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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에 사활 건 인텔 

인텔이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들었다. 산업용 칩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사물인터넷 사업부서는 2014년 4분기 14% 성장한 5억30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AARON TILLEY 포브스 기자
인텔 신제품개발부서를 이끄는 부사장 마이크 벨(Mike Bell·46)은 시중에 나와 있는 스마트워치를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그 안에 인텔 칩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는 작은 스마트폰 정도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벨은 “사람들이 단지 첨단기술을 뽐내기 위해 시계를 차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뛰어난 기술뿐 만 아니라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뭔가를 원한다.”

웨어러블 시장은 2014년 9월 애플이 내년 초 스마트워치를 출시한다고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통치 않았다. 애플의 발표 이후 웨어러블 시장 전체의 추정 매출이 급증 했다. 주피터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엔 스마트워치 1억 대가 사용될 전망이다.

벨의 임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인 인텔이 웨어러블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는 인텔이 놓치고 있는 스마트워치 업계가 주된 목표다. 애플은 자사 시계에 인텔 부품을 사용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삼성 기어나 모토360 스마트워치에도 인텔 부품이 들어갈 일은 없다. 벨의 계획은 IT 업계 밖의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사람들이 손목에 차고 싶어할 제품은 만들 줄 알지만 회로 제작에는 도움이 필요하다.

인텔은 패션업체 오프닝 세리머니와 명품 시계브랜드 파슬 같은 회사와 협약을 맺었다. 또 헤드폰 제조업체 SMS오디오와 심장박동수를 측정하는 자가충전식 이어폰을 만든다. 2014년 3월엔 건강상태 측정기기 스타트업 베이시스를 1억 달러(약 1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베이시스를 손목에 찬 벨은 이렇게 말했다. “그저 그런 제품들 때문에 업계 전체에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사람들은 ‘이게 웨어러블 기술의 전부냐’고 묻는다. 우리는 이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온 힘을 다해 일하면 멋지면서도 유용한 기능을 갖춘 기기를 디자인할 수 있다.” 벨은 애플과 팸에서 이사로 재직했다. 2013년 9월 인텔 신제품개발부서를 발족하면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모두 자기 손으로 뽑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인 스튜디오엔 선글라스 제조업체 오클리에서 거의 10년 동안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던 한스 모리츠를 책임자로 앉혔다. 과학기술부서는 나이키에서 건강상태 측정기기 퓨얼밴드를 제작한 스티븐 홈즈가 이끈다. 인텔은 예산이나 인력 현황을 밝히진 않았지만, 벨은 부서를 가능한 한 작은 규모로 유지하고 “자금이 풍부한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SMS오디오에서 보여준 인텔의 작업 방식은 이 사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벨은 과학기술부서에 인텔이 웨어러블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기술을 무엇이든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어느 날 기술자 몇 명이 벨에게 심장 박동 측정기가 부착된 이어폰 시제품들을 보여줬다. 이 시제품들엔 배터리와 블루투스 라디오가 부착된 투박한 상자가 달려 있었다. 벨은 기술자들에게 배터리와 블루투스를 제거해 보라고 말했다. 몇 달 뒤 기술자들은 스마트폰에 전선으로 연결해서 데이터와 전력을 제공받는 이어폰을 갖고 돌아왔다.

인텔 CEO 브라이언 크자르니크는 이 이어폰을 2014년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행사인 세계가전전시회(CES)에 소개했다. 그 후 SMS오디오와 손잡고 제품개발을 시작했다. SMS오디오는 색상과 전선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어떻게 해야 이어폰이 귀에 딱 맞고 소리가 잘 들리는지 알고 있었다. “포장지 밑에 로고까지 함께 새겼을 정도로 긴밀한 협력개발이었지만 사실 그건 SMS오디오의 제품이었다”고 벨은 말했다. SMS오디오 사장 브라이언 노헤는 “우리 힘만으로 할 수 있다는 망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텔은 자사 내에 신제품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누가 내린 결정인지 모르지만 훌륭하다.”

인텔은 과거에 모바일이라는 트렌드를 한 차례 놓친 전이 있다. 최근에는 가장 큰 수익원인 PC부문에서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텔의 2014년 3분기 매출은 지난 해 동기대비 9% 상승한 92억 달러다. 매출은 거의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나온다. 모바일 부문은 2014년 3분기엔 10억 달러, 2013년엔 총 31억 5000만 달러가 적자다. 한 가지 전망이 밝은 분야는 사물인터넷 사업부문이다. 산업용 칩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이 부서는 2013년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4% 성장한 5억30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무선충전기술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매진

인텔이 모바일 부문에서 오랜 기간 맥을 못 추는 이유는 퀄컴이나 ARM홀딩스가 내놓은 저전력 칩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와 웨어러블 기기는 전력 소비가 낮은 칩을 선호한다. 그런 칩은 인텔이 종전에 판매하던 서버칩보다 이윤이 낮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LG, 티멕스의 신형 스마트워치에 모두 탑재됐다.

벨의 팀은 새 협력사와 함께 일한다. 벨은 빈손으로 시작해서 최대의 소비자 시장을 일궈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애플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면서 아이폰, 아이맥,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애플TV를 경험했다. 그는 애플의 전성기를 곁에서 지켜봤다. 2007년 당시 사면초가였던 팸을 기사회생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애플에서 팸으로 이직했다. 벨은 애플 퇴사 결정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팸은 2010년 휴렛팩커드에 12억 달러에 매각됐다.

벨은 팸이 매각된 후 인텔로 옮겨 모바일 사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 프로젝트는 곧 취소됐지만 어떤 프로젝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14년 5월 인텔 이사회는 크자르니크 CEO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크자르니크는 벨에게 신제품개발부서를 맡겼다. 벨은 클라우드 속의 똑똑한 인공지능 비서나 무선충전기술 등 사람들을 놀라게 할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느라 분주하다. “나는 매일 자리에 앉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15가지도 더 생각하지만, 지금은 집중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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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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