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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제우스 대표 - 성공적 승계와 도약 

 

노유선 기자
1970년 무역회사로 시작한 제우스는 예전 그 모습이 아니다. 장비 유통사에서 제조업 기반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변신은 혁신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세정 장비(전공정·후공정)와 디스플레이 열처리 장비를 모두 생산하는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한다. 신성장동력도 확보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이다.

그는 늘 웃는 인상이었다. 두 차례 인터뷰에서 그의 표정과 태도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조심성이 많아 보였다. 좌우명을 물으니 ‘신독(愼獨)’이라고 했다. 동양 고전 『대학』에서 신독은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평소 쉴 때는 독서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인생 책으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꼽았다. 소설 속 등장 인물 ‘기요메’처럼 되고 싶다는 고백이었다. 기요메는 눈 덮인 안데스산맥에서 추락 사고를 겪은 뒤 처절한 사투 끝에 결국 살아남는다. 이러한 불굴의 의지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에서 기인한다.

그의 위대함, 그것은 자신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기 자신, 우편 비행기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 말이다. 저 아래 살아있는 자들이 사는 곳에 새로이 세워지고 자신도 참여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 자신의 일의 한도 내에서 인간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 가지는 책임감. - 『인간의 대지』

그의 조심스런 태도는 기요메의 강한 책임감과 무관하지 않았다. 조용한 리더십의 주인공은 바로 이종우(53) 제우스(ZEUS) 대표다. 새롭게 뛰어든 반도체 AVP(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세정 장비 사업과 최근 탄력이 붙기 시작한 로봇 사업을 말할 때, 그의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 다부진 표정에서 ‘고독한 승부사’ 기질을 읽을 수 있었다. 제우스는 반도체 세정 장비 전문 중견기업으로, 이 대표는 2세 경영자다. 부친 이동악(87) 회장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지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미국 미시간대(전기전자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이 대표는 미국에서 10여 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반도체 기업 메이콤(MACOM)과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등을 거쳤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가업승계는 “희미하고 어렴풋한 것”일 뿐이었지만, 차마 부친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2004년 “얼떨결에” 제우스에 입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제우스에서 보낸 20년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2세 콤플렉스가 있었다”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선뜻 믿어주는 직원이 없어 자존심이 상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냈다. 반도체 후공정에 속하는 AVP 세정 장비 시장을 개척했고 로봇 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놨다. “국내에서 반도체 전후 공정의 습식 세정 장비(배치·싱글 타입)와 식각 장비, 디스플레이 열처리 장비 등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은 제우스가 유일할 것”이란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2022년 제우스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90억원, 460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9.1%를 기록했다. 물론 지난해엔 반도체 업황 둔화로 제우스도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올해는 AVP 세정장비 수주로 1000억원가량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대표와 함께 제우스 혁신의 여정과 미래 백년기업의 모습을 살펴봤다.

※ 반도체 세정 장비 -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세정’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 원판(웨이퍼·Wafer)은 △산화 △포토(회로를 그려 넣는 작업) △식각(회로 외 부분을 제거) △증착(전기적 특성 주입) △배선(금속 배선) △EDS(작동 여부 테스트)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반도체칩이 된다. 복잡다단한 공정에서 세정은 매 순간 필요하다. 불순물을 말끔하게 제거해야만 제대로 된 반도체칩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주로 쓰이는 습식 세정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한 번에 웨이퍼 여러 장을 세정하는 배치(Batch) 타입과 웨이퍼를 한 장씩 정밀하게 세정하는 싱글(Single) 타입 등이다. 제우스는 모든 유형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한다. 제우스는 혁신을 멈추지 않고 까다롭기로 이름난 AVP 세정 장비에 도전장을 냈다. AVP는 D램(단기 저장용 메모리 반도체) 여러 개를 적층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만드는 후공정을 말한다.

겸손한 자의 손에 망치가 들린다면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제우스 본사 전경.
제우스의 전신인 제우스 콤 상사는 타사 디스플레이 장비를 유통·판매하고 설치·유지·보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반면 오늘날 제우스는 순수한 제조업체로, 과거와 거리가 멀다. 반도체 세정 장비와 디스플레이 열처리 장비, 산업용 로봇, 플러그 밸브 장비 등을 모두 직접 제조한다. 1990년대 제우스가 국내외 환경과 해외 협력사에 휘둘리자 이 회장은 유통업체로서 한계를 절감하고 제조업에 착수했다. 이후 2009년에는 일본 반도체 세정 장비 업체 SES(에스이에스)를 인수해 자회사 J.E.T.(제이이티)를 설립했다. 매출 상승세에 힘입어 제우스는 대만과 미국에 해외 지사를 각각 설치했다. 2019년에는 J.E.T.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프로마켓(Tokyo Pro Market)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해 스탠더드마켓(Standard Market)으로 이전 상장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기업을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으로 구분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아버지께서 세운 제우스라는 성을 바르게, 또 오래도록 지켜내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중 ‘바른’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부친의 뜻에 따른 제우스 입사를 두고 “바른 결정”이라고도 했다.

‘바른 경영’이란 그의 철학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종로에서 고서점 ‘통문관’을 운영했던 그의 조부는 어린 그를 무릎에 앉히고 “경영은 ‘바를 정(正)’에 다름없다”고 가르쳤다. 이 대표는 “한자를 살펴보면 위 상(上)이 아래 하(下)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라며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겸손한 자세로 직원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내 뜻과 달리 ‘바르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많다. 이 대표도 제우스 입사 직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머릿속에 망치와 못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웃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모두 튀어나온 못으로 보였던 거죠.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높은 연배인 임원들과 불협화음을 낼 수는 없었어요. 제 의견이 쉽게 관철되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드린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묵묵히 지켜보실 뿐 제 편에 서진 않으셨어요. 아버지께선 ‘지금 네게 힘을 보탠다면 비슷한 경우가 반복될 것’이라고 거절하셨죠.”

이 대표는 관철 대신 관찰을 택했다. ‘시간은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버티면서 경영 상황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튀어나온 못’으로 보이는 사업의 진행 상황을 예측했다. 그는 “기존 임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잘못된 일의 흐름을 포착해냈다”며 “이 사업은 이렇게, 저 사업은 저렇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는데 적중률이 점차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직원들도 늘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혜안은 이 회장과 여러 임원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 “경영 능력을 타고났다”는 기자의 말에 이 대표는 “원래 아랫사람의 눈에 윗사람의 실수는 훤히 보이기 마련”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신뢰가 형성되고 권한이 생기자, 마침내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기존 ‘제우스1.0’을 현대화하는 ‘제우스2.0’ 전략이었다. 먼저 태양광 사업을 과감하게 접었다. 그의 망치가 두드린 첫 번째 못이었다.

“전반적으로 태양광산업 규모는 커지겠지만 제우스가 전문성을 갖고 지속하기는 어려워 보였어요. 2000년대 중후반 태양광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관련 사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죠. 하지만 그중 알짜배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대내외적 상황도 좋지 않았고 기술 발전 속도도 상당했어요. 글로벌 장비 전시회에서 수많은 중국 업체가 신기술을 선보였죠.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제우스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그는 신항로 개척에 나섰다. 전공정 반도체 세정 장비로 미래를 보장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그는 후공정에 속하는 AVP 세정 장비와 산업용 로봇으로 눈을 돌렸다. 계기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이었다.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이겼을 때 이 대표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였지만 제우스 입사 후에는 반도체와 동떨어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AI 알고리즘을 정신없이 파고들었어요. ‘내가 반도체에 손 놓고 있는 동안 세상은 이토록 변했구나’ 싶더라고요. AI 기술로 CPU(중앙처리장치)보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더욱 주목받는 세상이 온 거죠. GPU 수요가 늘면 반도체칩을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 화두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16년 바로 AVP 세정 장비 개발 검토에 들어갔고 이듬해부터 한두 대씩 생산했어요.”

AVP는 HBM 수요가 늘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받는 분야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메모리 반도체를 말하는데,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HBM이 GPU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때 D램 적층 과정에 필수적인 기술이 바로 AVP이고, AVP 공정 역시 세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제우스는 2017년 관련 수요가 많지 않았을 때부터 장비 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고도화한 덕분에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장비 수주에 성공했다. 무려 8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장비를 두고 이 대표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제우스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세정 장비는 ‘전공정’에 해당해요. 반면 첨단 패키징에 속하는 AVP 세정 장비는 ‘후공정’이죠. 만약 공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어느 쪽 손해가 더 클까요? 당연히 AVP 세정 장비의 기회비용이 더 큽니다. AVP 세정 장비는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에 국내 제조업체가 쉽사리 진입하지 않으려는 영역이에요. 이런 아이템을 먼저 제안하고 오랫동안 이끌어오다 보니 사내 반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의 뚝심에는 ‘알파고 사건’ 외에도 또 다른 배경이 있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중견기업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하다”며 “공정상 메인 장비는 대기업이 도맡고 소형 장비는 중소기업이 만들기 때문에 중견기업은 어정쩡한 사이즈의 장비를 전담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저 그런 중견기업으로 남고 싶진 않았다.

“중견기업으로서 대기업보다 먼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리서치를 많이 했는데 대기업이 AVP 세정 장비를 ‘계륵’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AVP 세정 공정은 매우 얇고 비싼 웨이퍼를 다뤄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공정이기 때문이죠. 당시만 해도 대기업은 쉽사리 이 분야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비로소 제우스에 최적인 아이템을 찾은 셈이죠.”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세정 기술력을 확보한 제우스는 향후 고객군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제우스의 주 고객사는 한국과 중국 등에 머물러 있는데,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 대표는 “배치 타입은 한국과 중국 등 구형 반도체업체에 납품되며 싱글타입은 첨단 반도체를 다루는 업체에 공급된다”며 “특히 미국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제우스는 미국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 YES(예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AVP 세정 공정으로 신항로를 개척하면서 또 다른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바로 산업용 로봇 시장이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제로(제우스 로봇의 준말·ZERO)가 함께했다. 제로는 지난 2019년 제우스가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 FA)를 위해 선보인 6축 수직다관절 산업용 로봇이다. “제로를 아이처럼 바라본다”는 기자의 말에 이 대표는 수줍은 듯 “제로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그에게 로봇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국내 로봇 산업에 거품이 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제우스도 덩달아 로봇 사업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에요. 제우스 경영 철학에는 인간 존중의 정신이 깔려 있어요. 우리는 제우스만의 방식으로 인간의 고된 일, 위험한 일을 대신하려 합니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거죠. 또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인구 감소세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현재 국내 기업 다수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어요. 하지만 부족한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공정의 생산성을 높인다면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가 있을까요? 로봇 사업은 국가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리라 봅니다.”


이를 위해 제우스는 2018년 일본 로봇업체 니덱 산쿄(Nidec Sankyo)의 산업용 로봇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이듬해엔 포스코ICT와 ‘스마트 팩토리 및 산업용 로봇 사업 공동추진 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90억원 규모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용 반송로봇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제로는 화장품 공장에서 제조·포장 작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자원순환 플랫폼 기업에서 폐자원을 자동 분류하는 데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제로가 각광받는 이유는 제로 시리즈가 소형부터 중소형, 중형, 대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된 덕분이다. 또 제로에는 AGV(무인운송차량·Automated Guided Vehicle)용 배터리 24V 또는 48V가 탑재되며, 고객사 맞춤형으로 제작해 적재 무게를 조정할 수 있다. 누구나 컨트롤 보드(통신용 소형 하드웨어)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 대표는 “제로가 지속적으로 기술 고도화를 거쳐 저전력, 경량성, 고객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등 여러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로가 부딪친 문제가 있으니, 타깃으로 삼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재무적 이슈다.

“제우스가 고려하는 잠재적 고객사는 국가 제조업의 뿌리로 여겨지는 중소 제조업체입니다. 문제는 그들의 재무 상태입니다. 중소 제조업체 중에는 좋은 기술이 있지만 여유 자금이 부족한 곳이 적지 않아요. 그래서 로봇 구독 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50인 미만의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취약합니다. 중소 제조업체가 제우스의 로봇 구독 서비스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다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물론 신성장동력에 매진한다 해서 디스플레이 장비를 놓진 않을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부문은 2022년 전체 매출에서 약 14%를 차지했다. 지난 2011년 제우스는 자사의 FPD(평판패널디스플레이·Flat Pannel Display)용 플레이트형 열처리 장치 덕분에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부터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획득했다. 세계일류상품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5위 이내, 5% 이상인 제품에 수여된다. 이 대표는 “제우스는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표준화(Display In-Line System)에 성공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특히 디스플레이 열처리 장비인 HPCP(Hot Plate Cool Plate)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가상현실이나 AI 기술을 접목한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인류 시각 정보 제공을 위한 디스플레이 산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년기업을 위한 제우스의 핵심 가치


▎이종우 제우스 대표는 힘 있는 목소리로 자사 로봇 ‘제로’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계승자다. 창업주 시대를 ‘제우스 1.0’이라고 한다면 이 대표의 시대는 ‘제우스 2.0’이다. 이 대표는 그 차이를 어떻게 규정할까. 그는 “업종과 장비 가짓수는 늘었지만 회사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제우스는 혁신만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기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되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기업 핵심 가치를 계승하는 일에도 전념했다. 그는 이 회장의 추상적인 철학을 명확한 언어로 옮겨 직원들과 공유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네 단어로 구체화해 제우스의 비전과 미션을 새롭게 정립했다. 핵심 가치는 열정과 보편성, 지속가능성, 전문성 등이다. 이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우스가 추구하는 성장은 이윤만 좇는 성장과는 달라요. 제우스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바른 성장을 지향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돈을 버는데 치중하면 장수기업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제우스의 보편적 가치를 설명했다. 그가 정의하는 보편성은 이채롭다. 그는 “공동체의식 안에서 배려심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상대방 의견을 열린 태도로 경청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부친 이 회장 역시 지난 2021년 출간한 자서전 『횡설수설』에서 “가장 좋은 성격이란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추진력이 있으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며 제우스 인재상을 언급한 바 있다.

“저도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제조업체 종사자가 대체로 고집이 셉니다.(웃음)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든 논쟁이 발생하기 쉬워요. 저는 논쟁과 토론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상호 이해로 귀결될 수 있도록 원활한 소통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같은 보편성에 방점을 둔 사내 문화를 내재화하는 일이 오늘날 제우스의 과제입니다.”

인터뷰 막바지, 이 대표에게 제우스가 어떤 기업으로 대중의 인식에 남길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즉각 “제우스가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들,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로 똘똘 뭉친 집단이 되길 바란다”며 “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도전정신이 있는 직원이 늘어날수록 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베트남 진출 계획을 밝혔다. 그는 “베트남에 연구소를 설립해 좋은 인재를 전문 인력으로 양성할 계획”이라며 “향후 인재로 거듭날 베트남 학생을 제우스의 귀한 인재로 모셔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열정을 가진 전문가 집단’인 제우스가 의미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의미’란 무엇일까. 그는 자신만의 ‘행복론’을 피력했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죠. 하지만 행복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일 뿐이라는 설이 있어요. 단순히 진화를 위해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인생이 너무 허탈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저 그냥 기분 좋은 행복감을 좇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세상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면서 얻는 보람, 사회에 기여하면서 느끼는 뿌듯함도 행복의 일종이에요.”

이 대표의 행복론은 기업가정신으로 이어졌다. 그는 “직원의 성장과 기업의 발전, 사회 기여가 맞물려야만 비로소 기업의 활동에 진정한 의미가 생간다”며 “직원 모두가 사회 공헌이라는 가치를 향해 열정을 쏟을 때 기업이 오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우스도 장수기업으로서 세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가 꿈꾸는 백년기업 제우스의 모습이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박종근 기자

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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