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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덕 델코리아 대표 

비즈니스에 집중하라, IT전략은 델에 맡기고 

유부혁 포브스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델(DELL)이 한국진출 20주년을 맞았다. 델은 2013년 상장폐지 후 토털 솔루션기업으로 변모했다. 김경덕 델코리아 대표는 “IT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컨설팅 기능을 모두 갖춘 우리에게 오라”고 말했다.

델코리아가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서울 홍은동 사무실에서 5명의 직원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300명을 거느린 중견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 동안 외국인 지사장 체제였지만 지난 2013년 김경덕 대표가 첫 한국인 수장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선 다들 ‘델’이라고 하면 PC를 떠올리겠지만 델코리아 매출의 60%는 서버, 스토리지 등 기업 비즈니스 솔루션이 차지한다.

김경덕 대표를 델코리아 회의실에서 만났다. 2011년 영업 전무로 입사한 그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있게 인터뷰에 응했다.

델코리아 소개에 앞서 김 대표는 델의 비즈니스 변화를 설명했다.

“델이 1984년에 설립됐으니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장 폐지됐죠. 대개 상장 폐지는 부정적 이슈가 대부분이지만 델의 경우는 달랐어요.”




“델, 너희가 다 알아서 해”

2013년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이 상장 폐지를 천명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가 빠르게 변해야 하는데 정책결정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몇 해 동안 델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를 나름 분석했던 것 같아요. 펀딩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변하는 기업 환경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 덕분일까? 델은 지난 10월 14일, 스토리지 업체 EMC를 670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델 측은 기업 대상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라 고 밝혔다. 델은 인수자금을 모으기 위해 대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건 EMC가 신통찮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계열사로 VM웨어와 같은 알짜기업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델의 EMC인수의 진짜 이유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델이 상장회사였다면 이런 도전이 쉽사리 가능했을까?

상장폐지 전의 델이 혁신적인 기업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다. 델은 다른 PC기업과 달리 주문자 생산방식을 고수해 성장한 기업이다. 쉽게 말해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하면 공장에서 생산해 고객에 바로 배송하는 형태라서 유통, 배송 단계에서의 비용이 절감돼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PC가 줄어들었어요. 우리는 이게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PC가 다른 디바이스로 변신한 셈이죠.” 시장 변화에 델은 B2C에서 B2B로 비즈니스 시프트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어차피 디지털 시대의 모든 문제는 연결돼 있습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심지어 고객의 사용환경까지고 제대로 알고 컨설팅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결국 모든 서비스를 갖추기로 한 겁니다.” 델은 이를 엔드-투-엔드 솔루션 기업이라 명명했다. “IBM은 서버 사업 등을 매각하면서 캐릭터를 분명히 했지만 델은 달랐어요. PC는 기본이고 서버, 보안, 통신 장비까지 갖췄죠. 지난 4년간 델은 13조 원을 관련 기업을 사들이는데 사용했습니다. 델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델, 너희가 다 알아서 해’였죠. 토털솔루션 기업으론 델이 유일하니까요.”

델의 전략 수정은 델코리아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우선 한국은 조직을 통폐합했다. 마켓 전략도 새롭게 짰고 유통 채널도 확대했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다른 점도 분명 있다. 우선 델의 전통 사업부문인 PC의 경우 삼성, LG등 국내 전자기업 제품이 확고한 까닭에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델이 개별 소비자에 집중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면서 “그래도 대학 연구실에 가면 대부분이 델PC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들이 유학시절부터 델PC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사업에 대해선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정부 보호 정책에 따라 제한적”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경덕 대표가 뭔가 생각난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델이 PC로 출발한 기업 아닙니까?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에어리언웨어 제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인기가 상당해요. 또 델 울트라북 시리즈 중 XPS, XPX 시리즈는 프리미엄 노트북으로 기업인들에게 반응이 좋습니다.”

그는 델코리아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측할 수 없이 시장이 형성되고 파괴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델은 본사 차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FRE, Future-Ready Enterprise)이란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김 대표가 말한 FRE는 기존의 IT 인프라와 새로운 IT 어플리케이션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면서 궁극적으로 ‘새로워지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새로운 요소에 민첩하고 효율적이며 능숙해지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대응력’ 또는 ‘체질’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다변화된 기업 환경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포춘 500대 기업의 40%가 10년 안에 사라진다고 하죠. 1920년대 S&P기업 수명은 65년이었어요. 지금은 15년입니다. 미국의 콘텐츠 유통회사 HBO는 기존의 채널들을 위협했지만 다시 넷플릭스에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 환경 변화에 따른 IT솔루션 중요성 부각

김 대표에게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를 과연 선호하는지 물었다. “많은 기업이 경영혁신 또는 기획실 산하에 IT관련 부서를 배치해 두고 있어요. 중요성을 아는 거죠. 현업의 인력들은 IT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위한 솔루션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어요. 당연히 델을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은 델이 유일하니까요.”

델코리아는 6월 열린 20주년 행사에서 ‘솔루션 서밋 2015’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빌리티를 키워드로 ‘퓨처레디(Future-Ready)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당면 과제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델은 결국 데이터를 다루는 비즈니스를 하는 셈이에요. 고객이 나열된 데이터가 아니라 의미 있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데이터 착시현상을 넘어설 수 있도록 말이죠. 데이터를 과하게 믿어서도 안돼요. 다만 데이터의 본질을 꿰뚫어야 합니다. 마윈이 말한 데이터 시대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스토리로 만들어 내는 산업이 돈이 될 겁니다.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주문 전 미리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아마존처럼요.” 구글 역시 데이터 시대를 준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정부가 1년에 구매하는 서버양이 25~30만 대인데 구글은 이보다 많은 양의 서버를 한 해 구입한다.

그가 말한 데이터 시대의 예는 또 있다. 바이오 미케닉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사람의 질병을 예측한다. 벌써 몇 해전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를 통해 유방암을 예측하고 유방을 제거한 일로 떠들썩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의 데이터 센터를 설계한 게 바로 델입니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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