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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33분 기업가치 3조원 넘을 것”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중국의 텐센트가 한국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4시33분에 1300억원을 공동투자했다. 한국 게임업계에 처음 있는 일이다. 4시33분 권준모 의장은 “라인과 텐센트의 날개를 달고 세계에 진출할 것”이라며 2015년을 게임 수출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심리학과 교수 출신인 4시33분 권준모 의장은 틀에서 벗어나야 색다른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2014년 11월 10일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라인과 텐센트가 한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유통기업)인 4시33분에 1300억원을 투자한 것. 한국 게임업체 중 라인과 텐센트가 공동 투자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라인과 텐센트는 라인과 위챗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인과 텐센트가 경쟁을 잠시 접고 공동투자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인과 텐센트가 단독 투자하려고 물밑 경쟁을 했을 게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4시33분이 공동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두 회사가 어쩔 수 없이 공동투자에 응한 것에서 4시 33분의 미래를 얼마나 크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게임 제작사이자, 퍼블리셔인 4시33분은 요즘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하다. 게임업계는 2015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4시33분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예측한다. 회사이름만큼 창업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권준모(50) 의장은 심리학과 교수로 일하다 게임업계의 아이콘이 됐다. 요즘 게임업계에서 가장 손잡고 싶어하는 퍼블리셔로 꼽히는 4시33분 권 의장을 만나 2015년 계획을 들어봤다. “2015년은 4시33분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해외진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4시33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존 케이지의 4분33초라는 곡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던데.

존 케이지는 4분33초를 통해 리듬과 멜로디가 있어야 음악이라는 통념에 도전했다. 존 케이지의 의도는 내가 추구하는 철학과 연결되지만, 회사이름을 4분33초에서 따온 것은 아니다. 2009년 회사를 창립할 때 회사 이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기업 CI를 만드는 후배에게 의뢰해봤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어느 날 집사람이 4시33분 로고를 만들었는데 너무 좋았다(권 의장 부인은 조각가 황혜선씨다). 그 로고를 공동창업자들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좋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을 4시33분으로 정했다.

4시33분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왜 회사 로고가 파란지, 4시32분이 아니고 4시33분인지를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물어본다. 나는 그런 질문이 틀에 박혔다고 생각한다. 회사 임직원에게 틀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요구한다. 틀을 벗어나야만 색다른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시33분에 특별한 의미와 의도는 없다. 그냥 좋아서 회사 이름으로 사용했다.

미국의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가 만든 4분 33초는 3악장으로 된 곡이다. 각 악장에는 음악 용어인 ‘tacet’(침묵이라는 의미)가 적혀있다. 1악장 33초, 2악장 2분 40초, 3악장 1분20초로 구성됐다. 4분33초 동안 연주자는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다. 권 의장은 4분33초를 설명하면서 ‘틀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장의 철학은 그의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경희대학 교육대학원과 경희사이버대학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정해진 삶, 고정된 마음보다는 움직이는 게 좋다”면서 교수를 그만두고 제자들과 함께 2001년 9월 엔텔리젼트라는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후 넥슨모바일 대표, 넥슨 공동대표,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등을 지내면서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 제자를 도와 주려고 했던 일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이다. 권 의장은 “원래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며 웃었다.

교수직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나.

처음에는 제자를 도와주자는 생각이었다. 회사 법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다보니까,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 탄 느낌이었다. 떨어지든지 달리든지 선택해야만 했다.

게임과 심리학,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게임은 굉장히 심리학적이다. 게임할 때 타인의 기록을 깨려는 심리가 게임을 하는 동기가 된다. 어렸을때 갤러그, 대학교 때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게임을 좋아했다. 미국 유학시절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했다. 한 학기 동안 게임에 빠져 살 정도였다.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뭔지 연구하고 싶어 동기심리학을 전공했다. 게임과 심리학은 연관성이 깊다.

2001년 제자들과 창업한 엔텔리젼트가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창업하면서 어떻게 차별화할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액션게임을 출시했는데, 당시에는 그런 장르가 없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이 때문에 성공을 거둔 것 같다.

2004년 엔텔리젼트에서 출시한 모바일게임 ‘삼국지 무한대전’은 게임업계에 권준모라는 이름을 알린 계기였다. 당시 누적 다운로드 200만 건을 기록했고, 이후 ‘삼국지 천하통일’ 성공으로 이어졌다. 2005년 5월 권 의장은 엔텔리젼트 지분을 모두 넥슨에 넘겼고, 넥슨모바일 대표로 취임했다. 넥슨모바일에서도 메이플스토리 등의 성공신화를 썼고, 2006년 10월 넥슨 공동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시 권 대표는 넥슨을 연매출 5000억원을 올리는 게임기업으로 키워냈다. 2008년 넥슨 대표에서 물러나고 1년 후 4시33분을 창업했다. 권 의장은 “넥슨에 엔텔리젼트 지분을 넘길 때 3년 동안 함께 일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 후 넥슨을 나와 제자들과 함께 4시33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4시33분이 요즘 게임업계에서 가장 핫한 회사가 됐다.

모두 실패한다고 말한 게임으로 성공했다. 카카오게임 중에서 처음으로 카톡 회원과 실시간으로 맞붙는 게임이 ‘활’이었다. 다들 어렵다고 했지만 우리에게 활은 너무 재미있는 게임이었기에 출시를 결정했다. 모바일게임의 틀을 깨고 싶어 시도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다. 4시33분을 있게 한 또 다른 게임이 ‘블레이드’다. 출시 1년도 안됐는데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게임도 성공한다고 예상했던 이가 드물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회색도시’도 마찬가지다. 다들 실패한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공으로 4시33분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4시33분과 손잡고 싶은 곳이 더욱 많아졌을 것 같다.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웃음) 하지만 우리는 변한게 없다. 우리가 퍼블리싱한 게임은 매년 10개가 안된다.(2013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4시33분이 출시한 게임은 7개에 불과하다) 다른 퍼블리셔와 비교하면 매우 적다. 우리는 게임 출시보다 게임 성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출시 게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진정성이 높은 게임사라면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인과 텐센트의 공동투자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2015년은 4시33분의 해외진출 원년이 될 것이다. 텐센트를 통해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한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라인의 힘을 빌려 진출이 쉬워진다. 우리에게만 좋은 게 아니다. 한국 게임계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진출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 라인과 텐센트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

게임업계의 이슈 중 하나가 4시33분의 IPO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2015년에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4시33분의 가치를 1조원이라고 하던데, 나는 3조~4조원으로 보고 있다. 자신 있다.

2015년 계획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다. 4시33분의 에너지가 분출 되는 해가 될 것이다.

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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