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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태 록앤올 공동대표 

카카오택시가 고른 무기는 ‘국민내비 김기사’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26억원을 들여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을 인수했다. 내비게이션 시장에 겁 없이 도전한 세 사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김기사’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 ‘벌집’ 폴더 아이디어를 낸 김원태 록앤올 공동대표.
내비게이션 시장은 대기업만 진입 가능한 시장이었다. 내비게이션의 기본인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 등이 보유한 원도 데이터를 구입하면 된다. 큰 금액이 아니다. 문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도로 데이터를 모아야 하고, 새로 생긴 도로나 없어진 길은 그때그때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 내비게이션 업계에서는 “내비게이션을 하나 만들려면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자본력이 없으면 도전하기 힘든 것이 내비게이션이다.

2010년 5월, 30대 경상도 남자 3명이 겁 없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본금은 각자 퇴직금 5000만원씩 모은 1억5000만원이 전부였다. 뜻을 함께하는 직원들도 10명에 불과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무뚝뚝한 이 3명의 남자들은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5년 후 그들의 꿈은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났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26억원에 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이다. ‘국민내비’로 불리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록앤올 이야기다. 록앤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원태(44) 공동 대표는 “축하한다는 인사를 너무 많이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록앤올의 창업자 3인방은 김 대표를 포함해 대외 활동을 책임지는 박종환 대표,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신명진 부사장이다. 김 대표와 박 대표는 부산 동아대학교(컴퓨터공학과) 동기동창이고, 후배인 신 부사장은 부산대 대학원(전자계산학과)에서 만났다. “20년 이상 알고 지내다 보니 창업 후 5년 동안 잡음없이 함께 했던 것 같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겁 없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도전한 것은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김 대표를 포함해 세 사람은 대학원에서 위치기반서비스(LBS·Location Based Service)를 전공했다. 김 대표의 첫 직장은 KTIT(한국통신정보기술). 이곳에서 내비게이션 개발과 관련된 일을 했다. 1998년 KT연구개발원에서 사내벤처로 만든 기업이다. 나중에 박 공동대표와 신 부사장도 합류하게 됐다. 주위의 벤처붐이 이들의 창업 꿈을 키웠다. 그들은 2000년 포인트아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 위치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들어 KT에 납품했다. “아이서치, 친구찾기, 길안내 서비스인 ‘케이웨이즈’ 등의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포인트 아이는 성적이 괜찮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내부에 문제가 생겨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나와서 록앤올을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뜻이 맞았던 박 대표와 신 부사장도 합류했다. 김 대표는 “포인트아이의 경험 때문인지, 창업이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록앤올(LOC & ALL)은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로큰롤처럼 즐겁게 일하는 스타트업이라는 뜻도 있고, 지역이라는 로컬(local)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것이다. 창업 후 처음부터 내비게이션을 사업 모델로 삼은 것은 아니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해봤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모색했다. 그때 눈에 들어 온 것이 내비게이션이었다. “내비게이션을 한다니 주위에서 다 말렸다”고 했다. “아이폰이 나온 상황에서 내비게이션을 하면 구글, 그리고 대기업과 싸운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도 없는 상황이었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국내외 내비게이션 300여 개를 분석했다. 다들 비슷했다. 심지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소비자도 드물었다. 일반 내비게이션을 스마트폰용으로 제작해 내놓았기 때문에 불편하고 화면도 조악했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기사’를 살려낸 것은 사용자의 입소문


목적지를 찾으려면 주소창에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장소를 터치하면 길을 안내해주는 직관적인 내비게이션이 필요했다. 김기사 하면 떠오르는 ‘벌집’ 모양의 폴더가 탄생한 배경이다. 내가 검색했던 장소는 벌집 모양의 폴더에 저장이 된다. 나중에 벌집만 누르면 바로 길 안내가 되는 게 김기사의 장점이다. 벌집 폴더 아이디어는 김 대표가 내놓았다. ‘beeline’이라는 단어는 ‘최단 코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벌이 꿀을 채취한 후 최단거리로 벌집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이 단어에서 벌집을 착안했다. “꿀벌이 꿀을 채취하면 최단 거리로 벌통으로 돌아온다. 벌집이 차면 번성한다는 의미도 넣고 싶었다. 그런 아이디어로 벌집 폴더를 제안했다”며 말했다. “김기사라는 이름도 잘 지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나는 촌스럽다고 처음에 반대했다”고 털어놨다. “처음 들었을 때는 대리운전 서비스 같았다. 그래서 반대했는데, 내부에서는 대부분 찬성해서 김기사로 정했다.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록앤올 설립 후 1년 동안 내비게이션 개발에 매달렸다. 부족한 자본은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메꿔야 했다. 2011년 3월 11일, 아이폰에 먼저 김기사 앱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폰 앱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일본에서 지진 관측 시작된 이래 네 번째로 강한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포털이나 언론은 일본 쓰나미 관련 기사로 뒤덮혔던 날이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를 뿌려도 김기사 이야기는 한줄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광고를 할 여력도 없었다. 김기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김기사를 살려낸 것은 사용자의 입소문이었다. “벌집이 사용하기 편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1개월 후 무료 앱을 유료로 전환하는 시도를 했다. 사용자의 15%가 기꺼이 돈을 냈다. 김기사의 가능성을 느낀 것이다. 2011년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대상 주인공은 김기사였다.

김기사에 대한 평가가 좋기 때문에 사용자 확대가 필요했다. 2012년 1월 안드로이드용 앱을 출시하면서 무료 정책을 펼쳤다. 다운로드 건수도 급증했다. 2012년 3월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연말에 300만건으로 치솟았다. 지난 4월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김기사를 이용한 길안내 서비스는 월 1억 건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강자라는 Tmap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린 사례로 꼽힐 정도다.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데이터도 쌓여갔다. 초창기 실시간 교통정보 데이터도 도로교통공단에서 받았지만, 이젠 사용자들의 데이터로 충분해졌다. “1시간만 김기사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으면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의 교통상황을 알 수 있게 됐다. 정확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고 김 대표는 자랑했다.

김기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벌집광고, 음성광고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용자 중에 돈을 지불할테니 음성 광고를 없애달라는 이들이 있어서 계좌이체로 사용료를 받은 때도 있다”며 웃었다. 사이버 머니의 필요성을 느꼈고, ‘허니’라는 사이버머니를 만들었다.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김기사도 하나씩 업그레이드 되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김기사에 블랙박스, 위치전송, 증강현실 기능 등이 탑재됐다. 김기사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2013년 말에는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를 비롯해 4개 투자사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초창기에는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지만, 3년 만에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 지난 1월에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52억원의 투자를 받고 일본에도 진출했다. 6월 초 일본에서 ‘나비로’(내비게이션과 路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라는 이름으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라서 우선 서비스 안정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나비로’라는 이름으로 일본에도 진출


▎‘김기사’의 초기 화면 스크린 샷.
창업자들은 록앤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구하기 시작했다. 록앤올의 기업가치는 1100억원이나 됐고, 투자도 거의 마무리 됐다. 하지만 창업멤버들은 투자자 대신 다음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고민이 많았다. 투자를 받아 록앤올을 키우면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비전을 다음카카오와 함께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싶었다. 카카오택시와 김기사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카카오가 록앤올을 인수한 후 김 대표는 새로운 계획을 짜는 데 여념이 없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본 서비스는 계속 진행하지만, 원래 계획됐던 프로젝트는 멈춘 상태다. 다음카카오와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다. “다음카카오의 인수는 록앤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음카카오와 김기사가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지 계속 고민 중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의 인수로 김기사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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