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POWER LEADER 2030] 박수혜 씬님 대표 

120만 구독자 창출한 뷰티 엔터테이너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1인 미디어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박수혜 씬님 대표는 ‘뷰티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여성 파워리더다. 개성이 돋보이는 콘텐트와 화려한 입담으로 톱스타 못지않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유튜브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 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창의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동영상 콘텐트를 통해 다양한 산업을 견인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수혜(27) 씬님 대표는 독특한 메이크업 방송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다. 120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2억1700만 건을 넘어섰다. 팬미팅 현장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될 정도로 그의 팬덤은 막강하다. 중앙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를 꿈꾸던 박 대표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직업이 돼 버렸다”며 “화장을 놀이처럼 즐긴 것이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것이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얼굴을 도화지라고 생각하고 취미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화장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아닌지라 그저 영상을 통해 신나고 재미있게 저만의 화장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인기 많은 남자 아이돌 화장법을 똑같이 따라한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중고생 팬들이 엄청나게 늘더라고요. ‘저도 커서 언니 같은 유명한 뷰티 유튜버가 될 거예요’라는 댓글이 정말 많이 올라오는데요. 감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책임감도 느낍니다.”

박 대표의 동영상은 일반적인 뷰티 동영상들과는 콘셉트부터가 다르다. 그는 영상 속에서 자신만의 보이시한 캐릭터를 창출해낸다. 여성미를 강조한 대부분의 뷰티 크리에이터들에게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그는 콘텐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똑같은 화장법을 알려주더라도 빠른 시간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흡인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뷰티 영상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곤조곤한 설명을 통해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는데요. 저는 성격이 워낙 터프해서 그런지 영상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가끔씩 과격한 말투와 비속어가 섞일 때도 있는데 왠지 화장품과는 안 어울리는 그런 엽기적인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저만의 독특한 맛을 내게 된 것 같습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동영상 콘텐트는 주제 또한 독창적이다. 평범한 화장법을 알려주기보다 일반인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개성 있는 메이크업을 소개한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빅뱅·방탄소년단·비투비·갓세븐 등 남자 아이돌 메이크업을 똑같이 따라한다. 또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한 브랜드의 립스틱 100개를 팔뚝에 일일이 칠해가며 ‘발색 테스트’를 해보인다. 특히 시쳇말로 ‘몹쓸 제품’이라 혹평을 받은 화장품만 모아서 화장을 한 뒤 우스꽝스럽게 소감을 전한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22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업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박 대표가 지금까지 제작한 동영상은 모두 300편이 넘는다. 뷰티 크리에이터로 일한 지 3년이 됐으니 1년에 100개씩은 꾸준히 올린 셈이다. 처음 뷰티 영상을 올리던 당시엔 변변한 카메라도 없이 혼자 책상 스탠드를 조명 삼아 일했다. 하지만 요즘엔 영상 제작을 돕는 ‘씬님 크루’를 거느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동영상 중 재작년에 만든 ‘엑소 카이’ 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연예인이 된 것처럼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을 했는데요. 차를 타는 모습, 노래하는 모습 등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처럼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그 영상은 화장대 앞에서만 단순하게 정보 전달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인기 유튜버 넘어 K뷰티 전도사로

동영상 속 씬님이 만들어내는 콘텐트의 경제적인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아모레퍼시픽·토니모리·스킨푸드 등 요즘 잘나가는 화장품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리에이터이자 화장품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 행사에 초대하고 싶은 1순위 스타이기도 하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마스크팩·파운데이션·아이섀도·립스틱·아이라이너·속눈썹 등은 매출이 두세 배씩 오르고, 그의 추천 스티커가 붙은 제품은 완판될 정도다. 지난해 3월 한 화장품 업체와 손잡고 만든 동영상은 4일 만에 조회 수 25만 건을 기록했고, 동영상 공개 뒤 하루 만에 3000개 세트가 다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동영상 조회 수, 광고 모델, 제품 컬래버 등으로 벌어들이는 그의 한 달 매출은 현재 2000만~3000만원 정도다.

“영상을 만들면서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진정성입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제품의 질이 좋지 않으면 절대로 광고 영상을 찍지 않습니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저를 믿고 좋아해주는 구독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구독자들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 뷰티 크리에이터로서의 생명도 끝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는 수백 명에 달하며, 뷰티 전문 기획사들을 통해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중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은 박 대표를 포함해 2명, 50만 명 이상은 10명 정도다. 박 대표는 “최근 뷰티 유튜버 업계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져 단순한 정보 제공만으론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영화와 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해외 트렌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CJ E&M이 개국한 <다이아티비>의 고정 출연자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박 대표의 시선은 이제 해외로 향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인기 유튜버를 넘어 K뷰티 전도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모든 영상에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자막을 달아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중국·일본·베트남·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심지어 파리와 아랍에 갔을 때도 저를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해외 팬미팅을 알리는 영상을 올리면 적게는 30명, 많게는 100명까지 신청이 들어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K뷰티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면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독창성을 갖춘 저만의 콘텐트로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201702호 (2017.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