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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대격돌 

‘택시 앱’ 시장을 선점하라 

스타트업 전유물이던 택시 앱에 다음카카오, SK플래닛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택시 앱 플랫폼을 선점하면 미래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택시기사가 택시 앱으로 콜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LA에 처음 출장을 갔던 박재민(42, 가명) 씨.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예약해 손쉽게 해결했다. 하지만 이동 수단은 출장가기 하루 전까지 박씨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렌터카를 이용하자니 도로가 낯설어 두려웠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도 번거로웠다. 택시가 가장 편한 이동수단이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회사 동료가 고민하던 그에게 택시 앱인 우버를 알려줬다.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은 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누르기만 하면 택시가 내 앞으로 왔다. 신용카드를 등록해놓았더니 결제도 바로 해결됐다”고 만족해했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박씨는 택시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배달앱과 함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택시 앱 서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박씨처럼 택시 앱의 편안함이 알려지면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택시 앱에 대한 관심을 높였던 우버는 지난 3월 법적인 문제가 대두되자 한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자 우버의 빈자리를 노린 택시 앱 전쟁이 시작됐다. 우버 서비스가 중단된 이후 카카오택시(다음카카오, 3월 서비스 시작), 티맵택시(SK플래닛, 4월 서비스 시작), 리모택시(리모택시코리아, 2월 서비스 시작), 백기사(쓰리라인테크놀로지스, 3월 서비스 시작), 티머니택시(한국스마트카드, 4월 서비스 시작) 등 다양한 택시 앱이 앞다투어 출시된 것이다.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던 헬로택시, 이지택시 등의 서비스를 합하면 택시 앱이 10여 개나 된다. 과거 스타트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택시 앱 시장이 과열 조짐까지 보인다. 이에 대해 카카오택시를 총괄하고 있는 다음카카오 정주환 온디맨드 팀장은 “택시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 초반, 택시 앱이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람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SK플래닛 Tmap사업팀 이종갑 팀장은 “한때 택시 앱이 20여 개가 넘었지만,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택시 앱에 대해 소비자들이 관심이 많다.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콜택시보다 편리하다” 입소문


택시 앱 서비스는 대부분 비슷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구동한 후 자신이 있는 위치와 목적지를 표시하면 승객 가까이 있는 택시에 정보가 전송된다. 콜을 받은 택시는 스마트폰에 뜬 승객의 위치로 이동해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로 출발한다. 과거 콜택시처럼 소비자가 전화로 위치와 목적지를 설명하고, 택시 기사가 승객 있는 곳에 왔을 때 전화로 확인하는 절차가 생략되는 것. 콜택시보다 택시 앱이 훨씬 편할 수밖에 없다. 강동식 테크M 부장은 ‘택시 앱 서비스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택시를 자주 이용해온 승객은 기존 콜택시 서비스에 비해 이용방법이 쉽고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 앱 경쟁은 이처럼 치열해졌지만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드물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 앱의 대표적인 수익 모델은 결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콜당 1000원 정도 하는 콜비도 수익 중 하나다. 택시 앱에 결제 시스템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 규모는 2조원에서 3조원 정도.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 SK플래닛은 시럽페이 등의 간편결제 시스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나 티맵택시를 포함해 현재 수수료나 콜비를 받는 택시 앱은 없다. 오히려 마케팅비, 택시 기사 인센티브 등으로 지출만 늘고 있다. 택시의 미터기 요금제 때문이다. 우버는 이동 거리와 차량의 종류에 따라 예약을 하면 이용료가 바로 나온다. 이용료에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터기 요금제 때문에 우버의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 미터기 요금 데이터가 택시 앱 서비스 업체에 오픈되면 간편결제 시스템을 결합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터기 요금 데이터가 오픈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택시 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미터기를 누르고, 그 요금을 소비자가 직접 스마트폰에 입력해야 된다. 택시 앱에 결제 시스템을 결합하면 승객의 불편이 가중되는 것. 이종갑 팀장은 “미터기 요금 데이터가 택시 앱에 오픈되면 결제가 쉬워질테지만 언제 오픈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처럼 택시앱에 간편결제 시스템이 결합하기 어려운 구조라서 수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택시 앱 서비스 업체들은 시장 선점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리모택시코리아 정승현 이사는 “수수료나 콜비보다 택시 앱 시장 선점이 더욱 시급한 일”이라고 했다. “택시 앱 서비스의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연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위치기반 사업이다”라고 정 이사는 덧붙였다. 정주환 팀장 역시 “택시를 이용하고, 이동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빠르게 제공해주는 플랫폼으로 키워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택시 앱의 플랫폼이 된 후 추후 수익 모델을 찾아나선다는 복안인 셈이다.

택시 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 업체들은 서비스의 특성을 내세우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재 택시 앱 시장의 1위는 카카오택시다. 전국 기사 회원수가 9만 명, 누적 호출수는 30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5월 19일에는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하는 깜짝 카드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강자 T-map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국 단위에서 서비스를 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도 카카오택시의 강점이다. SK플래닛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티맵택시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강자 T-map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나비콜이라는 콜택시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무기다. 기사 회원수는 6만여 명에 이른다. 추가요금 개념의 ‘엑스트라 페이’를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녁 늦은 시간 택시 이용이 어려울 때 추가요금을 미리 고지해 택시 기사가 콜을 받게 하는 유인책이다.

리모택시는 우버처럼 앱 초기화면에서 택시 기사의 평점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탑승한 택시의 이동경로가 지도 위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실시간 안심귀가서비스도 리모택시의 장점이다. 백기사는 서울의 유명 호텔과 손잡고 택시 기사 서비스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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