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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13th (1) 가수 혜리 

국민애교왕, 국민딸 됐다 

글 박지현 기자·사진 권혁재 기자
MBC TV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이이잉~” 애교 한 방에 ‘예능 대세’로 등극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통해 복고 열풍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단박에 포브스코리아 선정 2016 파워셀러브리티에 선정됐다.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 막내 혜리(22)가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드라마 ‘응팔’의 성공에 힘입어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2년 전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에서 “이이잉~” 앙탈 한번으로 ‘국민 애교왕’으로 등극한 혜리가 ‘국민 딸’ 자리를 꿰찼다는 평가다. 광고계의 쏟아지는 러브콜로 20대 ‘100억 소녀’로 불리기도 한다. 포브스코리아가 파워셀러브리티로 선정해 혜리를 인터뷰한 이유다. 화장을 곱게하고 슬림한 남색 원피스를 입은 그에게서는 쌍문동 덕선이가 아닌 20대 여성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의 재발견


▎혜리는 “시청자와 캐릭터에 잘 공감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계 말로 요즘 대세다. 인기를 언제 실감하나?

예전에는 10대나 20대 팬들이 알아봐 주셨는데 이제는 어머님들이 지나가다가 ‘덕선아~’ 부르시더라고요.(웃음)

드라마 끝나자마자 밀린 광고만 수십개라던데.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빠요. 생각지도 못하게 큰 사랑을 받아서 기쁘기는 한데 막상 끝나니까 시원섭섭한 기분이에요.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까무잡잡한 민낯에 촌스러운 일자 단발, 눈 두덩이에 멍이 든 것처럼 바른 화장이며 허리가 더 길어 보이게 하는 청바지는 어느 배우라도 어울리기 쉽지 않았다. 아이돌 특유의 ‘예쁨’을 과감히 벗어 던져버린 쌍문동 덕선이는 항상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목젓이 다 보이도록 울고 웃는 우악스런 여고생이었다. 덕선의 옷을 입은 혜리는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 “헐~! 웬열!(이게 웬일)”이라며 커다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흥분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1988년에 살던 덕선이었다. 극중 성동일의 딸로 분한 성덕선은 공부를 잘하는 첫째 언니와 막내 남동생 사이에서 설움 많은 둘째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혜리는 덕선이 그 자체”라던 신원호 PD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덕선이와 혜리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대본을 읽는데, 감독님이 ‘네가 나온 <진짜사나이>를 한번 보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전 무의식적으로 그냥 한 행동들인데, 감독님은 그 모습을 다시 연구하래요. 그게 덕선이라고요. 저도 모르는 저를 많이 보신 것 같아요. 그래서 덕선이를 제스처나 걸음걸이나 표정으로 많이 녹여내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덕선이가 구부정한 자세로 눈치를 보거나, 혼나기 직전 겁먹은 표정 같은 거 있잖아요. 덕선이의 약간 바보 같은 표정이 바로 평소의 제 모습에서 끄집어낸 거래요. 하하.

보라와 덕선이의 생일이 비슷해서 보라의 생일만 차려주는 장면에서 덕선이가 ‘나하테는 왜 계란 후라이 안 해줘’라면서 울부짖잖아요. 그 장면이 인상적이라는 분들이 많더라.

제가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은 편인데요. 연기할 때 진짜로 울면 안된다고는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진짜 울었어요. 가족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족이 원동력이라고 말한 것을 어디서 들은 듯 하다.

제가 연예인으로 데뷔한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이기도 했거든요. 어렸을 때 경기도 광주 시골마을서 살다가 중학교 때 서울에 왔어요. 손바닥만한 집에서 7년 정도 살았어요. 시골 살 때는 우리 집이 못 산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 오니까 격차가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가족 이사시켜 주고 싶어서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어요.

혜리와 덕선은 이 부분에서 닮았다. 드라마 대사 중 “우리는 언제 반 지하에서 벗어나냐?”는 막내의 투정에 아버지가 난처해하자 둘째 덕선은 “걱정 마, 아빠!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아파트 사줄게”라고 말한다. 현실의 혜리는 꿈을 이뤘다. 20대 연예인 100억 부자 명단에 오른 혜리는 “최근 아버지 차를 바꿔드리고 집도 이사했다”고 말했다.

100억 부자, 실감하나?

아니요, 100억이라는 숫자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그 수치는 ‘그만큼 열심히 했다’라는 성적표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얼마를 벌었다는 게 중요하다기보단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과제로 느껴져요.

나이에 비해 참 성숙한 것 같다. 그래도 뭘 사고 싶었던 건 있지 않나?

돈 욕심이 많은 건 아니에요. 저한테 쓰는 걸 아까워하는 편이죠. 쇼핑도 잘 안 하고 옷을 사거나 가방 같은 걸 사는 것도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는 일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타입인 거 같아요. 바쁜 생활에 적응이 돼서 일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최근 혜리는 본인 명의로 사랑의 열매 측에 5천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역시 국민 딸답다”는 찬사도 들었다.)

“공감 능력이 큰 배우 되고 싶어”

나중에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좋은 작품은 시청자와 같이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공감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호흡하는 거죠. 앞으로도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또 시청자와 캐릭터에 잘 공감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성격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란다. 감추려고 노력을 해도 어느 순간 오롯이 발현된다는 것. 혜리와의 인터뷰가 그랬다. 철없지만 씩씩하고 굳센 딸 덕선은 1988년에만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드라마를 위해 ‘창조된’ 덕선이 아닌 과거로 돌아간 혜리의 ‘응답’처럼 느껴졌다.

- 글 박지현 기자·사진 권혁재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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