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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의 ‘세컨드 브랜드’ 전쟁 

 

조득진 기자
다양한 비즈니스·부티크 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호텔업계의 미드마켓이 확장하고 있다. 국내 호텔 대기업의 세컨드 브랜드와 글로벌 호텔체인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왼쪽)롯데호텔이 최근 오픈한 서울 명동 ‘L7’ 호텔의 로비. (오른쪽)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의 레스토랑바 전경.

▎(왼쪽)웨스틴조선호텔의 ‘포포인츠 쉐라톤 바이 남산 호텔’ 레스토랑. (오른쪽)호텔신라의 ‘신라스테이 제주’의 야외 테라스.
장면 하나. 지난 1월말 방문한 서울 명동의 L7명동호텔. 롯데호텔이 지난 1월초에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지상 21층, 지하 3층에 245개 객실을 갖췄다. L7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우선 청바지와 옥스퍼드 셔츠, 노란색 네오플랜 베스트를 한 직원들의 유니폼이 눈에 띈다. 대형 자판기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엑소(EXO) 등 한류스타의 이미지를 넣은 세면도구, 트래블키트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21층 옥상에 마련된 루프톱바에선 남산 엔타워와 서울 도심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야외 풋스파도 가능하다. 객실 중 50개는 한식 주거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깔고 침실을 꾸몄다. 유니폼과 호텔의 전반적 디자인은 정구호 디자이너가 작업했다. 롯데호텔 측은 “L7호텔은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트렌드 세터들과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20~40대 여성 고객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북창동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의 프랑스계 호텔이 문을 열었다. 유럽 호텔시장 2위인 루브르 호텔그룹이 서울 입성작으로 골든튤림엠서울호텔을 오픈했다. 지하 5층, 지상 17층에 총 430개 객실을 갖추고 있어 명동 주변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편백나무 소재의 히노끼 욕조, 한지로 제작한 특수 덧창 등 동양적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루브르호텔그룹은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2020년까지 국내에 17개 호텔, 6000개의 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호텔업계가 세분화, 다양화 되고 있다. 중국인관광객 중 상당수가 개별 관광으로 전환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치열한 경쟁도 차별화에 한몫하고 있다. 트렌드는 호텔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신세계조선호텔, 파르나스호텔, 앰배서더호텔그룹 등 주요 호텔 브랜드가 서울을 찾는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을 잡기 위해 세컨드 브랜드 론칭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 경쟁은 호텔신라가 2013년 11월 경기도 화성에 ‘신라스테이 동탄’을 열면서 본격화했다. 호텔신라는 서울 역삼, 제주도, 서울 서대문·마포·광화문·구로와 울산에 신라스테이를 추가로 오픈했다. 면세점 사업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는 호텔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비즈니스호텔에 먼저 뛰어든 건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은 2009년 서울 마포 공덕동에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오픈한 이후 김포공항·제주·구로·명동·대전·울산 등 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앞서 찾은 롯데호텔의 L7호텔은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틈새를 뚫은 브랜드다.

프랑스계 이어 일본계 호텔도 상륙


뒤늦게 비즈니스호텔에 뛰어든 신세계조선호텔도 웨스틴조선호텔의 세컨드 브랜드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을 지난해 서울역 앞에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 메사빌딩 인근 부지에도 2017년까지 비즈니스호텔을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는 파르나스(GS그룹)도 최근 몇 년 새 ‘나인트리’ 브랜드를 코엑스와 명동, 광화문에 오픈했다.

가구기업 까사미아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운영하는 ‘라까사 호텔’도 미드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지난해엔 본관 바로 옆 까사미아 압구정점 건물의 5~8층 4개층을 객실로 개조하고 가장 높은 9층엔 라운지 바를 신설했다. 객실을 자사 브랜드의 가구와 인테리어·소품들로 채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인기가 높고, 촬영 스튜디오로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까사미아는 경기도 광명에도 라까사 호텔을 짓고 있다. 이처럼 주로 가구나 욕실, 침구류, 오디오 등 휴식과 관련한 기업이나 브랜드가 독특한 콘셉트의 호텔을 신규 오픈하고 있다.

이들이 호텔 경영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우며 세컨드 브랜드를 빠르게 확장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새 일본인관광객이 줄면서 특급호텔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호텔의 3분기 누적 매출을 보면 4개 특급호텔 가운데 제주지점만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신라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771억 원으로 전년 1389억 원에서 44.4%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세컨드 브랜드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특급호텔 시장이 연 0.9% 성장률을 보이며 사실상 정체됐다”며 “특급호텔은 인건비와 식재료비 같은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데, 세컨드 브랜드는 이런 서비스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글로벌 호텔체인 브랜드의 공세도 매섭다. 지난해 9월엔 일본 서일본철도그룹이 운영하는 특1급 호텔 브랜드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이 서울 명동 한복판에 상륙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만 호텔사업을 해오다 서울 명동을 해외 출점 1호로 잡았다.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은 명동 쇼핑몰 엠플라자 건물 가운데 저층 상가를 뺀 지상 7~22층을 통째로 임차했다. 객실은 총 315실 규모이며, 하루 숙박비는 20만원 안팎으로 비즈니스호텔치고는 다소 비싼 편이다.

그동안 일본계 무인호텔인 ‘도요코 인’이나 특2급 ‘도미인 호텔’이 국내에 들어온 적은 있지만 특1급 호텔이 문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선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외에도 니시테츠 그랜드, 솔라리아 그랜드, 솔라리아 니시테츠 긴자, 니시테츠 인 등 다양한 세컨드 브랜드 호텔을 운영

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중국인관광객 수요에 일본계 자본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그룹의 하위 브랜드 호텔을 연이어 들여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엔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아코르그룹이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을 오픈했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이비스 스타일은 기존 이비스 호텔과 다른 범주의 이코노미 클래스 호텔로, 일반 비즈니스호텔의 실용성에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지상 21층, 지하 1층에 총 18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레스토랑, 루프톱바, 연회장, 헬스장 등의 부대시설도 마련했다. 숙박비는 기존 이비스 명동 호텔보다 10∼20% 저렴하다. 메리어트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를 영등포와 판교에 선보인데 이어 현재 남대문에 380실 규모의 호텔을 마무리 공사 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명동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의 호텔이 명동에서 문을 열고 있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호텔사업에 뛰어들면서 이 일대 호텔의 미드 브랜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급호텔 업계에서 세컨드 브랜드 호텔 붐이 일어나고 미드 시장이 커지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급 과잉이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호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가격적인 혜택만으로는 차별점을 갖기 어려워 졌다”며 “정확한 타깃을 갖고 그것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성 있는 포지션을 갖는 것이 호텔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형 호텔 브랜드’ 창출 절실

이 때문에 호텔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형 호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이 외국 브랜드 호텔에 숙박함으로써 로열티와 매출이 빠져나간다는 지적이다. 신상균 산하에이치엠 대표는 “국내 호텔의 주요 고객은 80% 이상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호텔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는 것”이라며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 호텔들이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호텔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해외로 진출하는 토종 호텔 브랜드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신라호텔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고, 롯데호텔도 아시아 지역에서만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롯데호텔이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0년 9월 ‘롯데호텔모스크바’로 처음 해외에 진출한 이후 현재 베트남의 사이공과 하노이, 미국 괌, 일본의 긴시초 등지에 진출했다.

특급 호텔 수요가 높지 않은 우즈베키스탄에 롯데시티호텔을 선보였다. 최근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은 “2019년까지 총 10개 호텔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성급 ‘시그니엘’을 롯데월드타워와 부산 해운대에, L7을 서울 홍대에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얀마, 중국, 러시아에 호텔 5개를 추가 오픈하기로 확정했다.

- 조득진 기자

[박스기사] 돔 페리뇽 빙수에 브라이덜 샤워(예비신부 파티)까지 - 서비스 차별화도 치열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이 선보인 메뉴 ‘캐비아 부티크’.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1층에 위치한 ‘더 라운지’에서는 유럽 현지에서 수입한 캐비아와 함께 세계 최고의 샴페인 루이로드레 크리스탈을 곁들인 ‘캐비아 부티크’를 선보였다. 이래저래 가격이 2인 기준 50만원을 넘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밸런타인데이에 프러포즈를 계획하거나 특별한 시간을 준비한 고객들로 금세 예약이 찼다고 한다.

이 호텔은 지난해 여름엔 2인 기준 8만 원짜리 ‘돔 페리뇽 빙수’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 2004로 만든 홈메이드 셔벗, 식용 금가루 등으로 구성했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의 강주혜 부장은 “우리 호텔이 진행하는 F&B(식음료) 프로모션은 가장 처음이거나, 가장 잘하거나, 유일한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F&B프로모션 성공은 호텔의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이 다양한 초고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굳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바이럴 마케팅’(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어떤 기업이나 제품이 전파되는 것)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흔히 볼 수 없는 고가 희소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기 때문에 브랜드 명성을 확인시켜주려는 차원에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중저가호텔들은 시도하기 힘든 마케팅으로 자사가 최고급 호텔이라는 인식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20~40대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한 서비스 차별화가 눈에 띈다.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가 대표적이다. 예비신부가 결혼하기 전 친구들과 마지막 파티를 즐긴다는 뜻으로,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에게 인기다. 그랜드힐튼서울은 4개의 침대를 갖춘 스위트룸을 제공하며, 밤새 파티를 할 수 있도록 주류와 다과를 상품에 포함했다.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롯데호텔이 제공하는 ‘레이디스 나이트 아웃 패키지’는 헤어 세트와 미용 스팀기, 화장품 냉장고, 족욕기 등 여성만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츠칼튼호텔서울은 야외 발코니에서 근사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 딜라이트 패키지’를 선보였다. L7명동호텔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 등 한국의 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스타일 컨시어지’를 운영한다.

- 조득진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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