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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 - 화장품과 수입차 럭셔리에서 만나다 

CAR & COSMETIC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김광석 참존 회장은 요즘 날 듯하다. 화장품은 중국 항공사 기내 면세품으로 입점했고, 수입차 판매는 날개 돋쳤다. VIP회원 25만명을 관리하며 럭셔리 사업의 히든챔피언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광석 참존 회장은 화장품과 수입차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가 필요한 럭셔리 사업이라는 것이다.



1980∼1990년대 TV에서 방영됐던 참존 화장품 광고엔 청개구리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샘플만 써 봐도 알아요”라는 광고카피는 신선했다. 공짜로 나눠주는 샘플만 사용해도 피부가 달라지고 결국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 청개구리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창업자인 김광석(75) 참존 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컨트롤크림은 서울 강남 일대 상류층 여성들의 입소문 덕에 대히트를 쳤다. 크림 타입 클렌징제품만 쓰던 시절 국내 최초로 출시한 클렌징워터와 클렌징티슈도 큰 인기였다. 희고 깨끗한 피부를 원하는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브랜드숍이 화장품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참존의 위치는 흔들렸다. 1990년대 말까지 순이익 기준 화장품업계 2·3위였던 알짜 회사는 2010년 적자 전환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월 16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참존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내 판단 착오였다”고 말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팔 곳이 없으니 정말 막막했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최고급 원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백화점과 면세점 유통에 집중했고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 정신 확고

최근 참존 화장품은 봄날의 개구리처럼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국내 최초로 남방항공·에어차이나 등 중국 4대 항공사에 면세품으로 입점했다.

기내 입점은 항공사가 품질·가격·소비자 선호도 등을 꼼꼼히 따져 선정한다. 특히 연간 이용객이 수억 명에 달하는 중국 항공사에 실리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어 각국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다.

남방항공은 연간 탑승객이 9000만 명에 달해 ‘하늘 위의 거대 시장’으로 불린다. 김 회장은 “세계 10여 개 브랜드와 경쟁해 중국 항공사의 선택을 받았다”며 “30여년간 기초화장품 한 가지에 집중해온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일본 QVC TV홈쇼핑에서 3년 연속 베스트셀러 브랜드에 선정됐다. 1992년 한국기업 최초로 일본 후 생성으로부터 화장품 판매업 허가를 받은 참존 화장품은 2002년 QVC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비비크림, 지이 스킨케어 시트 등 다양한 제품의 매출이 늘면서 전체 해외 매출의 30%를 일본에서 거둔다. 참존 화장품이 중국·일본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김 회장이 늘 강조하는 ‘품질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꼿꼿한 품질주의 때문이다. 사업 초기부터 그는 “품질 하나만큼은 최고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 중구 충무로에 피보약국을 연 그는 피부전문약품을 개발해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의약분업 전이어서 약사도 의약품 조제가 가능했다”며 “당시 유행했던 ‘왜옴’(동경올림픽 이후 유행했던 옴의 일종)을 치료하면서 피부질환 전문약국으로 이름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동료 약사들의 약품지원 요청을 들어줬다가 ‘무허가 약품제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아파트 한 채에 500만원이던 당시 8억3000만원의 벌금(약국 총매출의 5배)은 그를 사업으로 이끌었다. ‘약국 운영으로는 도저히 벌금을 낼 길이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1984년 화장품회사를 차렸고, 5년 뒤인 1989년 12월 벌금을 모두 갚았다. 컨트롤크림의 대히트 덕분이었다. 그는 “어떤 화장품에도 뒤지지 않는,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하는 것은 절대 안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타사의 인기 제품을 모방하고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새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색조화장품이 인기를 끌어도 품질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기초화장품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청개구리 박사’라고 불렀고, 광고대행사에선 이 이미지를 광고에 넣었다.

참존의 성공에는 3S(Sample, Seminar, Service) 마케팅 전략이 존재한다. 첫째 샘플전략이다. ‘샘플만 써 봐도 알아요’ 광고 캐치프레이즈는 지금도 상업광고의 모델로 꼽힌다.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지자 타사에서 ‘참존은 샘플만 좋게 만든다’는 말을 흘릴 정도였다. 이 같은 선서비스·후판매는 지금도 계속된다. 참존 사옥 스킨타운에서는 케어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화장품 효과가 뛰어나다보니 ‘약사 출신이 항생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등을 넣어 만들었다’는 모함도 있었다. 악소문은 날개를 달았고, 점주들이 반발했다. 김 회장은 “우선 점주들을 모아 우리 화장품과 약용 화장품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했다”며 “이후 대상을 고객들까지 넓혔다”고 했다.

김 회장이 직접 원주공장으로 고객들을 데리고 가서 강의도 하고 생산현장 안내도 맡았다. 고객과 기업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세미나 전략이었다. “원주공장 세미나 프로그램은 이미 25만 명의 고객이 다녀갔고 그들은 모두 참존 화장품 마니아가 됐다.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최고의 광고가 된 셈이다.”

마지막 전략은 서비스다. 그는 “품질은 더 좋게 가격은 더 저렴하게, 이것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라고 말했다. 참존은 5년 전 프리미엄 브랜드 ‘참인셀’을 선보였다. 토코페롤과 비타민C를 합성해 ‘토코비타씨’라는 신물질을 개발해 만든 제품이다. “미백효과가 뛰어나지만 수용성이라 화장품에 섞이지 못하는 비타민C를 노화방지에 좋은 토코페롤과 합성해 화장품으로 만들어 냈다. 그 결과 미백 효과는 12배 증가, 안티에이징 효과는 5배 증가했다. 효과가 뛰어나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참존 화장품은 현재 중국·일본·미국과 유럽 등 20개국에 수출한다. 특히 신흥부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중국에서 참인셀의 인기가 높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 300억원 중 200억원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중국 4개 항공사가 기내 면세품으로 선정한 것이다.

최근 참존은 날개를 하나 더 달았다. 아들들이 아우디·람보르기니·벤틀리 등 독일의 폴크스바겐그룹이 생산하는 3대 명차의 국내 수입을 맡고 있다. 장남인 김한균 참존 부회장은 참존모터스를 맡아 2004년부터 아우디 대치전시장과 송파전시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2136억원 매출을 올렸다.

김 부회장은 또 이탈리아 스포츠카 람보르기니의 공식 수입판매원인 참존임포터를 맡고 있다. 차남 김한준 참존 사장은 참존오토모티브를 세워 럭셔리카 브랜드인 벤틀리와 손잡았다. 국내에서 벤틀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443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수입차 판매사업을 시작했을 때 2세들이 본업과 전혀 무관한 업종에 진출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고 적자도 났지만 이제는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김 회장은 “처음엔 월 20대 정도 팔려 걱정이 태산이었다”며 “매달빠져나가는 판매관리비가 무서웠지만 최근 5년 동안 판매가 급성장하며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남과 달리 가야 성공한다

자식들이 아버지가 일궈놓은 화장품제조가 아닌 수입차 쪽에 진출해 서운하지는 않았을까? 김 회장은 “나는 기업경영자 이전에 약품과 화장품을 개발하는 기술자이자 전문가”라며 “아무래도 아들들이 이런 아버지의 위상에 힘들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영역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에겐 2014년이 남다르다. 참존 화장품 창립 30주년, 참존 모터스 창립 10주년이기 때문이다. 그는 화장품이나 수입차나 최고의 가치를 판매하는 럭셔리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틀리가 한국 판매법인을 모집하자 30여 곳에서 경쟁을 펼쳤다”며 “우리가 보유한 25만 명 VIP고객 리스트가 그들에겐 선택의 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수입차는 별개의 시장이 아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마니아층을 겨냥한 럭셔리 사업이다. 우리에겐 그 타깃인 VIP가 많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아들들에게 “절대로 남 따라하지 마라”고 강조한다. 본인이 사업을 시작했던 시절의 초심을 들려주는 것이다. “남을 따라하다 보면 정작 내가 가야 할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또 집중력이 떨어진다. 자신 있는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히든챔피언이 되는 길이다.”

201402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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