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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Forbes Excellence Award] 리더십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나의 리더십…
리스닝과 셰어링이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았다. 항공기로 600만 마일 넘게 날았다. 글로벌 CEO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 결과 휠라 한국 대리점 점주에 불과했던 그는 휠라코리아에 이어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최근엔 타이틀리스트(골프공), 풋조이(골프화 및 골프장갑), 스카티카메론(최고급 퍼터) 등 글로벌 골프 브랜드를 품에 안았다. 지난 5월 연 매출 13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 골프용품업체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이야기다.

그를 만난 것은 7월 16일 오후였다. 금요일(15일) 밤늦게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윤 회장은 “오늘이 휴일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이틀 뒤인 18일 50일 여정으로 일본과 유럽, 미국 출장을 떠났다. 일정대로라면 가을로 접어드는 9월 초에나 다시 한국에 오는 것이다. 그의 귀국 보따리엔 또 무엇이 담겨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윤 회장은 2011 포브스코리아 경영품질대상 리더십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나의 리더십은 정직과 성실, 그리고 리스닝(Listening)과 셰어링(Sharing)”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현장에서 뛰지 않는 CEO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일을 시킬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직과 성실, 리스닝과 셰어링

아큐시네트 인수 후 ‘1년의 절반은 해외에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출장에선 어떤 일을 하고 왔나?

“중국 내 골프 인구는 해마다 20~30% 늘어 현재 5200만 명이 넘는다. 휠라는 중국 2위 스포츠 기업인 안타(Anta)와 합작해 중국에만 6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풋조이 공장도 중국에 있다. 아큐시네트 차이나 본사가 있는 선전에도 들러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다. 경영의 핵심은 ‘현장 확인’ 아닌가? 가서 보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시를 분명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아큐시네트 인수를 통해 윤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인수전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 전략적 투자자로 제안을 받았던 지난 연말은 휠라 유럽 법인을 재조정하느라 밤샘 작업을 하는 등 도무지 틈이 없었다. 삼성증권의 제안을 거부했는데 하루 만에 미래에셋이 찾아왔다. 이후 미래에셋의 삼고초려가 있었고, 갈수록 조건은 우리에게 유리해졌다. 거부할 수 없는 조건에 손을 잡았고, 두 달 만에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본 것이다. 현재 휠라는 유럽과 미국에서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가도 상당히 올라 사상 처음으로 9만5000원대를 깼다. 아큐시네트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2005년 휠라코리아를 인수할 당시 휠라코리아 직원들이 퇴직금 정산을 통한 우리사주 구입 방식으로 부족한 자금을 채워줬다. 어떤 리더십의 영향인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 직원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사실 내겐 내세울 만한 리더십이 없다. 다만 스스로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움직이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는가? 최근엔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리스닝과 셰어링을 꼽고 싶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들은 정보에 대해 셰어링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내 경영의 중요한 화두다.”

월급쟁이로 시작해 글로벌 CEO가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은 2, 3세 경영인들과는 다른 리더십이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밑바닥부터 시작했으니 직원들의 마음을 (2, 3세 경영인보다) 더 많이 알 것이다. 현장을 안다는 것, 현장의 감이 있다는 것은 큰 무기다. 열린 경영도 중요하다. 직원이나 손님이나 내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다. 지나쳐야 할 문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허락을 받을 일도 없다. 직원들과 파트너에게 숨기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편하다. 한마디로 ‘패를 내놓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앞으로도 투명경영, 열린 경영을 지킬 것이다.”

최근 윤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보고 글로벌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수출 영업을 하던 사회 초년병 시절 김우중 전 회장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세계 경영’에 녹아 있는 그의 경영철학은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경영을 해야 할지 잘 보여주었다. 김 전 회장에 비하면 나는 아직 작은 존재다. 그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가 꾸었던 그 큰 꿈을 나도 꾸고 있다.”

윤 회장은 김우중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높이 산다고 했다. 그러나 윤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김 전 회장과 큰 차이가 있다. 사실 대우는 개발시대 국가적 지원을 받고 세계로 뻗어 나갔다. 물론 김 전 회장도 500만원으로 창업해 굴지의 대기업을 일궜다는 점에서 회사를 상속 받은 이들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휠라는 철저한 시장논리에 의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전 회장 때만 해도 국가가 산업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큐시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도 재무적 파트너로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이는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의한 것이다. 지금은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다.”

성공이란 말 좋아하지 않아

윤 회장의 이름 앞에는 늘 ‘샐러리맨의 우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하지만 휠라코리아를 만나기 전까지 그의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초등학교 교사이던 형의 집에 얹혀살았던 그는 재수 끝에 서울대 치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의대에 진학하고자 휴학했고, 결국 삼수를 해 당시 후기 대학이었던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외무고시에 여러 차례 떨어진 그는 다시 꿈을 접고 해운공사(현 한진해운)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계 회사 JC페니와 신발업체 화승 등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주로 했다. 그 경험으로 무역회사를 창업했지만 성공의 여신은 그를 피해 다녔다. 윤 회장은 평소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절반 이상이 실패담”이라고 강조한다.

기업가로 성공한 지금도 실패담을 접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성공의 자산은 경험, 특히 실패의 경험이다. 실패의 경험이 내 재산이다. 실패의 경험은 내 근성을 키웠고, 창의적 아이디어는 실패 속에서 나왔다. 오늘의 윤윤수가 있기까지 지구를 몇 바퀴 돌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만 440만 마일이다. 외국 항공사까지 합치면 600만 마일은 될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비행기 안에서 보낸 불면의 밤들, 긴장과 피로 탓에 맛을 느끼지 못했던 끼니들이 허다하다. 고생을 많이 했다. 아픔도 많았고, 그래서 상처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나와 직원들을 키웠다. 웬만큼 강하지 않고서는 우리와 맞붙으면 그들은 진다.”

당신에게 ‘성공’이란 어떤 의미인가?

“성공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공이란 단어는 무언가 하나로 고정시켜 억지로 확립해 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란 것은 한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면면히 이어지는 인생 속에서 존재하는 성취욕, 성취감 이런 것이 더 중요하다. 성취감만큼 짜릿한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회는 내 앞을 계속 지나간다. 그것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인수 성공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펼치게 됐다. 삼성, 현대차, LG 등에 이어 또 하나의 ‘한국 기업 브랜드’가 생겼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섰다는 지적도 있다.

“아큐시네트는 70년 전통의 회사로 미국인은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달래줄 필요가 있다. 또 미국에 제조공장이 여럿 있는데 그곳 노동자가 5500여 명이다. 기존 근로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파이팅해서 나갈 것인지 노사관리가 중요하다. 변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주인과 변하지 않으려는 직원들의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의류 및 아시아 시장에서 강점이 있는 휠라와 골프 공·골프 신발 등으로 미주 지역에 강점이 있는 아큐시네트의 결합은 두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아큐시네트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서 나갈 방향을 찾을 것이다.”

그는 8월 1일 아큐시네트 본사에서 대표이사 회장 취임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전 직원에게 새로운 비전을 선포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아큐시네트 CEO 취임은 내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9월 초까지 일본과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 뉴욕, 보스턴에서 글로벌 경영을 펼친다.

201108호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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