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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기업가정신 연구한 남명수 인하대 명예교수 

“최종건 창업주가 용장(勇將)이라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뛰어난 지장”(智將) 

나권일 포브스 편집장 ·사진 전민규 기자
남명수 인하대 명예교수는 10월 5일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를 갖고 SK그룹이 보여준 혁신경영과 인재보국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 시대에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을 위기 극복의 동력으로 되살려야 한다며 이번 기획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남명수 교수가 10월 5일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를 갖고 SK그룹의 혁신경영과 인재보국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남명수(68)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한국재무학회 회장, 한국기업경영학회장,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등 경영학계의 내로라하는 자리를 두루 거친 학계의 원로다. 지난 2012~2013년 한국경영사학회장 재임 때 담연 최종건의 한국경제발전 기여도를 분석해 책자로 엮어 발간한 바 있다. 남 교수는 재무담당 최고책임자 트레이닝 기관인 ‘한국CFO스쿨’ 학장으로 15년째 재임 중이다.

선경 창업주인 담연 최종건 회장은 어떤 분이셨나요?

담연은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의식주 중에서 의복문제를 해결해 주신 분입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 묻혀있던 직기 기자재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 직접 조립해서 고장을 정상 가동시켰고, 이 기업을 인수해서 선경을 창업했습니다. 원사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화학섬유 회사를 설립해 화섬원사 수입을 대체하고, 해외수출도 성사시켰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화섬원사의 원료인 석유를 직접 정제하는 정유공장 설립까지 추진했습니다. 한 번 꿈을 꾸면 반드시 실현해내고, 다시 그보다 조금 더 큰 꿈을 꾸는, 성취력이 남다른 분이었죠.

담연에게서 볼 수 있는 기업가정신의 요체라고 할까요.

담연은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한국 최초의 기계과 출신 기술자형 CEO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가 기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한마디로 선경의 창업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담연에게서는 또 ‘하면 된다’는 강렬한 열정과 신념의 기업가정신이 두드러집니다. 사회적 책임 정신의 대표적 사상인 사업보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 책임정신은 첫째, 성실한 기업 활동을 통해 이익 창출과 납세의 의무를 지키고 둘째, 수출제일주의 정신으로 수출 강국에 보탬이 되며 셋째, 사업을 성장시켜 고용창출을 확대하고 넷째, 복리후생의 증진과 복지시설 등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기업가정신입니다. 담연은 이러한 사업보국에 있어서는 단연 으뜸가는 기업가였습니다.

혁신 SK의 시작은 최종현 선대회장

담연의 뒤를 이은 최종현 회장은 실질적인 SK그룹의 창업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종현 회장도 기업가정신의 화신이었죠

최종현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첫 번째는 도전정신입니다. 그의 저서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처럼 그가 담연의 정신을 이어받아 SK를 발전시키고 세계화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천명한 것이 도전 정신과 신념주의 정신이었습니다. 신념주의 정신을 보여준 사례들은 많습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에 이르는 완전계열화 성과, 유공의 민영화과정에 선경이 발 빠르게 참여한 것, SKC브랜드를 세계 10대 브랜드로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고급인력양성에 성공한 것, 선경경영관리체계(SKMS) 정립과 보급 등등의 사례에서 최종현 회장 특유의 ‘하면 된다’는 캔두이즘(Candoism)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SK하면 흔히 혁신을 떠올리는데, 그 시작은 사실 최종현 회장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혁신주의 정신은 최종현 회장에게서 두드러지는 기업가정신입니다. 최종현 회장은 가장 먼저 연구개발의 혁신(Innovation)을 강조했습니다. 이윤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고 기존상품의 품질이나 원가를 혁신하는 것이죠. 인력관리혁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려면 인력의 신체적 활용과 두뇌활용이 최대가 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여기에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만들게 하는 마케팅혁신, “살 수 있는 기술은 사와야 하며, 생산된 제품은 재빠른 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던 생산관리 혁신, 폭넓게 정보를 수집하여 경영자가 정확한 지식을 갖게 하고 경영활동에 활용하도록 하는 정보관리혁신을 주창했지요.

한마디로 혁신의 기업인이었군요. 그러면 지금의 SK그룹은 최종건·최종현 두 형제 기업인의 기업가정신이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담연이 선경직물을 통해 섬유원자재에서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담연의 사후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한국석유공사 인수를 통해 SK그룹의 숙원사업인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일관생산체제를 완성했습니다. 최종건 창업회장이 기술자 출신으로 외형 확장에 성공한 용장이라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미국에서 공부한 관리기법으로 내실을 다진 뛰어난 지장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호흡은 SK그룹의 발전이 대내외적으로 튼실하게 이루어지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지요.

지금의 SK그룹을 면면히 관통하는 기업가정신 DNA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도전적 개척자정신, 사업보국정신, 신념과 열정의 캔두이즘(Can-doism), 인재중시 정신입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서도 이런 기업가정신이 엿보입니다. 선대의 사업보국정신은 사회적 기업정신으로 승계되었고, 도전적 개척정신은 창조적 기업정신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선대의 열정과 신념주의 정신은 수펙스 정신으로 좀 더 체계화되어 지금의 SK정신으로 정착됐고요. 인재중시 정신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재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일과 관련된 환경과 사람과 관련된 환경을 완벽히 조성해 자발적으로 수펙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구성원 전체가 행복할 수 있는 행복 극대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얼마 전에 한국CFO스쿨 15주년 기념 포럼을 열기도 하셨는데요, CFO스쿨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한국CFO스쿨은 IMF체제를 계기로 기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국면 전환의 시기에 경영자와 임원들의 재무리더십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해 지난 15년간 5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최근 기업경영의 선진화,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발맞춰 전문성과 다양성을 더욱 제고해 한국 기업의 재무적 경쟁력과 내실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CFO를 지망하고 더 원숙한 업무를 원하는 경영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사진 전민규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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