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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뮐러 조야 대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신발 만든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스위스 기능성 신발 브랜드 조야는 허리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칼 뮐러 대표에게 조야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서울 상수동의 조야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칼 뮐러 대표. 한 달에 보통 10개국 이상을 순회한다는 그는 출장 대신 여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에게 사업은 일상인 듯 보였다.
2006년 스위스 로크빌의 한 작은 마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청년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중이었다. 그는 인체가 올바르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자세이며 이를 위해 특별한 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청년은 PTX(Proof-Tex : 방수성·내구성·통기성 강화 소재), SR(Slip Resistant : 미끄럼 방지 기술), ESD(Electrostatic Discharge : 정전기 방지 기술) 등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된 신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탁월한 충격흡수 효과를 통해 발과 허리,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고 편안하고 즐거운 워킹을 제공하는 기능성 신발 브랜드 조야(JOYA)는 그렇게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조야는 제가 직접 지은 이름입니다. 라틴어로 특별한 것 혹은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건물을 지을 때 밑바닥 기초가 제일 중요하듯이 사람의 몸에서는 두 발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인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발을 비롯해 허리와 척추의 건강을 돕는 특별한 신발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조야라고 지었습니다.” 칼 뮐러(31) 대표는 제품 개발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뮐러 대표는 기능성 신발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사이워킹 MBT(Masai Barefoot Technology) 슈즈 개발자인 칼 뮐러 시니어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 사업가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운 신발에 대한 철학과 관심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신발 조야를 탄생시켰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전세계인들이 즐겨 신는 MBT 슈즈의 성공 과정을 지켜 본 경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글로벌 슈즈 브랜드를 개발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아버지가 만든 신발을 통해 건강과 아름다움을 찾은 사람들을 본 뒤로 기능성 신발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끊임없는 근육의 움직임으로 칼로리 소모를 높인 신발을 개발한 아버지와는 생각이 조금 달랐어요. 신발은 겉보기에도 예쁘고 가벼우며, 발목을 지지해 서 있을 때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야를 신은 모든 사람이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편안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야만의 특별한 기능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탄생한 조야는 혁신적인 기술력은 물론 기능성 신발의 투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세련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글로벌 슈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스위스와 독일에서 조야의 첫 번째 컬렉션이 판매된 이래, 스웨덴·노르웨이·이탈리아·일본·오스트리아·아랍에미리트·캐나다 등 현재 전세계 27개국 2500개 판매점에서 만날 수 있는 기능성 신발의 대표 브랜드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2012년에는 미국 뉴욕타임즈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어바웃닷컴이 진행한 리더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베스트 컴포트 슈즈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독일 리테일 신발 브랜드 중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하며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허리 건강 책임지는 특별한 신발


조야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뮐러 대표는 “여타 기능성 신발 브랜드와는 출발부터가 다른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조야는 철학부터가 다른 브랜드에요. 우리 회사의 목적은 결코 돈이 아닙니다. 우리 신발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첫 번째죠. 개발 단계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소비자들은 우리 제품에 대한 믿음이 강한 편이에요. 제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서 우리 제품을 구매합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우리 신발 가격이 직장인 월급의 반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과 믿음이라고 할 수 있죠.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상의 원자재는 물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 이익금을 거의 재투자하고 있어요.”

조야의 모든 신발에는 폴리우레탄 소재의 미드솔(midsole)이 적용돼 바닥 충격을 흡수하고 압력을 분산, 오래 걸어도 발의 피로가 적고 내구성과 복원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1년에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에서 생체의학 분야의 효과를 증명 받았으며, 최근에는 독일척추건강협회(AGR)로부터 신발업계 최초로 허리·척추 건강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는 AGR 인증 마크를 획득했다. 뮐러 대표는 “AGR 인증을 통해 조야의 전 제품이 허리 건강에 탁월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 매우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천히 오래가는 열정적인 브랜드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조야 R&D 센터. 2010년 설립된 이곳에서는 연구개발 및 디자인, 생산관리, 전세계 조야 배급업체 간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척추건강협회는 정형외과 의사나 물리 치료사 같은 의학 전문가들 및 관련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협회에요. AGR 인증은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허리에 이상적인 제품으로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최상의 제품에만 주어지고 있는데요. AGR 인증을 받은 유명 제품들로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폭스바겐의 고급 차종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EQ900의 카시트,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보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조야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특징은 2010년 부산에 설립된 미드솔 생산 공장이다. 원가 및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제조 시설을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야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부산에 자체 생산 공장을 세우고 R&D 및 생산, 수출을 전담케 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이 가장 좋다는 뮐러 대표의 믿음에서 비롯됐으며,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 95%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부산은 1970~90년대 신발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지역입니다. 그래선지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장인들이 많이 있어요. 어머니의 고향인 부산에 우리의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시킨 신발 생산 거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과 FTA가 체결돼 있어서 회사 운영에 장점이 많고 부산항을 통해 수출도 유리합니다. 생산시설 자동화를 통해 품질은 높이고 인건비는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은 전세계 매출에서 3~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전세계 판매량이 25만 켤레 정도 됩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15~25% 정도 성장했는데, 매년 이 정도 성장률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25%가 넘어가면 부산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인데요. 생산량이 너무 많아지면 그에 따른 자재나 인력 수급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빠른 성장보다는 천천히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20년 전, 아버지의 신발 사업을 돕던 열한 살 소년은 이제 자신의 신발을 알리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어엿한 청년 사업가로 성장했다. 뮐러 대표는 “조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파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기능성 신발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거든요. 50년 혹은 100년 후에도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회사로 남기 위해선 몇 년마다 회사를 완전히 부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외형을 부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있는 프로세스의 변화를 의미하는데요. 계속해서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 회사는 결국 망합니다. 몇 년마다 부수고 다시 세워야 오래갈 수 있어요.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계속해서 개발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열정이있어야 오래도록 살아있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업이 곧 자신의 생활이고 인생”이라고 말하는 뮐러 대표에게 신발 하나 더 팔고, 돈만 많이 버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의 목표는 지금의 회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자신의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 더 행복해지고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야는 그렇게 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그랬듯이 제 자식들도 그 안에서 인생을 연습하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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