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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듀퐁 클래식에 새긴 그의 스토리 (1)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MINING MINDS 

유부혁 기자
포브스코리아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남성 명품 셔츠 S.T.듀퐁 클래식과 함께 오랫동안 한 가지 업에 매달려 온 다양한 업태의 장인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 철학을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평소에 자신의 셔츠 소매에 좌우명을 새겨 온 송길영 부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그들의 삶을 지배한 업의 매력과 그에 얽힌 재미난 사연을 듣기 위해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시리즈를 함께 기획한 송길영 부사장(이화여대 초빙교수, 컴퓨터학 박사)이다. 국내 최고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 그의 소매 끝에는 ‘MINING MINDS’라고 새겨져 있다. 그는 ‘대중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대중의 심리를 해석하고 이를 기업 마케팅 전략에 적용시키는 일이 그의 직업이다.

송길영 부사장은 빠른 사람이다. 주변의 복잡다양한 현상을 간단명료하게 분석해 말한다. 말도 빠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가진 인터뷰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그의 명함 중앙에는 회사 이름, 자신의 이름 대신 ‘MINING MINDS’란 글자만 덩그러니 쓰여있다. 그가 하는 일을 정리한 말이고 그의 직업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MINING MINDS’를 이름만큼 아니 그 이상 귀하게 다룬다. 데이터를 연구한 지난 20년 동안의 자신의 일들을 압축하고 다듬어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이름 대신 이 단어를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름은 허망한 것”이라 말했다. 한국에 존재하는 330개 정도의 성씨와 그에 붙은 이름은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닌 그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자신의 철학을 아호로 만들어 이름 앞에 붙인 것처럼 자신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해석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바람이나 기후처럼 측정하는 것이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마음을 읽어야 하는 일이기에 늘 조심스럽다고도 말했다. 듣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 부사장의 말이다. “가령 삼성의 경영자와 삼성의 김 대리는 입장이 다르다. 경영자가 사업 강화에 관심이 높다면 김 대리는 자신의 경력과 업무 활용에 데이터 해석을 사용하는데 관심이 있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 일을 오래 해야만 하는가?’ 그의 답이다. “오래 한다는 건 실행의 횟수가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깊은 생각을 했다는 걸 의미해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죠. 그 시간을 살아낸 분들을 만나 그 실행 횟수 동안 겪은 지식과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공유해 보자는 겁니다.”

송 부사장은 2012년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빅데이터 강연을 하면서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의 저서『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와 『상상하지 말라』가 연이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들의 뇌리에 강하게 인식됐다. 4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변했어요. 일에 대한 책임과 통찰의 깊이가 남다른 분들을 뵙고 배우는 점도 많아졌죠.”

빅데이터는 이제 그를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그는 빅데이터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아니니까요. 기술을 목적으로 하면 안됩니다. 새로움을 거부하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태양광을 에너지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핵융합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할 수 밖에 없겠죠.”

내 직업은 통찰에 대한 책임


송 부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었다. 광부. 사람의 마음을 캐는 사람이다. “취미가 직업이 됐죠. 시와 운과 때가 맞았던 것 같아요. 직업 환경을 내 스스로 만들었으니 좋고 나쁜 건 따로 없어요.”

송 부사장은 전달자다. 기업이 원하는 대중의 욕구, CEO가 원하는 시장 동향에서부터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마음을 콕 집어 해석해 전달하는 강연자로 유명하다. 한 언론사 조사에서 그는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강연자 3명 중 1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20년 이상 갈고 닦은 내공이라지만 엄청난 ‘지적 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언어를 배워요. 체력이 소진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제게 가르치고 교류한다는 건 책무입니다. 얻어진 생각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세대의 변화를 깨우치기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매해 자신의 연구와 강연 주제를 정한다. 지난해는 ‘관찰’이었고 책으로도 냈다. 올해는 ‘정답’이란다. 정답에 대한 그의 강연이 인터뷰의 마지막 답변이다.

“관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풍습도 바뀌고 사고방식도 변하죠. 적응하는 우리 역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혼자 오래 사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어요. 그런데 늘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정답을 알아내서 복사하려 하고 있어요. 가치관을 답습하지 말고 공존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해요. 그래서 전 ‘답을 묻지 말고 스스로 탐색해보자’고 말합니다. 답은 내 밖에 있지 않아요. 우리는 나 자신을 잘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자신을 어딘가에 끼워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니 힘들죠. 올해 제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싶은 주제가 ‘나, 정답을 묻다’ 입니다.”

- 유부혁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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