해야만 모델하우스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상건물이 아니라 공사현장에 있는 집 한 채를 모델하우스로 꾸며놨다. 김 팀장이 높다란 철문을 두드리자 경비원이 문을 열어줬다. 공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쇠파이프 등 건축자재가 곳곳에 쌓여 있다.

철근을 자르는 소리에 귀가 아플 정도다. 건물은 웬만큼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크게 두 단지로 나뉘어 있다. 앞동에 있는 301호 문을 들어서자 밖과 완전 딴판이다. 고급 별장에 온 듯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쇠파이프만이 공사장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 팀장은 “국내에선 제주도 포도호텔을 지어 유명해진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를 맡아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려줬다. “보시면 유독 창문이 크고 천장이 높다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이타미 준의 스타일이에요. 최대한 빛이 실내에 많이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 거죠.”

특징은 고객이 인테리어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여유와 기품으로 나뉜다. 여유는 주로 목재를 사용해 편안함을 강조했다. 전시장은 기품으로 꾸며진 곳이다. 중후하고 세련된 느낌을 중시했다. 겉보기에는 고급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속을 들여다보면 값비싼 수입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거실은 벽지 대신 화이트 도장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아트월은 포르투갈 모카크림 소재의 천연 대리석으로 꾸몄다. 안방 바닥은 수작업으로 만든 독일산 팡가팡가다. 주방은 더하다. 2600만원대의 미국 바이킹 냉장고가 놓여 있다. 레인지 후드조차 400만원대의 이탈리아 엘리카 브랜드다. 단지 안에는 피트니스클럽, 스크린 골프연습장, 가족 영화관, 기사 대기실 등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 팀장은 “분양 받은 고객은 40대 후반이 많고 자녀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중”이라고 귀띔했다. “판교에 테크노밸리가 들어서면서 IT기업 임원이 많이 찾아오세요. 최근 생활전문 기업의 K회장도 분양 받으셨고요. 단지 바로 뒤에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단독주택도 있어요. 고객들은 구 명예회장 옆집에 살게 됐다며 좋아하더군요.”


▎운중 아펠바움의 내부 모습

아펠바움 공사장 뒤편으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구 명예회장 저택이 있다. 구 명예회장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도로가 나 있다. 공사장 인부에게 물어보니 아펠바움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도로가 생겼다고 한다. 도로 입구 표지판에는 ‘등산로가 아니므로 올라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궁금한 마음에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나무 숲 속에 가려진 구 회장의 저택이 조금씩 드러났다. 가까이 가자 마당에 있는 진돗개 두 마리가 더욱 사납게 짖는다.

열린 대문 사이로 예쁘게 꾸며진 정원과 조각상이 보였다. 그때 한 경비원이 나오더니 “무슨 일로 왔느냐”며 출입을 막았다. 구 회장은 집 바로 앞에 집 한 채를 더 짓고 있다.

SK건설은 인근에 주택단지 산운 아펠바움도 선보일 계획이다. 국사봉 밑자락이다. 아직 공사 펜스만 쳐져 있다. 전용면적은 176~311㎡로 분양가는 30억원대 후반에서 최고 80억원에 달한다. 특징은 단독주택형 게이티드 하우스로 지어진다는 점이다. 게이티드 하우스란 외부인과 외부차량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입주민들이 건물 내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고급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남서울CC 입구에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저택
정용진 부회장 집 땅값만 100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한남동에서 서판교 부근으로 지난해 10월 이사했다. 남서울CC 근처로 이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알음알음 찾아갔다. 길을 잘못 빠져나가 대장동으로 갔다.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한산했다. 1시간을 헤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에 정 부회장의 이름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한 개인 트위터에 정 부회장의 집 주소가 소개돼 있었다.

주소를 따라가 보니 운중 아펠바움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남서울CC 입구 전원마을이다. 10여 채의 단독주택과 빌라 한 채가 있다. 한눈에 정 부회장 저택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주택 한 채가 유독 크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마치 유럽의 성을 옮겨온 듯했다. 상아색 담벼락 높이가 2m를 훌쩍 넘었다. 담을 따라 약 1m 간격으로 촘촘히 나무가 심어져 있다. 정 회장 바로 옆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나뭇가지에 가려 보이는 것은 지붕뿐이다. 내부는 오직 출입문 사이로 언뜻언뜻 볼 수밖에 없다. 이것도 오래 보지 못한다. 10m 간격으로 CCTV가 설치돼 있어 경비원이 부리나케 달려온다. 결국 뒷문으로 돌아가봤다. 뒷문은 남서울CC 뒷문으로 이어졌다.

정 부회장의 집은 약 3300㎡(1000평)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세워졌다. 1층에는 대형 홀과 거실 그리고 주방, 2층에는 방과 욕실 등이 있고 마당에는 수영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 있는 부동산중개소 파크힐부동산컨설팅을 찾아갔다. 강매순 대표는 “정 부회장이 이사온 뒤로 땅값이 올랐다”고 들려줬다. “2009년 이전에 3.3㎡당 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1200만~1300만원으로 올랐어요. 문의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요.”

정 부회장 집값은 3.3㎡당 1000만원만 잡아도 약 100억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정 부회장이 이곳으로 이사온 점을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 경비가 삼엄하지만 사방이 뚫린 곳에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 부회장 집이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명당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풍수 전문가들은 대체로 판교가 재물운이 좋은 곳으로 본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판교 자체가 금쟁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다니는 ‘금반형(金盤形)’을 띠고 있어 부귀영화를 누릴 복지(福地)로 평가 받고 있다”고 얘기했다.

풍수 전문가인 강희종 순천향대 교수는 특히 서판교를 좋게 본다. “운중 아펠바움과 구 명예회장이 있는 집터는 청계산의 국사봉 자락이 단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요. 청계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길지예요. 한번 들어온 재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쌓이는 복지로 재물운까지 좋은 터입니다.”

도로부터 통제하는 남서울 파크힐

정 부회장 집에서 남서울CC를 관통하는 도로를 통과하면 파크힐 주택단지가 나온다. 진입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경비초소 직원이 나와 “이곳은 사유지로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카메라 없이 잠시 둘러만 보겠다고 얘기하자 경비원은 “지난달 한 방송국에서 촬영해 보도한 뒤 더욱 철저히 감시하라는 회장님들의 분부가 내려왔다”고 사정을 설명한다. 그날 문을 열어준 경비원도 그만뒀다고 한다. 경비원과 얘기하는 사이 검은색 세단 3대가 잇따라 통과했다. 기자가 이곳에 누가 사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분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 알려진 CEO로는 이정희 대한제분 사장, 임병철 한불화장품 사장 등이 있다. 이곳에 거래를 주선하며 몇 차례 다녀온 강 대표는 “파크힐 단지는 남서울CC 정상에 있어 조망권이 뛰어나다”고 들려줬다. “단지는 110필지(약 5만 평) 규모예요. 현재 25채가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놨어요. 땅값은 3.3㎡당 800만~1000만원 선에 거래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건축비가 땅값하고 비슷하대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산가를 비롯한 CEO들이 서판교로 몰리는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판교신도시 녹지율은 37.3%로 분당 28.9%, 일산 22.5%보다 훨씬 높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팀장은 “특히 서판교가 동판교보다 쾌적하다”고 말했다. “동판교는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주거지가 구성됐어요. 반면 서판교는 중대형 아파트, 고급 단독주택, 저층 연립주택 등이 대부분이죠.”

교통도 좋다고 덧붙였다.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적어도 10분이면 강남에 갈 수 있다. 주변에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분당~수서 간 고속도로 등이 있다. 박합수 KB은행 부동산팀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서판교는 자연환경이 뛰어나죠. 북쪽에는 청계산, 남쪽으로는 남서울CC, 중앙엔 금토산공원과 운중천 등이 있죠. 그야말로 살기 좋은 배산임수 지형이지요.”

투자 측면은 어떨까. 박 팀장은 “서판교로 이사간 고객들은 대부분 투자가치보다 주거환경을 중시한다”고 얘기했다. 아파트 시세로 비교하면 강남보다 저렴하고 분당, 동판교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판교의 대우 푸르지오하임이 3.3㎡당 2500만원대다.

서울 반포 삼성래미안이 3.3㎡당 5000만원에 거래되니 절반 수준이다. 분당 정자동 파크뷰와 동판교 금호아파트는 3.3㎡당 3000만원이다.

201104호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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