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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S - 매출·수익보다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 

SHOWROOM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박종욱 로얄&컴퍼니 대표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쇼룸과 갤러리를 만들고 동남아가 아닌 국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짓는다. 저가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가치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서울 논현동 갤러리 로얄엔 욕실 제품을 이용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차경철 교수(금속공예학)의 작품 ‘세면대 combination’은 로얄&컴퍼니의 로고 ‘R’을 형상화한 작품. 박종욱 대표는 작품 내 빨간 수전(수도꼭지)은 로얄&컴퍼니의 스완 싱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논현동 학동역 인근엔 인테리어 관련 기업과 매장이 모여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이 로얄&컴퍼니 서울 사옥이다. 박종욱(52) 로얄&컴퍼니 대표는 2006년 이곳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300억원을 들여 사옥에 ‘갤러리 로얄’을 만든 것. 이곳엔 쇼룸 외에도 아트갤러리·북카페·강의장·와인바·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사무실 공간보다 큰 규모다.

박 대표는 “쇼룸을 찾은 고객이 우리 회사 양변기·수전(수도꼭지)·욕조를 구경하면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며 “고객에게 욕실에도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의 쇼룸이라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 상품 전시만으로는 아무리 잘 꾸며도 재방문율이 떨어져요. 이를 극복하려고 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욕실시장도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즉 B2C로 갈 것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중요했죠. 브랜드 가치라는 게 없으면 시장은 더 저렴한 것을 원합니다. 결국 산업은 무너지고 소비자 또한 고급스러움, 편안함을 경험할 수 없게 됩니다.”

설계자인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가파른 오르막 지형을 평평하게 고르지 않고 건물 안에 그대로 끌어 들여 땅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과 높은 층고는 개방감과 여유로움을 더한다. 박 대표는 “외관은 디자인을 강조했다면 내부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며 “2006년 전시장을 오픈할 당시만 해도 이런 공간 개념이 없어서 일본을 여행하며 모델을 찾았다”고 했다.


▎갤러리 로얄은 매년 1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문화강좌(사진) 뿐만 아니라 북카페, 전시장 등을 갖췄다.
갤러리 로얄은 매년 1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쇼룸을 찾는 고객은 갤러리에 올라가 작품을 감상하고 북카페나 식당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 반대로 강의실과 갤러리를 찾는 사람은 내친 김에 지하로 내려와 쇼룸을 둘러본다. 갤러리 로얄의 성공은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유사한 문화공간을 만들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 욕실은 어수선해’ 고정관념 깨다

로얄&컴퍼니는 1970년 창업한 이후 수전·양변기·샤워기·비데 등 1000여 가지 욕실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부친인 박신규 회장의 뒤를 이어 1999년 CEO에 올랐다. 창업자의 아들이지만 그는 생산직부터 시작했다. 입사 후 1년 동안 일본 욕실용품 업체 토토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고 국내로 돌아와 10여 년간 영업·기획 등 부서 전반을 두루 거쳤다. 그는 “일본 연수 때는 생산현장에서 쇳물도 붓고 도기 제작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직원들에게 일 시키기 전에 먼저 어떤 일인지 경험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로얄&컴퍼니의 장점으로 기술력을 꼽는다. 하지만 그동안은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가치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시장이 기업간 거래(B2B)라서 의사결정 주체가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갤러리 로얄이다.

업계에서 호평 받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 ‘로얄컴바스’ 또한 같은 고민에서 개발됐다. “한국 욕실문화는 욕실과 화장실 구분 없어 늘 물이 튀는데 이게 비데 등 전자제품 고장을 일으킵니다. 게다가 욕실은 이것저것 물건이 많아 어수선해 보이죠. 욕실 내 모든 기기가 튀어나와 지저분하다는 점을 인식한 데서 제품 개발이 시작됐어요. 그걸 바꾸려면 벽에 매립해야 하는데 벽 두께가 얇아 한계가 있고, 일단 매립하면 고치기가 쉽지 않아요. 사소한 것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모두 뜯어야 합니다. 타일과 벽을 깨야 해요.”

로얄&컴퍼니는 모듈화로 그 해답을 찾았다. “매립의 한계를 극복한 게 모듈입니다. 모듈에다 레고 조각을 맞추듯 세면기, 양변기 등 원하는 제품을 맞추면 돼요. 벽을 뜯을 필요도 없죠. 여기에 세면기 좌우 등 비어있던 공간에 수납장을 만들어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품질은 물론이고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으로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를 확실하게 알리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로얄&컴퍼니는 샤워기·세면대·양변기 등을 한 모듈에 넣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욕실 공간을 바꾸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정보기술(IT)기술을 접목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욕실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리모컨을 누르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 온도가 저절로 맞춰지는 식이다. “전자샤워기, 비데 등 우리는 오랫동안 물과 전기를 연구했어요. 그 노하우로 욕실에 전기를 들여와 IT와 접목함으로써 가장 편리한 욕실을 만들어냈어요. 물을 만져볼 필요 없이 리모컨으로 온도를 맞추면 되고, 퇴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욕조에 물을 받아 놓을 수도 있죠.”

로얄&컴퍼니는 2005년 매출 500억원 돌파에 이어 2010년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2011년 1030억원, 2012년 105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매출은 1150억원으로 예상된다. 수년간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최근 다소 정체된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 크다. 박 대표는 “그래서 B2C로의 전환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2C를 통해 욕실 브랜드를 알리고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동산 경기의 부침에 휘둘리지 않고 개별 소비자와의 만남을 통해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요.”

최근 매출 신장에 한계를 느낀 중견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 대표는 ‘우리와 관련 없는 분야에는 눈 돌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대신 아이템을 늘리고 유통라인을 다양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최근 많은 기업이 인테리어산업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주방가구로 시작한 한샘도, 화학기업인 KCC도 인테리어산업에 뛰어들었죠. 우리 또한 욕실사업을 기반으로 인테리어산업에 진출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인테리어의 핵심은 욕실과 주방입니다. 두 곳 모두 물을 사용하는 곳으로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곳이죠. 이곳의 솔루션을 누가 먼저 개발하고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박 대표의 방에는 커다란 조감도가 걸려 있다. 2014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경기도 화성시 ‘화성센터’다. 본사·연구소·생산공장·물류창고·전시장·갤러리·연수원 등이 들어서는 복합공간이다. 대지와 연건평이 각각 10만㎡(약 3만평)에 이른다. 박 대표는 “서울과 인천 등으로 분산된 업무 환경이 한곳에 모이면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화성센터를 내수시장의 생산 공장이자 해외시장 연구개발(R&D)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이 센터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는 건 건설경기 불황으로 대다수 건자재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는데 반해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토지와 건축비로 약 2000억 원이 투자됐다. 기업 규모로 볼 때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사실 화성센터 건설은 잘 드는 칼날을 쥔 듯 조심스러운 프로젝트입니다. 동종업계에서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생산지를 찾아 가는데 우리는 역주행하는 셈이잖아요. 어느 것이 옳은 결정인지는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시장이 저가상품과 고가상품 투 트랩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최 대표는 인터뷰 내내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다. 저가·저품질 제품을 수입해 가격으로 승부하는 최근 업계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저가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이 아니라 차별화된 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인식돼야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매출보다 수익성이 중요하고, 수익성보다 브랜드 가치가 위대합니다. 우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부심이 담긴 고급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입니다.”

201401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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