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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LEADER 2030] 정세주 눔 대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강 지킴이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눔 코치는 3년 8개월이나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번번이 매출 100억원 벽에 부딪쳤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했다. 정세주 눔 대표가 비만관리에서 당뇨관리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이유다. 컬컴

▎정세주 대표는 2017년 현재 건강관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했다.
‘눔 코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건강 관리 앱으로 꼽힌다. 회원 수 4600만 명에 달하는 스타 서비스다. 눔(NOOM)은 2008년 미국 뉴욕에서 구글 수석 엔지니어 출신의 아텀 페타코브와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인 정세주 대표가 공동 창업했다. 눔은 8년간 승승장구했다. 첫 서비스인 ‘카디오트레이너’는 2009년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안드로이드 앱으로 뽑혔다. 2010년엔 뉴욕타임스가 최고의 건강관리 앱 개발사로 선정했다. 2012년에 선보인 ‘눔 코치’는 3년 8개월간 구글 플레이 건강 분야 매출 1위를 지켜왔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한국 벤처기업가다. 물론 미국 진출 이전에도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눔은 그가 창업한 세 번째 기업이다. 첫 사업은 20대 초반에 시작했다. 해외 희귀음반을 유통하는 일이었다. 꽤 많은 돈을 벌었다. 홍익대 전자전기 공학과에 다니고 있었지만 대학 수업은 뒷전이었다. 대기업 명함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터닝포인트를 겪게 된다.

“할아버지와 암 전문의였던 아버지께서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6개월 차이로요. 그때 아버지께서 제가 가진 재능이 뭔지 못 보고 가는 게 너무 아쉽다는 말씀을 남기셨지요.”

그의 도전 방식은 ‘맨땅에 헤딩’에 가까웠다. 달랑 500만원만 들고 아는 사람조차 없던 미국 뉴욕으로 무작정 떠났다. 기세 좋게 도전했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투자자들이 모이는 파티에 어렵게 참석해도 ‘Nice to meet you’ 한 마디를 내뱉은 다음엔 머리 속이 하얘졌다. 서툰 영어로 외운 사업 내용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얘기를 듣는 상대방의 표정이 이미 ‘게임 셋(game set)’인걸요. 내가 동양인이라 그런가, 발음이 이상한가, 못생겨서 그런가?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힘들게 매달린 덕에 투자를 받아낼 수 있었다. 사업 아이템은 뮤지컬 기획이었다. 뉴욕 브로드웨이는 미국 뮤지컬의 본산이다. 이곳에 새로운 작품을 소개할 희망에 젖어있던 중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투자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충격에 한동안 방에만 틀어박혀 살았다. 돈이 떨어져 집세가 저렴한 할렘가로 이사를 했다. 정 대표는 이때가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짐을 싸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 아니면 될 때까지 밀어붙일지 정해야 했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1000번 넘게 문전박대 당한 끝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강력한 무기를 얻었다. 두꺼운 얼굴이다. 뻔뻔함이 미묘하게 섞인 당당함을 앞세워 아직 실현이 안된 먼 미래의 기술을 당장 이뤄낼 것처럼 이야기했다. 결국 그는 컬컴벤처스, PRE벤처스 같은 글로벌 벤처투자사로부터 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냈다.

2017년 1월, 눔코치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한 건강관리 앱에 올라섰다. 하지만 기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점이 보인다. 우선 매출이 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눔 코치는 3년 8개월이나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번번이 매출 100억원 벽에 부딪쳤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했다.

“눔의 장점은 무엇인지, 상대가 필요로 하는 점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회사가 성장할지 고민했습니다.”

눔 코치에 당뇨병 예방 관리 솔루션을 넣은 배경이다. 당뇨병을 선택한 이유는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눔은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기업이다. 당뇨 관리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비만 관리와 유사하다. 실제로 비만과 당뇨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 정부는 의료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이를 위해 예방이란 개념을 더 강하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발병하기 전에 관리해서 예방하면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실제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주목한 시장입니다.”

미국 공식 당뇨 예방 프로그램(DPP)으로 2002년 뉴잉글랜드 의약저널에 실린 ‘당뇨병 예방 연구법’이 있다. 미국 건강 관리 기관 대부분이 이 매뉴얼을 사용한다. 당뇨 발병 직전에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3년 이내 당뇨 발생률이 높아지는 위험기다. 이를 전 당뇨기라고 한다. 예방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전 당뇨기 3년 후 당뇨 발병할 확률이 58%나 감소했다. 정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앱으로 만들어 눔 코치에 적용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는 길을 열었다.

미국 CDC에서 당뇨 예방 프로그램으로 승인

“우리는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든 게 아닙니다. 직접 의료기관을 찾거나 전화로 진행했던 상담을 모바일 앱으로 대체했습니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사용도 더 편하게 만들었을 뿐이지요.”

그 덕에 눔 코치는 2014년 모바일 앱으로는 최초로 미국 질병예방본부(CDC)에서 당뇨 예방 프로그램으로 승인받았다. CDC 홈페이지에 나온 추천 프로그램에 당당히 눔 코치의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보험사와의 협력도 늘렸다.

미국 대형 보험사인 애트나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 눔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에서도 같은 제의가 들어왔다. 보험사가 눔의 건강 예방 프로그램을 자사 회원들에게 제공해 미리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주로 당뇨 같은 만성질환에 적합하다. 2016년 들어 병원과의 협업도 급물살을 탔다. 뉴욕 자마이카 병원, 위스콘신 최대 의료기관인 오로라 헬스케어와 계약을 하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18년 1월엔 더 큰 변화가 있다. 모바일 당뇨 관리 서비스가 보험수가 적용 대상이 된다. 미국 의료보험 관리 기관은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다. 이 기관은 6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의 의료보험을 관리한다. 가입자 수가 무려 2200만 명에 달한다. 늘어나는 의료비용에 고민하던 CMS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당료 예방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눔 코치’도 주목받았다. 예컨대 사용자의 5%만 당료를 피할 수 있어도 환자 110만 명의 치료비를 줄일 수 있다.

“글로벌 IT 기업과의 다양한 협업도 진행 중입니다. 눔이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강 관리 솔루션을 꾸준히 제공하겠습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201702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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