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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류현진 삼진 잡으면 넥센타이어, 첼시 골 넣으면 삼성 웃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선수들이 삼성의 영문로고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해 첼시가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삼성의 브랜드 홍보 효과는 크게 올랐다.



올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주역은 단연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 투수다. LA다저스의 로스앤젤레스 홈구장 경기는 세계 각지에 생중계됐고, 류현진 선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포수 뒤편의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광고판이 전파를 탔다. 타구가 외야로 날아갈 땐 외야 펜스의 현대자동차·LG전자 광고판이 선명하게 잡혔다. 삼진과 홈런·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국내 기업들은 짜릿한 홍보 효과를 만끽했다.

메이저리그 경기장 광고판의 연간 광고비는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광고를 게재한 기업의 브랜드 홍보효과는 그 수십 배에 달한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올 시즌 총 관중이 7403만 명에 달했다. TV로 보는 전 세계 시청자는 연인원 수십억 명에 달한다.


이장환 넥센타이어 글로벌마케팅담당 이사는 “넥센타이어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LA다저스를 포함해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 메이저리그 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현지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 ‘쑥쑥’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가 지닌 감동과 매력이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많은 기업이 선호한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이후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 순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 기대 효과로 ‘기업 이미지 향상’(7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저서 『스포츠팬을 잡아라(The Elusive Fan)』에서 ‘스포츠가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가 된 것은 스포츠 마케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은 올림픽·월드컵 등 빅 이벤트의 스폰서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후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특정 팀·선수·경기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05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첼시FC와 스폰서십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첼시 선수단의 유니폼 가슴 부분과 경기장에 삼성 브랜드를 노출하면서 ‘삼성=첼시’ 이미지를 심었다. 첼시가 2011~2012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삼성전자는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이 같은 스폰서십은 2004년 17조원이던 삼성전자의 유럽매출이 지난해 45조원을 넘어서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9월 첼시와 2015년까지 스폰서십을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 계약금은 1500만 파운드(약 270억 원)로 알려졌다.(60쪽 참조)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도 치열한 스포츠 마케팅 현장이다. 결승전이 열리는 일요일은 ‘슈퍼선데이’로 불린다. 미국 내 시청자만 4000만 명이 넘고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이 TV 중계를 시청한다. 슈퍼볼의 TV광고 단가가 초당 1억 원을 넘지만 그 효과는 엄청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가 2008년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시작해 올해까지 6년째 지속했다. 기아차가 올해 슈퍼볼에서 선보인 ‘우주에서 온 아기(Space Baby)’ 편의 쏘렌토R 광고는 일간지 USA투데이가 실시한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54개 중 6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프로미식축구 경기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고객이 삼성 HDTV를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했다. 북미 HDTV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올림픽 무선통신부문 공식 후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브랜드가치 조사 전문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002년 34위에서 10여년만인 올해 8위로 뛰었다. 돈으로 환산한 브랜드 가치는 2000년 31억 달러에서 올해 396억 달러로 커졌다.

현대·기아차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업체로도 활동한다. 1999년 시작한 이후 후원 연장을 통해 2022년 축구월드컵까지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의전·운영을 위한 공식 차량을 제공하면서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크리켓 대회를 1999년부터 후원한다. 현지 경제전문지 4Ps에 따르면 올해 LG전자는 인도 시장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8위에 올랐다. 가전부문에서는 1위였다.

축구와 야구·미식축구 등 인기 스포츠의 스폰서십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로운 마케팅 영역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모터스포츠 마케팅이다. LG전자는 2009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 F1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했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F1은 매년 20개국에서 연중 치러진다. 세계 128개국에 생중계되며 시청자 수는 약 6억 명이다.

선수의 헬멧·옷·포뮬러 머신 심지어 정비인력 복장에도 LG 등 후원사 로고가 들어간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세계 3대 자동차 경주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팀으로 참가한다. 현대차가 개발한 ‘i20 월드 랠리카’는 연 13차례에 걸쳐 유럽 등지에서 폴크스바겐 폴로, 시트로엥 DS3 레이싱카와 경합한다. 현대차는 연간 1000억원가량의 돈을 모터스포츠 마케팅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등 타이어 업계도 대회 참가 차량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제현 계명대 교수(스포츠마케팅학)는 “인기 스포츠 경기에 대한 스폰서십은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주요 대회·팀과 스폰서 기업의 이미지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삼성이 올림픽과 첼시를 후원하면서 세계적인 기업, 1등 기업으로 인식된 것도 이 같은 효과 때문이다. 특히 해외자본과 기업에 배타적인 지역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이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다.”

선택·집중 투자로 현지 진출 모색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다. 삼성과 LG는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엄리그(EPL)에는 투자하면서 스페인·프랑스·독일 축구리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EPL이 가장 큰 무대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리그까지 투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LG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 선수의 맹활약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자 소속팀인 레버쿠젠과 스폰서 계약을 했다. 레버쿠젠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LG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정희윤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장은 “삼성이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은 영국의 인기 스포츠인 럭비와 승마에 오랫동안 투자한 덕분이고, 또 LG전자가 인도에서 관련 부문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영연방 국가의 인기 스포츠 크리켓에 투자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지인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에 반영하는 현지화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러시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2018년 축구 월드컵 등 빅 이벤트를 앞둔 만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건축물·도로 등 낙후된 산업 인프라를 현대화하기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쓰레기 처리, 정수 등 환경산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산업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도 러시아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시장에서 6년 연속 냉장고·전자레인지·청소기 부문 1위를 유지하는 삼성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후원사인 점을 활용해 활발한 올림픽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혁신적인 기술·제품을 SNS와 연계한 ‘소셜 올림픽’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 글로벌 블로거 프로그램’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선발된 젊은이들이 소치를 방문해 선수들의 생생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SNS를 통해 전파한다. 심현승 제일기획스포츠마케팅 그룹장은 “과거 마케팅이 광고 위주였다면 최근 디지털·모바일 등 SNS 환경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 마케팅 역시 단순한 브랜드 노출을 넘어 소비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희윤 소장은 “기업이 스포츠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출 등 영업 확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것이지만 스폰서는대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 노출에 그치지 않고 신제품을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인맥을 넓히는 수단도 된다. 가령 월드컵 스폰서로 VIP실 티켓을 제공하면 아랍 부호와 2시간 면담이 가능하고, 골프대회 스폰서가 되면 프로암 대회를 통해 해외 저명인사와 4시간가량 동행할 수 있다.”




201312호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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