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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HAN BANK PRESIDENT SUH, JIN-WON - 소통과 혁신 경영으로 ‘신한 DNA’ 이어간다 

 

최은경 포브스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2010년 12월 취임 이후 수익성·건전성·성장성 면에서 고루 좋은 성과를 냈다. 그는 새로운 금융시대를 준비하며 고객과 평생 함께하는 따뜻한 은행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서진원 행장은 ‘신한맨’의 자긍심으로 조직을 조기 안정화했다.



한국 금융산업의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수출 부진, 내수 침체로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돼 수익성까지 악화되는 ‘3저(三低) 시대’가 도래했다. 포브스코리아가 서진원(63) 신한은행장의 ‘무지명 무용공(無智名 無勇功)’ 경영에 주목한 이유다. 이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싸움을 잘하는 장수는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 전쟁에서 쉽게 이기기 때문에 공이 많다고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 행장은 투철한 책임감으로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은행들이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게 됐습니다. 영업과 고객 응대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서 행장은 지속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 수익구조라고 했다. 국내 은행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 수익의 80% 이상을 이자이익이 차지한다. 글로벌 선진 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은 40~50%다. 그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을 보면 신한은행이 0.6%로 국내 은행 평균(0.38%)보다 높지만 선진 은행 수준(0.9%)에 못 미친다”며 “신 수익원 발굴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수익 비중 3배 가까이 높여


기술금융 지원을 위해 우수 중소기업을 방문한 서진원 행장(오른쪽).
신한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오래 전부터 미래 성장을 위해 글로벌 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신한은행은 30여 년 전 홍콩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아시아, 미주, 유럽에 진출했다. 특히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이라는 글로벌 중장기 전략 아래 일본, 베트남, 중국, 인도 등에 집중해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현재 16개국에 70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내실 성장도 이뤘다. 모든 해외 네트워크에서 2012, 2013년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해외지점의 자산성장률은 15.7%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수익 비중은 2010년 2.9%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7.6%로 올랐다. 서행장은 “인수합병, 지분투자, 전략적 제휴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중남미, 멕시코, 두바이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지 직원 채용, 현지 고객 기반 확대 등 현지화로 3~4년안에 글로벌 수익 비중을 15%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 행장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새 먹거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는 기술금융(기술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서민금융을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산업기술평가팀을 조직해 일찍부터 기술금융 기반을 쌓아왔다. 이들은 독일의 강소기업을 방문해 기술금융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크게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구축했다. 2014년이 기반을 마련하는 해라면 2015년은 역량 강화, 2016년을 가치 창출의 해로 정했다. 본격적인 성과는 2~3년 후에 기대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실적이 나쁘지 않다.

우선 기술금융 대표상품인 기술형창업지원대출 취급 실적이 8225억원(9월말 기준)으로 은행권 1위를 지키고 있다. 중소법인대출의 연간 순증액 역시 3조 8382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서 행장은 “은행과 우수한 기술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은 상생관계”라며 기술금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술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옥석(玉石) 가리기’다. 서 행장은 “기준을 하나로 딱 꼬집어 얘기하기 어렵지만 이 기술이 미래 경쟁력이 있는지, 상품화할 수 있는지, 상품화했을 때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는 초기단계입니다. 기술평가 전문기관과 함께 신한만의 평가 노하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특허청과 협약해 새로운 방식의 기술금융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술금융·서민금융에서 우수한 실적 거둬


신한은행은 서민금융 부문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의 서민지원 정책은 ‘미래를 함께 하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신한금융그룹의 미션과 일맥상통합니다.” 서민금융 대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은 9월 말 기준 취급액 1조1527억원, 새희망적금은 계좌 수 3만1450좌(잔액 509억원)로 은행권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다. 서 행장은 “새희망홀씨대출 이용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10%대중금리 새희망드림대출을 개발했다”며 “이 상품은 9월 말 기준 3063건, 취급액 13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서민지원프로그램인 ‘SHB 가계부채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연체 고객과 주택 대출 고객에게 금리 인하, 분할상환 전환 등으로 채무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이 외에도 67개 서민금융 채널보유, 서민금융 전담 인력 확충, 희망금융 상담센터 개설, 희망금융고객평가단 운영 등으로 2013년 금감원 주관 서민금융 활동평가에서 16개 은행 중 1위에 올라 대상을 차지했다.

고객 응대 채널의 변화로 편리성을 높이려는 시도 역시 눈에 띈다. 서 행장을 만나고 며칠 뒤 모바일 소액 송금·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처럼 무조건 점포를 낸다고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ATM, 인터넷,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 비중이 90%를 넘었고 지점 방문 고객 수가 매년 20%씩 줄었어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금융 거래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금융업에서 전례 없는 무한 경쟁이 펼쳐질 겁니다.” 신한은행은 이런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을 펴고 있다. 비대면 풀뱅킹(Full-Banking) 체계 구축이 그 중 하나다. 금융거래 전 과정을 비대면 채널에서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무인점포, 폰뱅킹, 인터넷뱅킹을 도입해 채널 혁신을 선도해왔습니다. 2012년 처음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언제 어디서나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금융센터를 출범한 것도 신한입니다.” 올 초에는 스마트금융센터 내 비대면 영업 부문을 독립 부서로 확대했다. 또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영업점에서 직원과 상담한 상품을 비대면 채널에서 가입하는 ‘스마트 신규 서비스’와 ‘스마트 대출 신규 접수’가 대표적인 예다.

신한은행이 차세대 금융환경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탄탄한 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취임한 서 행장은 소통과 혁신을 강조하며 신한 사태 이후 위기에 처한 조직을 빠르게 정상화했다.

그는 취임 전날 오후에야 은행장 내정 사실을 전달받았다. “하늘이 깜깜했습니다. 막막했고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는 다음날 취임사도 준비하지 못한 채 임직원 앞에 섰다. 취임 이후 3개월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고 할 만큼 바쁘게 뛰어다녔다. 당시 서 행장 앞에 놓인 과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시키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또 견실한 성장을 지속해나가는 것, 마지막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서 행장은 “조직 안정화는 어느 정도 이룬것 같다”고 자평했다. 신한은행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2014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은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보람 있는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취임해 조직을 안정시키고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한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진원 행장의 금융인재론

그는 정직함과 투철한 윤리의식을 금융인재의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순간의 유혹을 이기고 사사로운 욕심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업무 역량과 전문성 강화는 도덕성을 갖춘 다음에 할 일이다. 하지만 그는 금융업이 다루는 업무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고객의 금융지식 수준이 높아져 전문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인재 개발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2010년부터 운영한 신한금융사관학교에서는 RM(기업금융 전문가), WM(자산관리), SOHO(개인사업자 대출), IB(투자은행), 외환 등 5개 직무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 기술평가, 은퇴시장, IB, 글로벌, 비대면 등 5대 미래 핵심사업의 인재를 발굴하는데도 열심이다. 지난 9월에 선발된 30명의 글로벌 원정대는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201412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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