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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이 만난 혁신 리더(23) 이정민 FC LIVE 대표 

일본 최고의 K-POP 플랫폼 

장진원 기자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한국 아이돌, 즉 K-POP 전용 공연장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정민 대표가 창업한 FC LIVE 전용 공연장이다. 이곳에선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매일 쉬지 않고 이어진다. 일본 내 K-POP ‘찐팬’들을 위한 유일무이 플랫폼이다.

▎이정민 대표가 이끄는 FC LIVE는 일본 안에 K-POP 전용 공연장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다.
한류(韓流)는 1990년대 말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가수 보아와 H.O.T, 베이비복스 등이 일으킨 바람은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초기 한류 붐을 일으켰다. 현재 한류는 대중음악(K-POP)을 비롯해 영화·드라마, 심지어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후 꾸준히 성장한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K-Wave’를 수출하고 있다. ‘넘사벽’이라 여겼던 미국·유럽이 주도하는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한 자리를 한류가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가수 보아와 드라마 [가을동화] 신드롬이 일었던 일본은 한류의 발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반시장 중 하나다. 이런 일본 시장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을 알리고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이 있다. 도쿄와 오사카에 전용 라이브 공연장을 갖춘 FC LIVE다. 지난 2016년 ‘JSL JAPAN’을 설립한 이정민 대표는 현재 도쿄 2곳, 오사카 1곳에 FC LIVE 전용 라이브 공연장을 운영한다. 일본에서는 신인 가수들이 소극장 무대부터 차근차근 인지도를 넓히는 게 관례다. 대형 기획사가 데뷔와 동시에 톱스타를 만들어내는 한국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풀뿌리’ 문화가 강한 일본 음악시장은 신인 가수일수록 소규모 극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며 인지도를 넓혀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자체 공연장을 갖춘 FC LIVE는 일본 활동을 시작하는 한국 아이돌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일본 내 한류 음악시장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이정민 대표를 만났다. 일본 음악시장의 특징, 한국 아이돌의 일본 진출, 독특한 사업 모델 등을 직접 물었다.

한국에는 생소한 비즈니스다. 언론에 소개된 적도 거의 없다. FC LIVE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의 K-POP 아이돌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걸 돕는다. 소규모 공연장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프로모션, 일본 현지 음반 작업 등을 지원한다. 특히 자체 공연장 세 곳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한국 아이돌 공연과 행사가 매일 열린다. 신인 가수들의 소극장 투어는 일본음악시장 특유의 문화다. 또 팬클럽 사이트 운영, 티켓 판매, 굿즈 판매 같은 비즈니스도 운영 중이다.

자체 공연장을 확보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에 200석, 신주쿠 가부키초에 100석, 오사카 츠루하시에 200석 규모의 공연장이 있다. 이곳에서 공연과 이벤트가 매일 열린다. 일본은 전국 어디를 가든 공연장이 많다. 공연만을 위한 아레나가 생길 정도다. 공연을 즐기는 팬 문화도 잘 정착돼 있다. 일본 음악시장 특유의 모습인데, 아무리 톱스타라도 처음에는 대개 소규모 공연을 하며 이름을 알린다. 여기서 소위 ‘찐팬’들, 일본말로 하면 ‘오타쿠’들이 생기고, 이걸 바탕으로 점차 팬을 늘려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는 게 관례다. 한국처럼 기획의 힘을 빌려 데뷔 때부터 스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사람이 BTS나 블랙핑크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일본에선 특히 신인들이 무대에 자주 서며 소통할 수 있는 공연장 문화가 정착돼 있다. 다양성이다. 반면 우리는 공연장이나 기획사, 방송까지 소수가 장악한다.

일본과 한국의 관객 문화도 다른가.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선 한 달 동안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패턴으로 공연하면 아무도 안 간다. 모두가 새로운 걸 좋아한다. 반면 일본은 한 장소에서 한 달 내내 몇 번을 공연해도 팬들이 찾아온다. 한 달 내내 오는이도 많다. 팬 100명이 한 달 공연 기간 동안 찾아온다면, 그중 30~40명이 같은 사람일 정도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다. 신인 아티스트에겐 너무나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소극장 공연 문화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소극장 한 곳을 섭외하려면 1년 전에는 계획을 짜야 할 정도다. 일본에서 K-POP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다면, FC LIVE의 세 개 공연장을 찾으면 된다. 매주 월·화요일을 빼면 매일 한국 아이돌의 공연과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K-POP 전용 공연장을 세운 건데, 원래부터 엔터 업계나 일본 관련 일을 했나.

전혀 아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아역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2006년 즈음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아역 전문 연기학원이 거의 없었다. 연기를 어느 정도만 하면 데뷔할 수 있을 정도로 캐스팅 섭외가 잘되던 시절이었다. 일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2013년에 정리했다. 마지막 작품이 ‘리틀싸이’로 유명한 황민우군이었다. 당시에는 우스갯소리로 ‘아역계의 SM’이라 불렸다. 잘돼서 부산점까지 낼 정도였다.

잘됐는데 왜 갑자기 일본 사업에 나섰나.

그때부터 캐스팅 디렉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강남은 금방 포화 상태가 됐다. 순수한 연기가 아니라 캐스팅만을 위한 전쟁터로 변질됐고, 학원들끼리 경쟁도 치열해져 무리한 영업이 잇따랐다. 모든 아이가 학원에서 배운다고 연기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던 중 한 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는 수많은 기획사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던 때다. 사실 그러다 사기를 맞았다.

투자한 기획사에 당한 건가.

맞다. 기획사에 속해 있던 매니저들이 돈만 받고는 어느 날 사라져버렸다.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5000만원이니 6000만원이니 하더니 500만원도 안 되는 싸구려를 내놓고는 잠적했다. 내가 투자한 아이돌 멤버들도 사기 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린 친구들을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국내 활동은 어려우니 일본 쪽으로 가보자고 생각했다.

왜 하필 일본이었나.

아역 아카데미를 운영할 때, 일본 방송국에서도 배우 캐스팅 문의를 많이 받았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아역들은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다. 그걸 계기로 일본을 오가면서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우리와 일본 방송국을 이어줬던 회사가 야구 에이전트였다. 격투기로 유명한 최홍만 선수, 또 한국 야구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돕는 에이전트였다. 그들 덕분에 일본 시장을 알게 됐고 공부도 했다.

굳이 한국 활동 대신 일본을 택한 이유가 있었나.

2010년 즈음 활동했던 ‘초신성’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훨씬 인기가 많았다. 당시 ‘동방신기’가 일본에 진출했었는데, 초신성이 그들보다 월등히 인기 있었다. 도쿄돔 공연까지 해냈던 초신성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도 처음에는 일본 전역의 소극장을 돌며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초신성 사례를 보면서 내가 투자한 아이돌 그룹의 활동을 추진했다. ‘NOM’이라는 보이그룹이었다. 한국 시장은 이미 대규모 기획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선 인지도가 부족하지만, 일본에선 밑바닥부터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말만 들어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2011년에 처음 일본에 데려갔다. 내가 직접 투자한 그룹이니, 작은 소극장 하나를 빌려서 프로모션도 직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본 프로모터들은 신인 남성 그룹을 도와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이라는 시장을 전혀 몰랐다. 한국에서 온 무명의 신인들을 위해 일해줄 프로모터도, 실력 좋은 신인을 보여줄 인프라도 아예 없었다. NOM 활동을 아쉽게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2012년 다시 들어갈 때까지 1년간 정비를 마쳤다. 한국 신인 아이돌들이 설 수 있는 공연장부터 알아봐야 했다. 하지만 대관에 드는 비용도 너무 컸다. 결국 2013년부터 자체 공연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체 공연장 확보가 승부수였겠다.


아티스트들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했다. 일본 가수들은 대체로 퍼포먼스가 강하지 않다. 반면 한국 아이돌은 다들 잘생기고 예뻤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일본 팬들에게 그걸 보여주고 알릴 플랫폼은 공연장뿐이었다.

한국에서도 무명인 신인을 일본에서 어떻게 알렸나.

신인은 당연히 팬이 전무하다. 처음에는 아티스트를 일본 내 한류 팬들에게 소개하는 영상 자료나 사진 등을 발표한다. 10여 년간 쌓아온 독보적인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가능한 방식이다. 한류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들에도 홍보 기사를 낸다. 처음에는 인지도랄 것도 없으니 무료 공연부터 시작한다. 일주일 정도 공연 후 반응이 나오면 그때부터 유료로 전환한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소위 오타쿠 문화다. 일본 팬들에겐 관심 있고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잘되는 게 자기 삶이 잘되는 것과 같다.

일본에서 기획사 업무를 한다고 이해하면 되나.

그건 아니다. 아티스트가 속한 기획사는 엄연히 한국의 특정 회사다. 그들과 협업해 일본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배분하는 게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다. 첫 공연 후 일주일 뒤에 또다시 방문한 팬이 1명일 수도, 10명일 수도, 만석일 수도 있다. 만약 1~2명의 팬이라도 다시 찾는다면 또다시 일주일간 무료 이벤트를 연다. 그런 방식으로 두 달을 반복해도 안 되면 후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K-POP 공연은 관람료가 일본 가수 공연보다 비싼 게 특징이다. 유료 공연은 우리 돈으로 3만5000원 정도인데, 일본 가수는 보통 2000~3000엔(1만7000~2만6000원) 수준이다. 한국 가수는 3000~6000엔까지도 한다. 한국에서 데뷔했는데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거나 처음부터 일본 활동을 계획하는 아티스트도 많다. 일본 음악시장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크다. 지금은 6개월 전에 협의하지 않으면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월·화요일을 빼고 하루에 3~4팀이 5회 정도 공연을 풀로 돌린다. 좌석은 거의 90% 이상 찬다.

실제로 일본 팬들의 충성도가 높더라. 몇 년 전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를 찾았다가 일본 팬들의 로열티에 깜짝 놀랐다.

일본 공연은 보통 한 달 반에서 두 달 전에 공지를 올리는데, 팬들이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돈을 모은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특전회’라 부르는 일종의 사인회가 열린다. 이것도 일본 특유의 문화인데, 특전회에 참여하려면 따로 참가비를 내야 한다. 한국은 팬사인회가 ‘당첨’ 개념이지만, 일본은 누구나 돈을 내야 특전회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해보고 자기와 생각하는 방향, 가치관이 맞으면 그야말로 평생 팬이 된다.

최근에는 한국 아이돌에 대한 선호도가 더 오르지 않았나.

한류가 지금은 미국과 유럽까지 가지 않았나. 음악이 잦아들 만하면 드라마가 터지고, 드라마가 좀 수그러들면 대형 아티스트가 또 등장한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에선 한류가 4세대를 맞았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시선이 너무 좋다. 신인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한국 아이돌은 실력을 갖췄다는 인식도 있다. 그래서 더 열광한다.

일본에 FC LIVE 같은 기업이 또 있나.

우리처럼 자체 공연장을 갖춘 곳이 2~3개 정도고, 공연장이 없는 회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만 우리는 대관에 드는 노력과 리스크가 없고, 신인들을 소개하는 장으로만 활용한다. 10여 년에 걸쳐 쌓은 시스템과 노하우는 우리를 따라오기 어렵다고 자평한다. 똑같이 신인을 소개하더라도 인프라와 데이터베이스 면에서 홍보 역량을 비교하기 어렵다. FC LIVE 자체적으로 아티스트를 선별하기도 한다. 아예 준비가 안 된 친구들은 데려오기 어렵다. 일본 내 한류 팬들 사이에서도 FC LIVE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라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K-POP 전용 공연장을 가진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

비즈니스 확장 계획은.

현재 도쿄와 오사카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공연장을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일본에서 가장 잡기 어려운 공연장이 1000~3000석 정도 규모인데, 최대한 빠른 시기에 그 정도 공연장을 추가로 건립하는 게 목표다. 나아가 도쿄에 명실상부한 K-POP 공연장을 세우고자 한다. 일본에는 ‘제프(Zepp) 투어’라는 말이 있다. 소니뮤직 자회사인 제프는 일본 전역에 3000석 정도의 공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국에 있는 제프 공연장을 순회하는 걸 제프투어라 하는데,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가수라는 뜻이다. FC LIVE가 3년 안에 제프투어에 버금가는 인프라와 인지도를 갖추는 게 목표다. 올해는 인바운드 팬 미팅도 추진 중이다. 한류 아티스트들이 일본 팬들을 국내로 초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하나의 여행 상품으로 마케팅하려 한다. 지역도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차원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일본 진출을 추진하는 아티스트와 기업에 조언을 해준다면.

시작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 이미 한류 팬덤을 확보한 FC LIVE와 함께하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소통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크지만, 일본 현지에 공연장 인프라, 팬덤, 음반사 네트워크 등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국내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 또 하나, 꼭 알아야 할 게 있다. 한류가 아무리 인기 있다 해도, 일본인들이 무조건 한국 아티스트를 좋아해주는 건 절대 아니다. 실력을 갖추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요즘에는 영세한 기획사들이 돈만 벌려고 급조해낸 팀이 너무 많다. 실패하기 딱 좋다.


▎FC LIVE 도쿄 공연장에서 열린 아일리원의 팬 이벤트 모습.
※ 최영찬 -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

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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