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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회장 

고객만족연구소까지 만든 ‘호텔업계의 전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세계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의 창업자인 이사도어 샤프(85) 회장이 11월 말 한국을 찾았다. 2015년 10월 문을 연 포시즌스 호텔 서울 개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20년 만이다.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 회장. 85세인데도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제공
샤프 회장은 ‘호텔업계의 전설’으로 불린다. 건축가였던 그는 열악한 숙소 때문에 망쳐버린 신혼 여행을 계기로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1960년 캐나다 토론토의 객실 100개짜리 모텔에서 시작한 그의 호텔 사업은 세계 41개국 101개 호텔, 직원 8만여 명을 고용한 포시즌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그가 50년 전 처음 시작한 24시간 룸서비스와 구두닦이 같은 서비스부터 욕실 내 목욕가·거울·드라이기 등의 객실 비치용품, 그리고 피트니스 센터 식의 부대시설은 이제 호텔이 갖춰야 할 기본으로 자리했다.

포시즌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원래 선더버드라는 이름을 쓰려고 했는데 다른 업체가 선점하고 있더라. 그때 처남이 독일에서 머문 호텔 이름을 알려줬다. 영어로 포시즌스였다. 지금 포시즌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다들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게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제품이 좋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구글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품이 좋아야 브랜드에도 그만한 가치가 생긴다.

포시즌스 호텔은 서비스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저 상식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면 된다. 상대방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을 대하라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이를 직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직원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호텔을 잘 짓고 인테리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쟁하는 건 무의미하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만족연구소를 만들어 다변화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있다. 동서양인의 다른 체형과 다양한 수면 습관을 고려한 침구류, 세계 각국 사람들의 특성과 취향을 반영한 식음료 메뉴, 친환경 소재의 욕실과 객실 용품, 고객 만족 서비스 시스템에 대한 매뉴얼 등을 고민한다. 포시즌스만의 VIP 고객 특화 서비스 노하우는 꼭 언급하고 싶다. 다른 호텔들은 여러 브랜드를 둬 최고급부터 중저가 호텔까지 다양하게 운영한다. 하지만 나는 ‘포시즌스를 아무나 오는 호텔로 만들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원칙을 세웠다. 프라이빗 제트기를 이용한 최고급 패키지 투어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오랜 경험의 결과다.

그의 말처럼 프라이빗 제트기를 이용한 ‘세계 일주 투어 패키지’는 포시즌스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머무는 곳마다 포시즌스 호텔에 묵는 1인당 1억5500만원짜리 최고급 투어 프로그램이다. 2017년에 선보이는 상품은 크게 3가지. 두바이 사막에서의 낙타 트래킹과 니스 해안을 경주용 자동차 페파리 포뮬러1을 타고 달리는 ‘글로벌 게이트웨이’, 중국 만리장성에서 소림 권법을 보고 일본 불교 문화 체험을 하는 ‘인터내셔널 인트리그’, 그리고 유럽·아시아 각국의 지역 음식을 체험하는 ‘컬리너리 디스커버리’다.

프라이빗 제트기 이용한 최고급 패키지 투어


▎프라이빗 제트기를 이용한 ‘세계 일주 투어 패키지’는 포시즌스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머무는 곳마다 포시즌스 호텔에 묵는 1인당 1억5500만원짜리 최고급 투어 프로그램이다. / 포시즌스 호텔 서울 제공
올해 5월27일 시작하는 컬리너리 디스커버리의 출발지로 서울이 선정됐다. 이유는?

한국 음식은 몇 년째 떠오르는 음식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많다. 중식과 일식에 비해 덜 알려져 신비스러움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을 컬리너리 디스커버리의 출발지로 선정했다. 특히 한국 음식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기에 건강을 신경쓰는 VIP 고객이나 채식주의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이번 패키지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VIP 고객들이 한국을 더 자주 방문했으면 좋겠다. 컬리너리 디스커버리는 서울을 시작으로 도쿄·홍콩·치앙마이·뭄바이·플로렌스·리스본·코펜하겐·파리 등을 여행하며 각 도시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최고 수준의 미식 체험을 하게 된다.

포시즌스가 도시에 진출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다면.

어느 도시에 들어가느냐보다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더 중요하다. 포시즌스 서울의 파트너인 미래에셋은 훌륭한 파트너다. 서울에 앞서 이미 포시즌스 시드니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 럭셔리 마켓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호텔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년 전에도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었기 때문에 한국 진출을 구상하며 방한했었다. 함께할 파트너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당시엔 성과가 없었다. 이후 서울은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늘 우선순위에 뒀다.

광화문을 고집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어느 도시에 호텔이 세워지느냐 못지 않게 그 도시 속 어느 지역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포시즌스는 어떤 도시든 중심에 있다. 가령 뉴욕은 센트럴파크 바로 옆 이스트 맨해튼에, 파리는 상젤리제 거리 옆 세느 강변에 있다. 광화문은 서울의 도심 중의 도심으로 비즈니스 고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게다다 궁이나 박물관처럼 역사·문화적 요소도 많다. 사람들이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땐 문화적 다양성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나. 강북은 그런 걸 충족시키는 최적의 장소다.

샤프 회장의 장소에 대한 집착은 유명하다. 밀라노·파리·프라하 등에선 좋은 자리가 나올 때까지 20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당연히 포시즌스 서울에서 묵었겠다. 마음에 들던가.


▎글로벌 트래블러가 2016년 아시아 최고의 신규 럭셔리 호텔로 선정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 비즈니스 고객을 겨냥한 품격있는 로비와 가족 고객을 염두에 두고 수영장 같은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강화했다.
물론. 난 단순히 미적 요소에 치중하느라 실용적인 면을 망치는 걸 원치 않는다. 포시즌스 서울은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한다. 객실 통창을 예로 들어보자. 통창을 쓰면 자연 채광을 극대화해 방이 넓어 보이지만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는 어렵다. 포시즌스 서울은 이를 보완하려고 두 개의 유리 사이에 진공층을 둬 소음을 최소화했다. 한국 기와를 모티브로 외관을 만들었을만큼 한국적 미를 살린 것도 마음에 든다. 한옥의 다양한 사진을 영국 디자인 회사에 보내 포시즌스 서울만의 패턴을 만들어, 이를 객실 거울과 카페트 등에 넣었다. 한국인이 봤을 땐 모던해보이고 외국인이 보면 한국적으로 느끼길 바랐는데 잘 표현됐다. (샤프 회장은 1박에 1500만원 하는 이 호텔 29층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묵었다.)

서울 포시즌스는 비즈니스 여행객뿐 아니라 서울에 사는 가족 단위 패키지 이용 고객도 많은데.

포시즌스는 도시별 특성에 맞춰 호텔과 리조트로 나뉜다. 호텔은 도심에 위치해 출장객을 위한 시설 위주로 운영된다. 반면 리조트엔 장기 투숙 고객이 많아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수영장, 테니스장 같은 시설을 잘 갖춰 놓는다. 서울은 일단 비즈니스 고객이 많아 도심 호텔 컨셉트로 지었다. 하지만 가족 고객을 염두에 두고 다른 도시와 달리 수영장 같은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강화했다. 식음업장을 7개 둔 것도 주말에 찾아오는 가족 단위 고객을 만족시키는 요소라고 본다.

그래도 식음업장이 7곳이나 되는 건 부담스럽지 않나.

호텔을 열었다고 그냥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시설을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식음업장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 포시즌스 서울의 스피크이지 바 ‘찰스H’가 늘 사람들을 줄 세울만큼 화제가 됐다고 들었다. 찰스H에 왔던 고객이 포시즌스의 시설과 서비스를 처음 경험하고 만족하면 이후 다른 공간은 물론 투숙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미쉐린(미슐랭)가이드 서울편에서 우리 중식당 ‘유유안’이 별 1개를 받은 건 그래서 더 의미있다. 나도 오늘 점심에 가서 먹어봤는데 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더라. 1년 만에 이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정말 칭찬받을 일이다.

스피크이지 바 컨셉의 찰스H를 직접 본 느낌은.

명성대로 멋진 곳이었다. 특히 그 바를 채운 한국의 멋진 사람들이 더욱 인상에 남는다. 레스토랑과 바는 멋진 인테리어, 휼륭한 직원들로 구성될 수 있지만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그곳을 채운 고객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찰스H는 완벽한 바라고 생각한다.

10년 안에 호텔 수 150개로 늘릴 것


고령인데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체중도 유지한다. 물론 다쳐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에 호텔이 있다보니 평생 출장이 많았을텐데 가족들의 불만은 없었나.

만약 나한테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췄냐고 묻는 거라면 답은 ‘노(no)’에 가깝다. 열심히 일하는 한편 가족도 챙겨야 하는데 둘은 늘 상충한다. 운 좋게 난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 아내가 그 자리를 잘 채워줬다.

앞으로 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올해만 10개의 포시즌스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현재 25곳의 호텔이 건설중인데 모두 2~3년 내 문을 열 예정이다. 착공은 안했지만 건설이 확정된 곳만 30곳이다. 아마 10년 안에 호텔 수가 150개로 늘어날 거다. 호텔이 늘어도 포시즌스만의 품질과 기준은 유지하는 것, 아니, 계속 성장하면서 더 좋아지는 게 목표다.

-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201701호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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