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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000] 삼성전자 사상 처음 10위권 진입 

제일모직·삼성SDS도 2000대 기업에 합류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사 10개사가 순위에 올랐다.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규모다.

▎헌 창고 느낌이 나도록 벽에 구멍을 뚫고 마네킹을 놓은 에잇세컨즈 서울 강남점. / 중앙포토
와병으로 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에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삼성그룹은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서 국내 그룹사 중 가장 많은 10개사가 순위에 오르며 국내 최고 기업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화재 등 5개사가 순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삼성SDI(1635위)와 삼성전기(1806위), 삼성카드(1590위)가 순위에 재진입했고, 제일모직(1365위)과 삼성SDS(1205위)가 신규진입에 성공해 5개사가 추가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8사가 순위에 진입한 현대자동차그룹을 2개사 차이로 가뿐히 제쳤다.

순위에 오른 삼성그룹사 중 눈에 띄는 건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실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4계단 상승한 18위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9일,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직전분기보다 10.64% 감소한 47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5조980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2.07%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29.56% 줄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가 IT산업의 계절적 비수기인 점과 유로화·이머징국가의 통화 약세 등으로 경영환경이 불안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견조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6 출시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눈길을 끄는 삼성계열사는 처음 ‘글로벌 200대 기업’ 순위에 진입한 제일모직과 삼성SDS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으로 23.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7.7%씩 갖고 있다. 또한,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소유한 삼성생명의 2대 주주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제일모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앙포토
2013년 기존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이 합쳐진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18일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삼성SDS는 이보다 한 달 빠른 지난해 11월 14일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단순화됐다. 순환출자 고리가 정리되자 이제는 제일모직을 주축으로 한 삼성그룹의 지주사전환에 대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란 데 무게를 뒀다. 반면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은 그룹사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수혜주가 되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이전에 실적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일모직이 빠른 실적 회복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는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제일모직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직전분기보다 10.3% 증가한 1조27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직전분기대비 70.6%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어닝 쇼크(earning shock)를 기록했다. 김종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침체와 더불어 신상품 판매 감소로 패션부문에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제일모직이 에잇세컨즈(8SECOND) 등 SPA 브랜드의 국내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중국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결코 쉽지 않은 목표라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질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매출 예상치를 2020년 556조원에서 460조원으로 17% 낮췄다.

지난해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 들지 못했던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카드는 올해 나란히 순위 재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제일모직 소재부문과 합병한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 배터리 시장 경쟁력 강화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의 대표 고객사는 독일 자동차 BMW그룹으로, 오래전부터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 왔다. BMW는 세계 최대 용량인 삼성SDI의 60Ah급 배터리가 탑재된 ‘BMW i3’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 2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의 전기차용 배터리 팩 사업 전담 자회사인 ‘MSBS’를 인수하고, 오스트리아 법인(SDIBS)을 출범시켰다. 현재 삼성SDI는 2020년 매출 29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직전분기보다 2.3% 감소한 1조865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같은 기간 81.7%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기는 올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기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한 1조776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608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302.6%나 올랐다. 지난해 3분기 -6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2분기 만에 이뤄낸 성과다. 실적 개선은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기여가 컸다. MLCC가 속한 LCR(칩부품)사업 부문은 지난해 1분기 매출 4645억원을 기록한 뒤 올 1분기에는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다.


-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6호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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