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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3) 아웃도어업계] 사업 재편으로 경쟁력 강화… 해외진출에 목마르다 - 창업자 뛰어넘은 2·3세 경영자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한철호 밀레 대표, 구본걸 LF 회장은 선친에게 물려받은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재편을 통해 기업을 업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제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다.
K2코리아(옛 한국특수제화), 블랙야크(동진사), 밀레(한고상사)의 창업주들은 서울 종로의 이웃사촌이었다. 지금은 아웃도어 업계 정상급 기업이지만 1980~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들은 종로에서 캠핑용품을 판매하는 업체였다. 당시 K2코리아 창업자인 고 정동남 회장, 밀레의 전신인 한고상사를 이끌었던 고 한용기 회장과 어머니인 고순이 회장, 현 블랙야크를 이끌고 있는 강태선 회장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산에서 취사가 가능했던 그 시기 세 기업의 1세대들은 캠핑용품 사업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 후반 산에서 취사가 금지되면서 캠핑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이들 기업은 등산복 등 의류사업으로 재빠르게 사업방향을 틀었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등산화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최근 5~6년 새 아웃도어 의류 역시 대박을 치면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종로 캠핑가게 아들 성공시대


▎중앙포토
정영훈(46) K2코리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대기업에서 잠깐 근무하다 1997년 K2코리아에 입사했다. 2002년 부친이 북한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하면서 갑자기 경영을 떠맡게 됐다. 취임 당시 30대 초반 오너의 경영능력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독자 매장 위주의 유통 채널을 구축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그래야 브랜드가 산다’는 생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모험이었지만 대리점주들이 서로 K2를 하겠다고 몰려왔다. 2000년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TV 광고, 라디오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아웃도어도 하나의 ‘브랜드’란 인식을 심은 것이다.

K2의 매출은 2000년 420억원에서 2013년 68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매출과 당기 순이익 모두 10배 이상의 성장을 일궈냈다. 아이더도 지난해 35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성장의 바탕엔 정 대표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그의 성공 키워드로 ‘브랜드 관리’를 꼽는다. 그는 기회 닿을 때마다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옷을 입히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브랜드가 명멸하고 또 고객들은 좀 더 특별한 브랜드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익숙한 브랜드, 신뢰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밀레의 모태는 1966년 설립한 등산양말 제조업체 한고상사다. 한고상사를 이끌었던 고 한용기 회장과 어머니 고순이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2004년 한철호(56) 사장이 취임했다. 밀레는 지난해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 매출 순위 6위로 뛰어 올랐다. 그는 경영 외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러시아 소피에서 열린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을 총괄 지휘하는 단장을 맡았다. 평소 마라톤과 고산등반 등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산악인 엄홍길 씨도 후원한다. 대학을 통해 국내 인문학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 대표는 올해를 아웃도어 시장 톱5 브랜드로 도약하는 해로 선포했다. 밀레와 엠리밋의 동반 성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올해는 밀레의 독창성을 한층 강화하고 기술력과 디자인을 한 단계 혁신하는 해로 만들 것”이라며 “골프 라인 출시와 키즈 라인 보강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25~35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엠리밋을 통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토털 아웃도어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닮은꼴의 두 대표는 최근 골프웨어 시장에도 나란히 진출했다. 먼저 정 대표가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첫발을 뗐다. 지난해 9월 신개념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을 출시한 그는 “제2의 K2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북유럽 스타일리시 골프웨어 이미지로, K2코리아의 강점인 프리미엄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골프 룩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0여 곳의 매장이 월 매출 1억원을 넘겼다. 점포는 2월 말까지 90여 곳이 오픈했고, 연말까지 150곳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밀레도 지난 3월 골프웨어를 선보였다. 프랑스 자동차브랜드 푸조와 협업을 통해 아웃도어 기술력에 푸조의 클래식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밀레 관계자는 “20~30대 신규 골프 인구 증가로 심플하면서도 기능적인 골프웨어를 원하는 소비층이 늘어나고 있어 도전장을 냈다”고말했다. 골프웨어 시장의 노후한 디자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밀레 매장 뿐 아니라 푸조 전시장에서도 판매한다.

LG 간판 떼고 브랜드로 승부하다


▎중앙포토
구본걸(58)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로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자 구본무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그는 LG에서 분리된 지 8년 만인 지난해 4월 LG패션에서 LF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LG의 흔적을 지운 것은 회사 이름보다 브랜드로 승부하겠다는 결심”이라고 분석한다.

구 회장은 패션업계에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미국 회계법인 쿠퍼스앤드라이브랜드 근무를 시작으로 LG증권 회장실 재무팀, LG전자, LG산전(현 LS산전)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재무통으로 잔뼈가 굵어졌다. 이후 2004년 LG상사 패션 부문장을 맡으면서 패션업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현금 창출능력과 투자 여력을 다양한 패션사업 분야에 골고루 쏟아 부었다. ‘단순히 옷을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브랜드 관리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브랜드 종류를 크게 늘리고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도 부지런히 사들였다. 그 결과 2007년 계열분리 당시 738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4860억원으로 늘었다. 불황 속에서도 7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을 일궈 낸 셈이다.

구 회장은 최근 사업 재편에 나섰다. LF의 매출이 3년 동안 1조4000억원대에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파워 브랜드를 육성할 참이다. 아웃도어 분야에서는 지난해 스포츠 종합유통점인 ‘인터스포츠’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아웃도어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이 떨어지는 브랜드 여럿보다 규모가 큰 대형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스포츠 의류나 아웃도어 제품은 선호 브랜드가 정해져 있어 인터스포츠와 같은 종합매장이 각광받기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구 회장은 대신 라푸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라푸마는 1930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아웃도어 브랜드로, LF가 2005년 라푸마 본사로부터 판권을 사들였고 2009년 국내 상표권을 인수해 직접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롯데백화점 12곳에서 라푸마 매장을 정리했다. 무리한 매장 확대보다 효율성 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유통망은 지난해 70개 대리점 포함 178개점에서 올해 250개 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라푸마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해외진출도 한창이다. 2011년 출범한 라푸마차이나는 중국 내 유명 백화점 매장을 위주로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 큰 매출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중국 아웃도어 시장 선점을 위해 당분간 공격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는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만들겠다. 이미 진출한 헤지스, 라푸마, 마에스트로, TNGT, 모그 외에 5년 안에 우리 회사의 모든 패션 브랜드를 진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매출 외형도 탄탄하게 키우겠다는 구본걸 LF 회장의 의지로 보인다”며 “패션업황이 최악의 국면은 지났지만 올해도 기대만큼 회복강도가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LF측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나가는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2% 부족한 글로벌시장 공략


▎중앙포토
이에 반해 K2코리아와 밀레의 해외 진출은 답보 상태다. 특히 K2코리아는 수출길이 꽉 막힌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했으나 미국 스키용품 제조업체 ‘K2’와 동일한 상표권 문제로 수출부터 막힌 것. 아이더 역시 프랑스 본사로부터 국내 영업권만 인수해 해외 진출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 대표는 우회적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디샹그룹이 가지고 있는 아비스타의 지분 80만주를 인수하면서 이 3사가 중국 사업제휴를 체결한 것이다. K2코리아는 아비스타-디샹그룹을 중국 사업 파트너로 삼아 그들이 중국 사업을 전개하며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공유한다. 또 와이드앵글 등 보유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위해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 매장 공동 오픈 등 상호 이익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2013년 중국 판권 만료로 중국 사업을 철수한 밀레는 해외 수출시 프랑스 밀레 본사와 판권 계약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철호 대표의 아들인 한승우 씨가 기획해 지난해 5월 론칭한 세컨드 브랜드인 엠리밋이 그 활로를 뚫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엠리밋은 세컨드 브랜드 가운데 경쟁사를 따돌리며 독보적인 매출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 해외에 거주하며 시장 파악에 집중하고 있는 한승우 씨는 조만간 현업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4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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