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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호텔 2015년 공실파동 온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알뜰 숙박객을 위한 비즈니스호텔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엔저·한일 관계 악화 등 외부 변수 탓에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꺾인 데다 호텔 공급 과잉으로 빈 방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2015년 공실 파동이 올 것이라는 우려다.

▎서울 명동 일대는 최근 3년간 비즈니스호텔 공급이 대폭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 불안과 호텔 공급 과잉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월 5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근처의 한 비즈니스호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시간대지만 호텔 로비는 한산했다. 1년도 안된 지난해 9월 비즈니스호텔 호황을 취재할 당시 외국인 관광객으로 혼잡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천공항에서 손님을 태우고 온 호텔의 25인승 셔틀버스는 좌석이 절반도 채 차지 않았다.

이 호텔의 주 이용객은 일본인 관광객이다. 중저가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일본 여성을 겨냥한 룸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일본에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 이 호텔은 중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준 때문이다. 총지배인은 “음주·흡연자가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피해 ‘일본인 관광객 전용 호텔’을 표방했지만 빈 방이 늘어 하는 수 없었다. 여행사들이 노골적으로 가격 덤핑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명동 일대 비즈니스호텔 대부분 우리와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국내 비즈니스호텔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서울 명동 중심가의 비즈니스호텔에 빈 방이 늘고 있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서울 명동 비즈니스호텔은 지난해 중반만 해도 객실 가동률(객실률)이 80~90%까지 갔지만 6월 들어 4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빈 방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 이미지가 추락할까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비즈니스호텔의 위기 원인으로 단기간에 공급이 급증한데다 일본인 관광객이 준 때문으로 본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1000만 외국인이 몰려온다’며 호텔이 부족하다고 난리였는데 하반기부터 비즈니스호텔이 속속 문을 열어 객실 공급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한일 관계 악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 빈방이 더욱 늘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 19일 현재 서울 지역에 88곳 1만3487실의 관광호텔이 세워지고 있다. 이 중 79곳은 올해 또는 내년까지 완공된다. 지난해 말 서울의 호텔 객실이 2만7112개인 것을 감안하면 50% 가까이 늘어 나는 셈이다. 여기에 계획 중인 호텔은 24곳 9503실이다.

최근 3년간 비즈니스호텔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서울 명동이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데다 화장품·패션 매장이 밀집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주로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텔 건물이 비즈니스호텔로 탈바꿈했다. 최근엔 을지로 입구 일대 건물이 명동·청계천을 연계한 비즈니스호텔로 바뀐다. 당초 오피스빌딩을 계획했던 사업시행자들이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로 계획을 바꾸고 있다.

올해 들어 비즈니스호텔은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까지 확장했다. 2년 전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이 개통되면서 이곳에 숙소를 잡으려는 중국·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는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호텔 두 곳이 문을 열었고, 두 곳이 건립을 추진 중이다. 터줏대감인 서교호텔도 기존 건물을 허물고 신축할 예정이다.

서울 명동 호텔 빈 방 증가

반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가장 큰 부분은 일본인 관광객 감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것을 기점으로 10월 -20.7%, 11월 -24.8%, 12월 -24%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입국한 일본인 관광객은 133만91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만7043명보다 26.3% 줄었다. 명동 입구의 한 화장품 매장 매니저는 “지난해 가을엔 중국어를 하는 직원 3명과 일본어를 하는 직원 3명을 뒀지만 올해 들어 일본어 직원 2명을 줄였다”며 “명동거리에 일본인 관광객이 넘친다는 것은 구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는 한일 관계 악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7월 10일자 보도에서 ‘한국관광 기피 현상의 배경에는 독도문제와 관련된 한일관계 악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성연성 국장은 “환율에 휘둘린 경향도 있지만 지난해 8월 이명박정부가 일본 국왕 사과를 요구한 것이 일본인 관광객 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이후 항공사와 호텔에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쳤고, 신규 예약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늘었다.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울 수준은 아니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인 관광객은 서울의 주요 호텔에 묵을 수 있는 구매력이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덜 그렇다”며 “경기도 수원과 시흥·안산 등 수도권 관광호텔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서울에 호텔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요금대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 국장도 “중국인 관광객이 안산까지 가서 투숙할 정도로 서울 도심에 방이 없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장님 코끼리 말하는 것과 같다”며 “중국인 관광객은 2인1실 조식 포함해 5만원대 상품을 요구하는데 서울 4대문 안에서 이것에 맞출만한 호텔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 한옥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 락고재(樂古齋). 한옥호텔 등 다양한 숙박시설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대실 영업’하는 비즈니스호텔 등장

그러다보니 숙박이 아닌 대실(貸室) 영업에 열을 올리는 비즈니스호텔도 있다. 7월 10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서교동 홍익대 주변의 한 비즈니스호텔.

서울 강남에서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은 이 호텔은 올해 이곳에 2호점을 냈다. 하지만 관광객이 줄면서 빈 방이 늘자 소위 ‘낮 장사’를 시작했다.

숙박요금은 디럭스룸 16만원, 스위트룸 25만원이지만 낮 3시간 동안 4만원에 대실 영업을 한다. 이 호텔은 모텔 검색 사이트에 등록하고 체험단을 모집해 ‘대실 체험’을 시키고 블로그 리뷰를 남기는 마케팅을 벌이는가 하면, 소셜커머스업체에 대실 가격을 공개하며 할인 행사도 하고 있다. 대형 모텔이 주로 사용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외국인을 겨냥한 호텔이 왜 대실영업을 하냐”고 묻자 안내 직원은 “유흥업소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 호텔은 이미 내국인을 상대로 대실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인근에 대학이 많아 젊은 층의 수요에 맞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관광객 수요는 외부 환경에 의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호텔 시설을 과잉 공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 전역에 호텔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는 서울시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급을 유도한 때문이다.

최근 시와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중장기 숙박수요 및 공급분석’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은 1242만명으로 4만8915실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3만3124실에 그쳐 1만5791실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에는 관광객이 지난해 두 배 수준인 1927만명으로 늘고 숙박 수요가 7만5874실로 예상되지만 공급이 5만1423실에 그쳐 크게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비즈니스호텔 건립 붐에 한몫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호텔 건립 시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관광숙박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상업지역의 경우 용적률이 600~1000%에서 900~1500%로 확대됐다. 그러자 공급 과잉으로 임대수익률이 떨어진 오피스텔을 비즈니스호텔로 바꾸는 일이 늘었다.

서울 명동·동대문 등 도심지역의 쇼핑몰·빌딩 운영업체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비즈니스호텔을 지었고, 오피스빌딩에 주로 투자하던 자산운용사들도 뛰어들었다. “자고 나면 호텔이 들어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업계에서는 비즈니스호텔의 인기를 사업성에서 찾는다. 비즈니스호텔은 객실에 투자와 운영을 집중하고, 고비용 시설물인 식음·부대시설은 최소화한다. 그만큼 인건비가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서울 도심권 비즈니스호텔은 객실률 65%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80%를 넘으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등록 호텔은 2007년 125개(2만1962객실)에서 2011년 148개(2만5160객실)로 증가했다. 2017년까지 설립이 추진 중인 호텔도 128개(2만7639객실)에 달한다. 보고서는 ‘2011년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733개 적었지만 2016년이 되면 수요 대비 공급이 2만개 정도 초과된다.

호텔업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은 2016년 외국인 관광객 수를 보통 1100만명, 최고 1400만명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지역 호텔 객실률은 각각 55.05%, 70.06%가 된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도 경고등을 켰다. 3월 초 ‘서울호텔시장 동향·수급전망 연구’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객실수요가 공급량을 밑돌아 이후 공급초과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객실 수요는 3만1899실로 공급량(3만2348실)을 소폭 밑돌 것으로 추정되며 객실은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 공급 초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 변정우 교수는 “어느 시점에, 무엇을 기준으로 했느냐가 중요하다. 호황일 때를 기준으로 했다면 예상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나 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보다 시장 규모는 통상 작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아직은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수요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신뢰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공급 과잉에 접어든 만큼 정교한 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 당국은 공급을 조절해야 하고 시장은 보다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발길을 잡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비즈니스호텔 진출도 비즈니스호텔 업계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호텔신라)·SK(워커힐)·한화(프라자)·롯데(롯데호텔)·신세계(웨스틴조선)·GS(인터컨티넨탈) 등 특급 호텔을 보유한 대기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앞다퉈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과 호텔신라는 2018년까지 40~50개의 비즈니스호텔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대기업이 비즈니스호텔을 선호하는 것은 최근 5년 특1급호텔 시장규모가 0.9% 성장에 그쳤고, 대규모 호텔 신축부지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호텔은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공사 기간이 짧으며 운영 효율성이 높다. 성연성 국장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 자본을 앞세운 입지 선점이 이들의 경쟁력 이다. 대기업 비즈니스호텔이 대거 문을 여는 내년부터 망하는 비즈니스호텔이 상당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 이끌려 과잉공급

부동산업계는 최근 4∼5년 사이에 극명하게 반전되고 있는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8년 0.45%에 그쳤던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2010년 4분기 7%대까지 치솟았다. 과잉 공급 탓이다. 짧은 시기 집중적으로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시장에서 외면 받는 상품이 됐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비즈니스호텔의 금융사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15년에는 시장에서 도태될 비즈니스호텔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영업 추이나 설비 투자 계획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세워지는 비즈니스호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신축 호텔이 기존 호텔과 경쟁해 살아남기위해서는 부티크호텔이나 병원·쇼핑 등을 접목한 복합테마호텔로 특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티크’란 본래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를 뜻한다.

부티크호텔은 각 객실과 로비에 특색 있는 디자인 개념과 인테리어를 적용한 중소호텔이다. 객실당 숙박비는 10만~20만원대로 기존 비즈니스호텔과 비슷하지만 로비 곳곳에 예술작품이나 조형물 등을 설치해 볼거리를 늘렸다. 2010년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 서울 이태원 호텔을 리모델링해 IP부티크호텔을 연 이후 개성을 살린 부티크 호텔이 조금씩 늘고 있다.

최근엔 한옥호텔도 주목받는다.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에 있는 락고재(樂古齋)가 대표적이다. 1934년 설립해 우리 역사와 언어·문학을 연구한 진단학회가 있던 곳으로, 140년 된 고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옥 부티크 호텔이다. 아궁이에 직접 참나무를 때고 약쑥을 방에 놓아 은은한 쑥향을 풍기는 등 한옥의 특색을 살렸다. 성연성 국장은 “이젠 객실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숙박시설의 다양화가 중요하다. 가족호텔·전통호텔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지던스호텔도 눈여겨볼만하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과 ‘프레이저 플레이스 스위트 인사동’을 운영 중인 프레이저 호스피탈리티 그룹은 7월 8일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을 개장했다. 이 레지던스호텔의 프리미어 객실에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시설이 있으며,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도 마련됐다. 조팽삼 대표는 “중단기 투숙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에 매우 적합한 아파트형 비즈니스호텔”이라고 소개했다.

시설 확충보단 호텔 고유의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변정우 교수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큼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가격을 낮춰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이 경우 만족도가 낮아 재방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가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재방문율도 높이고, 입소문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1308호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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