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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22조 ‘돈 먹는 하마’ 

대우조선해양의 4번째 위기 

문희철·김유경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대출과 보증, 회사채 등 위험노출액은 무려 22조원에 달한다. 합병·퇴출·자체 회생 등 온갖 설이 난무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어떤 항로를 따라 운항하게 될까?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만든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일보·포브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 정부 구조조정의 향방이 대우조선해양 처리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불과 2~3년전만해도 조선업 위기는 중소형 조선업 체들에 국한됐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조선 ‘빅3’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곳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출과 보증, 회사채 등 위험노출액(익스포져·Exposure)은 무려 22조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으로부터 회사분할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다. 대우그룹 해체이후 KDB산업은행(당시 한국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하면서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됐다. 구조조정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지만 주력인 조선 산업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용접·특수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세계 조선 시장이 활황일 때는 몸값도 높았다. 2008년 한화그룹은 20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조3000억원에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2만원선으로,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까지 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무산됐다. 2011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함께 우리나라 전체 총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때는 수주량·수주잔량·건조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기록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금도 클락슨 기준 수주잔량이 세계 1위다.

용접·특수선 분야는 세계적 경쟁력


▎구조조정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는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표.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다.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2008년엔 5140만 CGT로 2007년 대비 45%나 줄어들었다. 2009년에는 급기야 1150만CGT로 급락했다. 노르웨이 리스크 관리서비스·컨설팅 기관인 DNV에 따르면, 2009년에만 전 세계에서 599척의 선박 건조 계약이 취소됐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선박 계약 취소 건수는 226%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신규 사업을 찾아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배경이다.

심해에서 원유를 캐올리는 해양플랜트는 2010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조선분야가 부진하자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주목했다. 하지만 설계·시공 전문성이 부족했다. 조선 사업 만회를 위해 무리하게 저가 수주를 하기도 했다. 적정 생산 능력보다 과도하게 수주를 받아오다 보니, 인력도 부족하고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 계약 취소·인도 지연 등 악재도 겹쳤다. 납기 지연·저가 수주로 비용은 쌓여 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마저 하락했다. 한창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때 배럴 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유가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최근에도 해양플랜트 개발의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50달러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송가 프로젝트’다. 노르웨이 석유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Songa Offshore)가 발주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로 여기에서 발생한 손실만 1조 원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조선업계 사상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악의 손실이다.

‘제 살 깎아먹기’식 수주 관행도 문제다. 경쟁사들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대비 상대적으로 저가에 프로젝트에 입찰해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쟁력을 깎아먹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공사 대금의 50% 이상을 인도 시점에 몰아서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 계약도 발목을 잡았다. 건조 대금의 대부분을 프로젝트 완료 이후에 받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대우조선 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7000%가 넘는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자구계획으로 비용을 통제하고,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총 4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이나 회사채 투자자에 대해서는 여신 회수나 원리금 상환 요구를 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말 이후 자산을 매각해 3587억원을 확보했고, 원가를 개선해 약 3000억원을 아꼈다. 인력은 709명 줄였다.

하지만 정상화 방안 발표 불과 6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자구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선업 불황이 심화하면서 상반기 수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 망갈리아 조선소가 수주한 수에즈막스 탱커 2척을 거제 옥포조선소로 이관했지만, 신규 수주라기보다는 자회사 계획을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 이번에는 시중은행이나 회사채 투자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업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했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6개월만에 자구 계획을 재수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조선이 재수립하고 있는 자구 계획은 경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주 부진이 계속되면 선박이 인도될 때마다 인력을 줄이고 임금을 절감하는 방안이다.

부실 털어내고 재무구조 개선 급선무

일각에서는 조선업 빅딜설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을 해체해 국내 대형 조선사를 1~2개 회사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인위적인 빅딜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장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다시 제기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인위적 빅딜이 아니더라도, 업체간 자율적인 인수합병(M&A)이 벌어질 수는 있다. 조선 빅3의 과잉·중복되는 사업 부문을 한 업체가 설립하거나 별도의 신설법인이 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조선 3사가 대규모 부실을 기록한 주범인 해양플랜트를 한 업체나 신설법인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지금 당장 빅3 체제를 유지해야 향후 조선 호황기가 찾아왔을 때 다시 우리나라 조선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물량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단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액이 ‘조선 빅3’ 중에 가장 많기 때문에 추가 수주 없이도 최소 2년을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적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이라면 향후 10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부실을 털어내고 흑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은 변함없다.

- 문희철·김유경 기자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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