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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NTHROPY | LIBERIA - 미국 CEO들의 아프리카 살리기 

 

RANDALL LANE 포브스 편집장
지난해 10월 포브스는 자선사업가와 민간 전문가 12명을 데리고 라이베리아를 3일간 방문했다. ‘자선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아이디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라이베리아 시민 400만 명 중 25만 명이 내전으로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초토화됐다.



서부 아프리카 최대의 열대우림이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젊은 여성 로즈가 그늘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최근 그는 라이베리아의 외딴 마을 제그베이를 가로질러 쉼 없이 흙길을 걸어간 적이 있다. 5개월 된 딸 블레싱의 열이 너무 심해 등에 업고 가장 가까운 보건소를 찾아 길을 떠났다. 보건소까지는 걸어서 2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아기는 길 떠난 지 5시간 만에 숨졌다.

딸을 먼저 보낸 로즈의 가슴에는 구멍이 뚫렸다. 전 세계에서 13만9000명만이 사용하는 아프리카 크란족의 언어로 로즈는 담담히 그때의 악몽을 얘기했다. 제그베이에서 죽음은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2년간 주민 250명의 작은 마을에서는 5살 미만의 아이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곳의 기대 수명은 29세로,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 중세 유럽의 평균 수명과 동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라이베리아는 세계 8위의 빈곤국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라이베리아는 14년에 걸친 내전에 휩싸여 있었다. 소년병, 끊임 없는 강간, 마체테(machete, 아프리카에서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칼)로 목이 베인 사람 등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끔찍한 악몽은 다 발생했다. 라이베리아 시민 400만 명 중 25만 명이 내전 중 목숨을 잃었고, 국가 기반시설과 경제는 초토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로즈의 비극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고, 불가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라이베리아는 다른 아프리카와 다르다. 여성 평화운동으로 내전이 끝났고, 아프리카 최초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다. 엘렌 존슨 서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201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과 창업 정신을 라이베리아의 장기적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라이베리아의 지도층은 국가가 제대로 서고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시장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고 라이베리아 상업부 장관 악셀 애디가 말했다. “스스로 설 수 있는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미국에 라이베리아를 돕는 일은 궁지에 빠진 가족 일원을 보살피는 것처럼 윤리적 의무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라이베리아는 해방된 미국 노예들이 세운 국가다. 1820년대 노예 해방과 함께 (대부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노예들을 고국 아프리카로 보내 문제를 해결하자는 무책임한 계획이 나왔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돌아간 흑인들은 라이베리아를 세웠다. 수도 몬로비아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제임스 몬로 이름에서 땄다.

라이베리아 국기를 보면 붉은색·흰색·푸른색으로 됐고, 미국 성조기처럼 줄무늬와 별무늬가 있다. 화폐 단위는 달러이고 라이베리아 지도는 버지니아, 메릴랜드, 벙커힐 등의 미국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

라이베리아 구제 의료진 공급이 답

이런 근거를 머리와 마음에 담은 채 포브스는 지난해 6개월 간 사회적 실험을 실시했다. 어느 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세계 최고 기업가와 자선사업가를 한자리에 모은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결과를 알기 위해 포브스는 라이베리아를 제2차 포브스 400 자선 정상회담(Forbes 400 Summit on Philanthropy)의 중심 주제로 삼았다.

지난해 6월 150명 이상의 억만장자와 재벌이 참석해 개도국을 어떻게 도울지 조별 논의를 가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포브스에서 자선사업가와 자선사업에 관심이 깊은 민간 전문가 12명을 데리고 라이베리아를 3일간 방문해 정상회의에서 논의했던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로즈의 다음 세대와 또 그들의 자녀가 희망을 가진다면 그건 바로 라즈 판자비(32) 같은 사람들 덕분이다. 라이베리아 출신의 판자비는 하버드 의과대학 교직원이자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Mountains Beyond Mountains)』으로 유명한 폴 파머 박사의 제자다.

공부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판자비는 제그베이와 같이 척박한 곳에서는 구호 활동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호는 시간만 벌어줄 뿐, 22시간이나 걸어가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말라리아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블레싱을 치료하는 약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고 비싸지도 않아 ‘의료 기술의 발전’ 또한 라이베리아 상황에서 답이 될 수 없다.

답은 의료진 공급에 있다. 의료 서비스는 라이베리아 도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내전이 끝난 후, 라이베리아에는 51명의 의사만이 남았다. 그래서 판자비는 비영리 단체‘라스트 마일 헬스(Last mile Health)’를 설립하고 똑똑한 마을 주민을 모집해 의료 교육을 했다. 교육을 마친 이들은 ‘현장 의료진’으로 임명해 각 마을에 배정했다.

이들은 라이베리아 열대 우림 마을에 거주하는 3만 명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고 백신을 접종하는 한편 약을 처방했다. 실업률이 85%나 되는 지역에서 라스트 마일 헬스는 이들에게 60달러의 월급과 백신 접종 및 태아 검진 등 업무 달성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현재 41개에 이르는 라스트 마일 헬스 시범 마을에서는 아동 사망률이 33% 이상 감소했다. 태아 검진을 받는 임산부 수는 15%에서 97%로 급증했다.

마을 주민들은 판자비의 라스트 마일 헬스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생사를 바꿔놓을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라스트 마일 헬스의 제그베이 출범을 돕기 위해 마을을 방문한 포브스 파견팀은 영웅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모건스탠리 스미스 바니 전임 사장인 찰리 존스톤(59)은 마을 대표 어르신으로부터 생닭을 선물로 받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재활용 시범 프로그램으로 300개 일자리 창출

헬리콥터를 타고 몬로비아로 돌아오는 길에는 라이베리아가 가진 풍부한 자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다와 가까워지자 아르셀로미탈이 이끄는 철광석 채굴 프로젝트가 대단위 면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해안가는 ‘플로리다의 골드코스트가 200년 전 저런 모습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고 있었다. 눈부신 하얀 모래가 푹신하게 깔린 백사장 옆에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낙원이 있었다. 수십㎞에 걸쳐 펼쳐진 장관은 수도 몬로비아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해변이 있는 라이베리아지만, 수도는 아프리카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골고루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대서양과 마주한 몬로비아 최대 빈민가 웨스트 포인트에서는 7만5000명의 주민이 수도나 전기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 위생조차 보장되지 않는 판잣집에서 산다.

여기에서는 상업이라고 해 봤자 생존을 겨우 보장하는 수준이다. 앙상하게 마른 생선을 몇 페니의 푼돈에 팔거나 매춘부들이 1달러에 몸을 판다. 매춘부 중에는 10세 어린 소녀도 있다. 그러나 골목 한 쪽 끝(웨스트 포인트에는 거리 이름이나 번지수가 없다)에서는 뭔가 야심 찬 노력이 진행중이다.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종자돈을 지원하고 정부가 10%의 자금을 담당하는 재활용 시범 프로그램으로, ‘쓰레기를 돈으로(trash-to-cash)’ 바꾸자는 취지를 내걸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3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생계 지원을 받는 부양 가족의 수까지 모두 합하면 2000명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 수혜자들은 웨스트 포인트의 거리와 상하수도에 널린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를 새로운 물건으로 재활용해 총 12만8000달러를 벌어들였다.

나무문을 활짝 열자 프로그램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 받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2교대로 근무하는 15명의 미혼모가 뒤뜰의 작은 헛간과 다름 없는 좁은 공간에서 낡은 재봉틀 앞에 앉아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이들은 이곳에서 플라스틱 병을 새롭게 디자인해 세련된 모자와 배낭, 코트로 변신시키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만 달면 뉴욕 부티크에서 수백 달러에 팔릴 만큼 고급스럽다. 생산비용이 거의 안 든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경제적 기회다.

프런티어 시장의 매력은 높은 성장 잠재력

라이베리아가 흥미로운 국가로 인식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국민을 지원했을 때 예상되는 잠재적 투자 수익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라이베리아 같은 프런티어 시장은 선진국이나 신흥국과 아주 멀리 떨어져 보인다”고 포브스 라이베리아 방문팀에 합류한 시티 파이낸셜의 로버트 헤인 회장은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는 다양성과 높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프런티어 시장은 개발이 안 됐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도 그만큼 크다.”

포브스 사찰단이 방문 막바지에 라이베리아 신흥기업과의 네트워킹을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몬로비아 시청 건물에서 개최된 라이베리아 최초의 기업가 교류 모임에는 400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여러 이슈가 있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부패다) 세계은행은 라이베리아를 아프리카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5대 국가 중 하나로 꼽는다. “라이베리아는 기업을 맞을 준비가 됐다”고 상업부 장관 애디가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나를 비롯한 정부는 기업가 여러분을 믿고 있다.”

기업가들의 언어는 영어보다 더 뛰어난 만국 공통어다. 투자금 모집과 사업 성장에 관한 패널 강연이 끝난 후 비공식적으로 마련된 대화 자리는 곧 열띤 네트워킹의 장으로 발전했다. 모든 참가자들 손에는 수십여 장의 명함이 쥐어져 있었다. 라이베리아의 한 디자이너는 대화를 하기보다는 미국 기업가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보여주는데 더 열중했다. 그는 50억 달러 이상의 뉴욕 부동산을 보유한 프랜신 르프락에게 ‘라이베리아산’ 도장이 자랑스럽게 찍힌 알록달록한 모자 2개(30달러 상당)를 건네줬다.

온라인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사업가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운영되는 페이팔이 라이베리아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해 미국 대사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주 라이베리아 미국 대사는 온라인 결제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와 지원으로 발전이 예고된 라이베리아

마지막 세션에서는 라이베리아 유망 기업주들에게 자본 및 거래 파트너를 소개하는 비영리 단체 빌딩 마켓이 서부아프리카 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샤크 탱크’에 참여할 9명의 기업인을 선택했다. 뛰어난 기업인을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플랜테인에서 밀가루를 제조하는 업체, 현지 쌀 재배농가를 통합해서 전국적인 생산 및 유통업체로 거듭나려는 기업, 두 개의 전기 업체 등이 참여한다. 수도 이외의 곳에서는 전기 공급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 기업가의 계획은 아주 야심차다. 시티 파이낸셜의 헤인 회장은 새롭게 발견되는 철광석 생산지에 컨테이너 트럭을 공급하자는 사업 아이디어에 특히 관심을 표명했다.

헤인 회장은 대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길 희망한다. 빌딩 마켓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그는 현재 5000만~75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프론티어 시장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라이베리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르프락과 킹은 각자 라스트 마일 헬스에 참여한 마을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킹의 경우,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스탠퍼드 프로그램을 라이베리아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놀라운 결실은 라즈 판자비가 100만 명의 라이베리아 국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을 약속 받았다.

국내총생산(GDP)이 17억5000만 달러 정도인 곳에서 이는 커다란 진전이다. 포브스는 라이베리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노력의 결실을 앞으로도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1994년 라이베리아 여성 운동(Liberia women Initiative)을 시작하고 내전 종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마더 메리 브라우넬은 이렇게 말했다. “선교 임무를 나갈 때마다 이런 노래를 불렀다. ‘어디로 가는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린 앞으로 간다네.’”




201403호 (20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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