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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스 케슬러 ‘융프라우 철도’ 사장 -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정상에서 컵라면을 훌훌… 

 

글 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는 그물망처럼 뻗어있는 철도와 곤돌라 등의 다양한 운송수단을 촘촘히 묶어 유럽의 지붕까지 관광객을 안내한다. 융프라우 철도를 총괄하는 우어스 케슬러 사장은 특별히 한국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다.

알프스의 3대 고봉으로 꼽히는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는 한 세기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눈 덮인 산이었다. 지형이 험할 뿐 아니라 고도로 인해 날씨가 변화무쌍해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악 구조를 따라 설계된 철도, 곤돌라, 그리고 케이블카 등을 포함한 7개의 산악 운송시스템이 촘촘하게 연결돼 누구든 알프스의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빙하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바로 융프라우 철도가 놓이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융프라우 철도회사를 대표하는 우어스 케슬러(Urs Kessler) 사장을 2월 23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케슬러 사장에 따르면, 융프라우 철도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1893년, ‘철도왕’이라 불리던 엔지니어 아돌프 구에르첼러(Adolf Guyer- Zeller, 1839~1899)가 해발 4158m의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철도를 구상하면서 대역사가 시작됐다. 처음 공사 계획은 7년을 세웠지만, 완공까지 무려 16년이 걸렸다.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철도를 건설하려고 했기에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가파른 경사길의 산을 올라야 하는 동굴 속 철로의 안전을 위해 ‘토블러’라는 톱니형 궤도레일을 고안했다. 구간별로 나누어 한 구간씩 완공해 수익을 낸 뒤 그 수익으로 다시 철도를 한 정거장씩 늘리는 방법을 썼다. 아쉽게도 융프라우 정상까지는 못 갔지만 정상 바로 밑의 융프라우요흐(해발 3454m)에 종착역을 세울 수 있었다.

연간 86만명이 융프라우 등정


▎하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융프라우의 정경. 경사길을 따라 오르는 톱니바퀴 기차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 동신항운 제공
“알프스 최초 유네스코 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된 22km 알레취 빙하 앞까지 기차가 달립니다.” 케슬러 사장은 융프라우 철도가 환경 친화형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철도 이용객이 늘면서 융프라우 철도가 시작하는 첫 지점 인터라켄(Interlaken) 마을 역시 철도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융프라우 철도를 이용해 지난해만 약 86만 명의 관광객이 융프라우요흐를 등정했다. 하루 평균 2300여명 꼴이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찾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융프라우 철도회사 직원들과 케슬러 사장의 끊임없는 노력 덕이다.

“융프라우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은 정작 산에 올라도 설경을 못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알파인 센세이션’이다. 2012년 4월 개장한 알파인 센세이션은 17개월의 공사 끝에 완공된 대형 프로젝트로 전망대와 얼음궁전을 연결하는 250m 길이의 체험통로다. 4분여 분량의 입체감을 더한 4D 영상으로 알프스의 장대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고 과거와 달라진 융프라우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하는 시간여행도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덕스런 날씨와 악천후를 만났다고 해도 ‘스핑크스’라 불리는 테라스에서 융프라우의 장대함과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취 빙하를 만끽할 수 있다. 이 테라스는 놀랍게도 빙하를 뚫어 리프트를 설치해 만들었다. 알레취 빙하의 장관을 감상하기에는 최적으로 고안된 전망 테라스다. 영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을 촬영했던 회전식당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쉴트호른’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다양한 체험거리도 인기다. 케슬러 사장이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초콜릿을 꺼내 나눠줬다. 지난해 7월부터 마련한 ‘린트 스위스 초콜릿 천국’은 만년설을 배경으로 초콜릿 쇼를 보고,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융프라우 기차에서는 역무원이 정상에 도착한 승객들에게 일일이 초콜릿을 나눠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는 융프라우 지역의 알프스 트레킹 코스 중 일부인 휘르스트(2168m)에서 자연과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휘르스트 플라이어(춘천 남이섬의 짚와이어와 비슷한 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 800m 거리를 시속 84km로 날아서 내려올 수 있다.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가 올해 3월 발표한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 따르면 지난해 융프라우 철도는 영업매출 1억2150만 스위스프랑(약 1368억여원)을 기록했다. 앞서 2013년에는 융프라우 철도 역사상 최대 수익인 3020만 스위스프랑(약 340억원)을 냈다. 관광객 수도 계속 늘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2%나 증가했다.

융프라우 철도의 경이적인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케슬러 사장은 “스위스 융프라우를 찾는 아시아 고객들 덕분”이라며 “그래서 매년 한국, 대만, 홍콩을 비롯해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곳곳을 방문하며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하게 원하는 요구사항을 듣기보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융프라우 철도에게 부족한 것을 배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융프라우를 방문하는 60% 이상은 그가 직접 방문하고 소통하는 아시아 고객이다. 한국인은 매년 약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끊임없는 고객과의 소통이 성공요인


▎케슬러 사장이 추천하는 트레킹 코스 ‘아이거 워크.’ 호수 너머로 알프스 3대 빙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이 보인다. / 동신항운 제공
케슬러 사장은 “한국에는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방문해 실제 한국의 고객들이 느끼는 바를 함께 생각한다”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다. 실제로 융프라우 철도에는 한국어 안내방송이 지원되는 산악열차가 있고, 산 정상에서는 한국산 컵라면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각종 시설 할인혜택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융프라우 철도의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동신항운의 송진 대표와 케슬러 사장의 특별한 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융프라우 철도가 한국총판과는 어떻게 소통할까?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 융프라우는 변할 수 없는 회사의 고유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여행객이 더 만족스런 여행을 할까? 어떻게 하면 파트너들과 더 발전할 수 있을까? 하고 쌍방이 함께 고민한 뒤 정규회의 때 의제로 준비해 여러 번 토의를 거치죠. 그런데 토의를 하다보면 이상하리만치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답은 뻔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추구하는 방식에는 이견이 있습니다만, 그럴 때 신뢰가 윤활유 역할을 해 줍니다.” 송진 대표의 말이다.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한 바를 기획에 옮기는 케슬러 사장에게 융프라우 철도의 장기적인 계획을 물었다. “201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큰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한 대에 28명까지 탈 수 있는 곤돌라를 곳곳에 설치하는 사업이죠.” 융프라우 철도에 따르면 이 공사에만 4억 스위스프랑(약 4502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케슬러 사장은 “이 시스템이 완공되면 현재 2시간 17분인 인터라켄- 융프라우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줄게 된다”고 했다. 융프라우 철도는 이미 천혜의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에도 기차를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다양한 시설 보강을 하는 등 개선을 멈추지 않는다.

송대표는 케슬러 사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회사의 직원에서 CEO가 되기까지 옆에서 쭉 지켜봤지만, 업무는 물론 인간적으로 참 훌륭한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CEO가 되어서도 변함없는 열정은 물론 임기와 관련없이 미래 세대의 먹거리까지 기획하고 설득하고 추진하는 적극적인 자세는 리더로서 더욱 존경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성공하는 CEO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케슬러 사장에게도 있었다.

- 글 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4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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