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한국 50대 부자] 한국 부자들, 10년 새 해외투자 600% 증가 

 

임채연 기자
산업 지형의 변화에 따라 대한민국 부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부자 코드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 데 있었다.

▎2006년 포브스아시아와의 인터뷰를 승낙한 서경배 사장은 적어도 수익의 4분의 1이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과, 북미·프랑스 시장에서 발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당시 서경배 사장은 “한 단계 높은 성장은 한국시장 밖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부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6년 50대 부자들의 평균 재산은 2조원이 넘는다. 이는 2006년 평균 재산의 4배 가까운 액수다. 최고 부자의 재산도 10년 새 크게 늘었다. 2006년 1위를 차지했던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2조7309억원이었다. 2016년에도 1위를 차지한 그의 재산은 14조4418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2008년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10년 동안 줄곧 1위를 지켰다.

50대 부자 커트라인은 2006년 2547억 원에서 2016년 7794억원으로 3배 이상 높아졌다. 2016년 부자 50위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다. 지난해 50대 부자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재산은 2006년을 기준으로 보면 10위에 해당한다. 부자들의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철강·화학·건설 등 전통 산업의 부자들의 부침이 심했다.

눈에 띄는 것은 IT·제약 분야 신흥부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수성가형이다. 이들의 성공 신화는 기술 개발과 차별화한 콘텐트를 무기로 자본을 끌어당기며 이뤄졌다. 2016년 조사 결과 자수성가 부자는 19명이다. 김정주 NXC 대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이사회 의장, 이상혁 옐로 모바일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이다. 특히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재산 순위 4위에 오르며 전통적인 제조업 그룹 오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 신흥부자들은 기존 대기업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은 인터넷과 게임·바이오 등에서 부를 일궜다. 콘텐트 개발과 함께 자본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짚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브스아시아 편집장 팀 퍼거슨은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생산 문화가 주식시장의 지원을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중견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대표가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된 것도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대박 게임을 터뜨린 결과였다.

국내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부자들


▎쿠팡은 미국에서 투자금을 좀 더 쉽게 얻기 위해 회사를 미국 유한책임사로 등록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50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고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한 덕에 쿠팡은 21개 물류 창고와 트럭 군단,‘쿠팡맨’으로 이뤄진 물류 인프라 강화를 위한 13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다.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부 보고서(Wealth Report) 2016을 작성한 타이무르 칸(Taimur Khan) 수석 애널리스트는 “201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국가 간 고액 자산가들의 자본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린 한국 부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부자들의 경우 해외투자는 2005년 390억 달러에서 2015년 2719억 달러로 10년 사이 약 600%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 자금은 지난 2005년 1050억 달러에서 2015년 1810억 달러로 10년 사이 72%가 증가했다. 2006년 포브스아시아는 “태평양의 문제점은 매출의 90%가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해외시장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현재 서경배 회장은 해외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부자순위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부자 지도 변화는 50대 부자 리스트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2006년 50대 부자 중 3분의 1 이상이 2016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0위권 내에서는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문규영 아주산업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의 이름이 사라졌다. 50위권에서는 21명이 빠졌다. 그 자리엔 신흥부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한마디로 전통 재벌의 아성에 신흥부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상속형 부자가 많은 편이다. 세계적으로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상속형 부자보다 약 7대 3의 비율로 많다. 오너 일가로서 재산을 물려받거나 경영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키운 경우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그룹 계열분리를 통해 2·3세가 경영하는 기업을 늘렸고, 시장점유율 확대로 자산 가치를 키웠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한국의 억만장자 가운데 상속으로 부를 일군 사람이 74%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6∼2015년 20년간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자산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이상 부자 가운데 상속자의 비율은 한국이 2014년 기준 74.1%였다. 이는 세계 평균(30.4%)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세습 부자’가 많은 나라는 한국 외에 쿠웨이트·핀란드(각 100%), 덴마크(83.3%), 아랍에미리트(75%) 등 4개국뿐이었다. PIIE는 “한국에서 세습 부자가 대부분이고 창업 부자가 적은 것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와 자본시장 미성숙,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임채연 기자

201606호 (2016.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