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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달인 ⑬ DUDUWON - “장의 융모세포 살려야 건강하다” 

 

글 고종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대표 사진 김현동 사진기자
콩을 이용한 발효 요구르트를 만드는 두두원의 윤기천 회장은 뚝심 있다. 장에 흡수가 잘되게 콩단백질을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복합아미노산을 만들었다. 10여 년동안 1600여 번의 실험 끝에 일궈낸 성과다.

▎콩단백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윤기천 두두원 회장. 촬영 장소는 아산의 두두원 생산 공장이다.



지나간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얼굴은 주름지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덧없는 세월을 노래한다. 삼라만상이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종교인이 아니고서야 무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하물며 하루하루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사업가라면 더욱 그러할 터. 하지만 누구라도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면 ‘득도의 길’은 그리 멀지 않다.

두두원의 윤기천(65) 회장. 콩을 이용한 발효 요구르트를 만든다. 매출이 적다보니 회사규모는 보잘것없다. 화려한 마케팅도 없고, 유통이나 영업조직도 전무하다. 오로지 제품 하나에만 매달려 10여 년의 성상을 보냈다. 그는 조급하지 않다. 세상의 이치대로, 언젠가는 보석(제품)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형형한 눈매와 위엄 있는 말투, 그리고 제품에 대한 열정은 종교인의 신념에 가깝다.

윤 회장의 전공은 합금이다. 대학(고려대)에서 금속재료공학을 공부했다. 1970년대 초 ROTC 장교로 철책근무를 하고 돌아와서도 대학원에서 다시 제조야금학에 매진했다. “합금 작업은 서로 다른 금속을 섞어 특수목적, 예컨대 마모나 부식에 강하거나, 전기전도가 잘 되는 금속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품의 친화력이나 화학적 특성을 잘 알아야하고, 금속끼리 만나 안정적인 결합을 해야 하니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죠.”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진득한 성품이 아니고서야 쉽게 터득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촉망받는 공학도였던 윤기천은 졸업 후 방위산업체에 특채됐다. 이도 잠시,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했다. 한 기업이 그에게 CEO를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를 원하는 기업은 적자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잘 나가는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는 외형적인 대표자리나 높은 보수가 아닌 ‘도전’을 택했다.

“당시 자동화 시설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왔습니다. 우리의 용접기술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수동이어서 생산성이 낮았습니다.”

31세에 사장으로 부임한 윤기천은 회사의 면모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용접기술을 반자동에서 자동으로, 이후엔 자동로봇까지 만들어 수입을 대체했다. 회사는 직원 500여 명, 순익 500억원에 이르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거듭났다. 1987년엔 일본회사와 합작한 덴겐사(電元社)를 만들어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1998년 11월 그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용접용 자동로봇을 국산화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로봇은 소재와 기계·전자·전기를 융합한 메카트로닉스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메카트로닉스는 공학 분야에선 종합예술인 셈이었으니 그의 성공은 만개한 꽃과 같았다.


▎17종의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쏘이프로’.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대주주인 오너와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다. 독일합작 건에 대한 견해차로 그는 1999년 3월, 20년 가깝게 공을 들여 키워온 회사를 등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갑상선질환까지 얻었다. 살기 위해, 그리고 명예를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장 건강에 좋은 ‘쏘이프로’ 개발

50세 전후에 시작한 제2의 인생은 초년에서 거둔 성공처럼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가시밭길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나을 듯 싶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인계받은 사업을 만만하게 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복잡한 메카트로닉스도 섭렵했는데 이쯤이야 하는 자만심이 앞섰을까. 콩발효 요구르트를 만드는 작업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콩단백질을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복합아미노산을 만드는 시도는 번번이 실망만을 안겨줬다.

“기계공학과는 달리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 쉽지 않은 걸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콩을 발효시켜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이 세계 각국 식품연구진의 숙원사업이란 것을 알았어도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요구르트는 우유로 만든다. 그것도 비피더스균처럼 한두 가지 균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제품(쏘이프로)은 12가지 유산균을 이용한다. 그러면서도 청국장을 띄울 때처럼 고약한 냄새가 나질 않는다. 그는 왜 이런 복잡하고 먼 길을 걸어왔을까.

우선 식품 가치로서 콩단백질의 우수성을 들 수 있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만큼 단백질 함량(40%)이 높으면서도 육류와는 달리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장질환을 예방한다. 특히 성인이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할 뿐 아니라 베타-콘글리시닌은 염증을 억제하고,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연구의 핵심은 콩단백질의 흡수율이다. “아무리 많이 먹고, 꼭꼭 씹어 삼키더라도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영양소는 흡수가 되지 않고 배설됩니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잘게 쪼개져 아미노산 형태로 장에서 흡수된다. 하지만 체내 효소가 부족한 사람, 항생제나 항암제로 장의 벽(점막)이 망가진 사람, 고령자, 다이어트 여성, 육류를 즐기는 사람은 콩의 영양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예 콩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공급하면 어떨까. 방법은 유산균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산균은 단백질 사슬을 끊는 가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험에 들어가자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엄청난 장애물이 있었다. 유산균 한 두 종류를 넣어보니 단백질 사슬이 일부만 끊어졌다. 이번엔 여러 유산균을 집어넣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 균들끼리 세력다툼을 하느라 제대로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모든 재산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연구는 블랙홀이었다. 아파트 몇 채 값을 날리고,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아내도 교사직을 포기하고 실험에 매달렸다. 1600여 회의 반복실험을 거친 뒤 부부는 드디어 특허를 거머쥐었다. 김치 유산균 8종과 우유 유산균 4종이 공존하며 콩단백질을 분해하는 공정을 개발한 것이다. 일본 식품분석센터에서 내놓은 자료는 만족스러웠다.

그는 2006년 1월 두두원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명을 ‘쏘이프로’로 명명했다. “우리 제품은 청국장 아미노산화율의 20배, 낫도에 비해선 10배나 높습니다. 유산균을 다양하게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단백질 사슬을 끊는 가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죠.” 쏘이프로에는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트립토판, 갑상선호르몬의 원료인 티로신, 항체나 호르몬·효소형성에 필수인 리신 등 인체가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해 모두 17종의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특이한 점은 발효를 거칠수록 다양한 유효성분이 증폭된다는 사실. 비타민B(B1·B3·B6)군은 우유나 요구르트의 3배에서 10배 이상 늘어난다. 비타민D·E 역시 마찬가지다. 태아세포 형성에 좋은 엽산은 두유에 10배(250㎍), 숙면을 유도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가바 역시 크게 늘어나 100g당 15㎎에 이른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으로 일컫는 이소플라본도 12㎎이 들어있다. 그가 바라던 대로 장에서의 콩단백질 흡수율은 만족스러웠다.

“항암제로 설사를 반복하며 말라가던 암환자, 장이 안 좋아 만성설사를 하던 청년, 다이어트로 변비에 시달리는 여성, 입시 스트레스가 심한 수험생 등에게 감사의 글이 쏟아졌습니다.”

식이섬유 섭취해 유익균 늘려라

두두원 제품은 유산균 연구에 앞서 있는 일본에서 오히려 관심이 높다. 지난 1월 일본 굴지의 건강식품회사 야스야사에 복합유산균 캡슐분말 제품을 납품키로 계약했다. 물량은 20㎏씩 월 4t. 노인요양병원 그룹인 일본 정신회(正信會) 대표도 가족이 복용한 뒤 구매 제안을 했다.

“쏘이프로 세계 시장은 연간 유제품 시장의 10%선인 40조원입니다. 두두원은 유산균 발효기술 특허를 10여 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식품·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하게 사업을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생명활동은 장에서 시작된다. 수정란이 분화하면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것이 소화기관이다. 오죽하면 아리스토텔레스도 ‘생물은 관이다’라고 했을까. 소화기관 중에서도 최근 학계 연구의 초점은 단연 장이다. 과거엔 장은 영양을 흡수하는 장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장이 면역력을 좌우하고, 행복을 느끼는 정서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바로 장에 살고 있는 각종 세균총의 기능 덕분이다.

“장에는 100여 종의 세균이 100조가량 있다고 추정됩니다. 크게 나눠 유해균과 유익균, 그리고 중간균이죠. 장내 유해균은 음식을 부패시켜 암모니아·활성산소·황화수소 등 유해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만성피로에서 암까지 만병의 근원이 됩니다.”

반면 유익균은 음식물을 발효시킨다.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세포 곳곳에 전달해 생명유지에 기여한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건강생활을 좌우한다는 것. 문제는 우리의 식생활이다. 유해균이 좋아하는 육류와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고, 항생제 등 약물남용으로 장의 환경을 파괴한다.

나이에 따라 장이 늙는 것도 유익균이 증가하는 요인이다. 실제 어린아이의 장엔 좋은 균이 가득하다. 어릴수록 황금색 변을 보지만 나이가 들면서 변에서 악취가 난다. 실제 어른이 되면 유익균의 비중은 15% 정도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유익균의 비중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익균이 좋아하는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콩이나 과일·채소, 보이차 같은 발효차가 좋은 이유입니다.” 장내 온도를 높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유익균은 36.5도라는 체온을 좋아한다. 여기서 1도만 떨어져도 유해균이 득세한다. 생강이나 마늘·고추와 같은 열성음식은 소화기관의 점막을 자극해 몸을 덥힌다.

“요즘 심바이오틱(symbiotic, 공생)이란 말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프로바이오틱이 유산균이라면, 유산균이 잘 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프레바이오틱이고, 이 둘을 이용해 장 건강을 활성화하는 것을 말하지요.” 결국 건강을 위해선 영양을 흡수하는 장의 융모세포를 살려야 합니다.

단백질 아미노산의 섭취율을 높이면 손상된 융모세포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유익균의 세균총을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이란 말이 있다. 본래 생명이란 잠시 머물다 간다.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변화한다. 인간은 유기물이다. C-H-O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이 세 가지 원소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탄수화물이 되기도 하고, 지방이나 단백질을 구성해 우리 몸을 형성한다.

살아있는 세포는 세균과 효소에 의해 분해된 아미노산을 영양소로 섭취하고, 죽음을 맞이하면 세균에 의해 분해돼 새로운 생명의 구성에 쓰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이렇게 미생물에 의해 먹고 먹히며 윤회한다. “죽음이란 것은 단지 분자구조의 변화일 뿐입니다. 미생물의 세계에 들어가 보세요. 탐욕·분노·슬픔과 같은 오욕칠정이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설파한 구름 한 조각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지요.”

201403호 (20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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