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SPECIAL EDITION 13th (1)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 

감각있고 발빠른 엔터업계 다크호스 

글 조득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가 시가총액·매출 3위에 오르며 SM·YG·JYP의 오랜 3강 체제를 깬 것. 엔터업계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한성호 대표는 중국 연예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엔터 비즈니스업계의 신흥 리더다. 서울 청담동 FNC사옥 1층에 마련된 소속 아티스트 비디오비젼 사이에 한 대표가(가운데) 포즈를 취했다.
명지대학교 재학시절 밴드동아리로 음악을 시작했다. 졸업 후 2집까지 앨범을 내놓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가수 조성모가 히트 시킨 노래 ‘투 헤븐’을 원래 부르기로 했었지만 음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양보했다가 이후 10년 가까운 무명생활을 보내야 했다.

보컬 트레이너와 작곡가 등으로 활동하다가 절치부심, 2006년 ‘FNC뮤직’을 설립하며 연예기획 사업에 뛰어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틈새를 뚫고 FT아일랜드·씨엔블루를 연달아 흥행시켰다. 10년을 버텨내자 직원이 2명에서 150명으로 늘었다. 20평짜리 임대 사무실에서 서울 청담동에 번듯한 사옥을 짓게 됐다. FT아일랜드·씨엔블루·AOA 등 가수 5개 팀, 이름만대면 알만한 이동건·이다해·정우 등 배우 15명, 유재석·정형돈·노홍철 등 코미디언 9명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과 고락을 같이하는 소속사의 대표가 됐다.

한성호(43) FNC엔터테인먼트(FNC) 대표 이야기다. 2014년 11월 코스닥에 상장된 FNC는 이후 시가 총액 3000억원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두 배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한 대표의 보유주식 가치는 700억원 수준이다. 양현석, 이수만에 이어 엔터업계 랭킹 3위다. 2월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 FNC 사옥에서 만난 한 대표는 “코스닥 직상장에 이어 지난해 중국기업 투자를 유치하면서 예능·드라마 등 콘텐트를 만드는 종합 엔터사로 확장하는 중”이라며 “올해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 ‘수출형 엔터’의 선두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류(韓流)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특히 FNC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FNC는 지난해 3분기 446억8075만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86억6201만원보다 크게 올랐다. FNC의 매출은 2013년 496억원에서 2014년엔 6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4년 매출 484억 원에 그친 JYP를 제치고 FNC가 엔터업계의 새로운 3강을 구축한 것이다.

일본·중국 등 해외 매출 비중이 75%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 가수(5팀) -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 N-FLYING, 이노베이터 / 배우(15명) - 이동건, 이다해, 윤진서, 성혁, 조재윤, 정진영, 김민서. 정해인, 곽동연, 정우, 김서영, 박광현, 정혜성 등 / 코미디언(9명) - 유재석, 이국주, 송은이, 문세윤, 정형돈, 노홍철, 김용만, 김원희, 지석진.
한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엔터테인먼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돌과 밴드시스템을 결합하는 독특한 전략을 펼쳤다. 바로 ‘아이돌 밴드’다. 한 대표는 “발라드, 댄스 등 아이돌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밴드는 남성그룹 버즈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었다”며 “이 둘을 결합하면 다른 회사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틈새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처음엔 많은 제작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어떻게 아이돌 밴드를 양성할 것이냐? 시장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 대표는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돌처럼 스타성을 지닌 연습생들을 어려서부터 연주를 가르치고 키워내면 되지 않을까!’ 한 대표가 대학에서 밴드 활동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이돌 밴드 양성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도전했을 때 경쟁력과 차별성이 나타날 것이라 믿었다”며 “기회가 오려고 그랬는지 마침 시장도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주력 밴드가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다. 3년 여 연습기간을 거쳐 2007년 데뷔한 FT아일랜드는 당시 발라드 일색의 가요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2010년 데뷔한 씨엔블루도 각종 음악차트를 휩쓸었다. 한 대표는 “FT아일랜드가 창업공신이라면 씨엔블루는 회사 규모를 한 단계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차별화로 인지도를 높인 이들은 일본·중국 진출에도 성공했다. 특히 씨엔블루의 리드보컬인 정용화는 중국 최대 SNS 웨이보의 인기 척도인 ‘가온웨이보차트’에서 최근 62주간 총 61차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용화는 중국에서 화장품, 은련카드, 의류브랜드 등의 CF에 출연하고 있다. 한 대표는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일본과 중국에서 꾸준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근엔 걸그룹 AOA가 회사 매출의 ‘효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 중 설현의 CF 수익이 특히 크다.

FNC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 수출기업으로 꼽힌다. 2014년 600억 매출 중 45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나라별 매출 비중은 일본 65%, 한국 25%, 중국 5% 등으로 해외에서 75%의 매출을 올렸다. SM은 해외 매출 비중이 44% 정도다. 업계 전문가들은 FNC가 일본·중국 엔터 시장의 밴드음악에 대한 수요를 충족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일본의 경우 밴드음악은 크게 발전했지만 우리처럼 아이돌 시스템의 관리를 받는 밴드는 거의 없다. 중국에서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홍콩의 인기 남성밴드 ‘비욘드’ 해체 후 이렇다 할 남성밴드가 나타나지 않았던 차에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한 대표는 “대형 엔터사들이 현지 기업과 합작 방식으로 진출한데 반해 우리는 현지지사를 세워 팬 미팅, 소규모 공연을 진행하며 직접 루트를 개척했다”며 “우리 직원이 직접 일군 인프라와 노하우가 지금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말했다.

FNC는 종합 엔터사로 변신 중이다. 핵심은 예능·드라마 등 콘텐트 제작 강화다. 지난해 유재석·노홍철·정형돈 등 예능인과 정우 등 배우를 대거 영입했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을 만든 신우철 PD도 스카우트했다. 이를 위해 80억원을 투자했다. 가수에 국한됐던 분야를 드라마 예능 연기자 등 다방면으로 구축해 토털매니지먼트의 기반을 닦고 있다. “너무 지른(투자한) 것 아니냐”고 묻자 한 대표는 “앞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했을 때 기회가 왔다”며 “CEO는 CFO와 달라야 한다. 눈앞의 숫자보다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계산해서 회사의 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매니지먼트 사업 강화


“이 분들을 영입했다고 당장 회사의 매출이 늘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분들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으로 예능 진출, 드라마 제작, 콘텐트 메이드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우리 회사가 가지는 힘, 브랜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것을 당장의 손익으로 말할 수는 없죠. 앞으로도 세대교체와 아티스트 확보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겁니다.”

중국 상하이·광저우에서 운영하는 연예인아카데미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대도시에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한 대표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제·문화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국 스타·문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 내 스타를 발굴하고 이들과 예능·드라마를 만드는 등 현지 매니지먼트 사업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예인 지망생 10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1~2년 안으로 중국 콘텐트 산업 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겁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는 체계적인 스타 양성, 콘텐트 제작 시스템이 없어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시작되던 시기와 비슷하죠. 기본이 스타 발굴과 양성인데, 앞으로 누가 인프라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가릴 것으로 봅니다. 저는 2006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당장의 수익보다 3~4년 뒤의 모습을 예상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노력했어요.”

지난해 중국 쑤닝유니버셜미디어로부터 330억원을 투자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중국 10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쑤닝그룹 계열사다. 중국 민영기업 가운데 최대 미디어기업으로 전자제품 유통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를 종자돈으로 올해 중국 시장에 본격 상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간에 ‘FNC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다’는 말이 있다는 걸 압니다. 매출은 증가하는데 영업이익은 떨어진다며 우려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드라마 예능 등 콘텐트를 앞세운 종합엔터테인먼트의 씨를 뿌려놓지 않으면 3년 후에 우리는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전환점을 보면 항상 과감하게 앞을 보고 투자하고 나갔을 때 기회가 왔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연말 고등학교 동문 모임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만났다고 한다. 마침 상장 직후라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한 대표는 “서 회장은 ‘큰 숙제를 두고 다른 곳에 눈 돌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조언해주었다”고 말했다. “서 회장님도 경영 초기엔 그룹에서 하는 수많은 사업을 핵심사업만 남기고 정리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하더군요. 제게 향후 3~4년 동안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서의 집중과 선택을 강조하셨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지금은 좋은 작가, 좋은 감독들과 드라마와 예능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서 회장의 조언은 FNC 경영의 지침이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YG, SM이 추진하는 외식·패션·뷰티 등 사업다각화와는 거리를 둘 생각이다. 그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충분히 할 의향이 있지만 하지만 지금은 콘텐트 제작과 아티스트 양성에 집중해야할 시기”라며 “내가 가지고 있던 회사의 비전이나 꿈을 실현하고 있어 기쁘고, 이에 걸 맞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회사명 FNC는 Fish And Cake의 줄임말로,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을 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재단법인 러브FNC’를 만들어 필리핀, 아프리카 지역에서 학교 설립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 글 조득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3호 (2016.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