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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현모 에피소든 대표 

해외에서 더 핫한 화상영어 서비스 

장진원 기자
영어로 대화하고 싶은 누구라도 들어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앱이 있다면? 더욱이 무료 서비스라면? 국내에서 창업한 화상 영어회화 서비스 에피소든이 실현한 방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사용자들이 열광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양현모 에피소든 대표가 모바일기기를 손에 들고 화상영어 서비스를 시연했다.
‘나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몇 명쯤 될까. 양현모 에피소든(Episoden) 대표는 “비영어권 나라에서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2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듀오링고 같은 해외 서비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내에만 수많은 영어학원과 온라인 강의, 회화 앱과 서비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블루오션은커녕 뜨겁게 타오르는 레드오션이 바로 영어회화 혹은 영어학습 시장이다.

지난 2021년 6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에피소든은 글로벌 화상 영어회화 서비스다.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전화영어, 혹은 PC에서 이용하던 화상영어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옮겨놨다고 이해하면 쉽다. 여기까지 들으면 레드오션에 뛰어든 또 하나의 부나방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창업과 서비스 개시 후 에피소든이 실현해온 지표들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164개국에 이르는 사용자 국가, 하루 사용시간 5만 분, 1인당 평균 사용시간 56분, 첫 사용 후 5회 이상 재사용 비중 50% 등이다. 중독성 강하기로 유명한 인스타그램의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33분, 유튜브가 48분인 것과 비교하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에피소든의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다.

에피소든은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벤처캐피털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와 코노프라넥스타, 디티엔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축인 한일 합작 펀드에서 약 20억원에 이르는 시드 투자도 받았다. 국내보다 해외투자자들이 먼저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스타트업이라는 뜻이다.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 화상 영어회화 서비스에 글로벌 사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양 대표를 만나 에피소든이 어떤 서비스인지 차근차근 물었다.

에피소든이 어떤 서비스인지부터 풀어달라.

전 세계에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비영어권 국가 사람이 수없이 많다. 우리 추산으로는 대략 20억 명이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영어공부 서비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다. 발음, 문법, 어휘, 리스닝, 회화 등 장점으로 내세우는 영역도 제각각이다. 우리는 기존 온라인 영어학습 서비스들의 99%가 놓치고 있던 영역을 발견했다. 바로 영어회화 실습이다.

기존 전화영어도 영어를 쓰는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 아닌가.

영어로 대화한다는 건 같다. 하지만 전화영어나 PC 화상영어는 수강료를 내고 영어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에피소든은 100% 무료다. 대화 상대도 교사가 아닌 일반 사용자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전 세계 사람 누구나 들어와서 무료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매일 새로운 외국인과 영어로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완전한 무료 서비스인가.

사용자에게 하루 5번 티켓이 주어진다. 5장을 다 쓰면 1시간을 무료로 이용하게 된다. 대화를 마치고 나면 상대방의 영어 수준, 호감도, 다시 만나고 싶은지를 묻는다. 대화 상대에게 좋은 평점을 받으면 티켓이 추가로 지급된다. 맘만 먹으면 24시간 내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호감도 극상위권(상위 7% 이내)에 들면 프라임 회원권과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한 대화당 7분인 시간제한도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자 수는 어느 정도인가.

에피소든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용자의 국적이 164개 국에 달한다. 사실상 비영어권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숫자다. 하루 사용시간은 5만 분 수준인데, 고무적인 것은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다. 에피소든에 들어오면 평균 56분을 꽉 채워서 사용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처럼 중독성이 강한 SNS보다 사용시간이 길다. 첫 서비스를 이용한 후 5회 이상 재사용한 비중도 50%를 넘는다. 에피소든을 한번 이용하면 계속 들어온다는 뜻이다. 서비스 오픈 후 매월 20~30%의 사용자 수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무료 서비스가 가장 큰 메리트인가.

한국은 경제대국이다. 시간당 몇만원을 들여서라도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전 세계 90%의 나라에선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받을 수가 없다. 비용을 지불하기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아예 서비스 자체가 없는 나라도 많다.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는 아직 인터넷 연결망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도 많다. 대신 이런 지역에선 모바일이 먼저 보급됐다. 스마트폰으로 화상영어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커뮤니티를 원하는 니즈다.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 같은 개념인가.

비슷하다. 기존의 SNS는 내가 아는 사람, 혹은 알 만한 사람들과 연결된다. 에피소든에선 영어회화라는 매개를 바탕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 즉 커뮤니티가 꾸려진다. 온라인 채팅이나 만남 서비스의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음성화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인데, 에피소든에선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과는 절대 다시 연결되지 않는다.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무조건 7분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불순한 목적으로 쓰기에는 매우 불편한 서비스다. 서비스 자체를 클린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사업 방향 중 하나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어회화 서비스라기보다 일종의 커뮤니티나 SNS처럼 느껴진다.


▎에피소든은 전 세계 164개국 이상에서 사용자들을 모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확하다. 에피소든의 목표도 영어회화 기반의 글로벌 소셜 커뮤니티다.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실명을 밝힌 채 공통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실제로 해외에선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만나기 싫은 사람은 피하고, 좋은 사람, 원하는 사람과 매칭되는 영어회화 커뮤니티. 그게 우리 서비스의 핵심이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전화든 화상이든 영어회화 실습이 어려운 지역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무료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대로 된 영어회화 학습 서비스를 만났다, 주변에 엄청나게 추천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동남아에선 얼마 전까지 미얀마에서 유입된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군부 쿠데타로 인한 해외 탈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영어권 국가로 이민 간 비영어권 사용자도 많다. 임대사업을 하는 한 70대 일본 여성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무려 8079회나 대화에 참여했다. 이분이 단순히 영어공부를 하려고 들어왔을까. 이미 에피소든을 커뮤니티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계속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인가.

하루 티켓 5장으로 이용하는 기본 서비스는 앞으로도 무료 서비스를 이어가겠다. 사용자 1만 명이 예상되는 올해 말이나 2025년 초부터는 프리미엄 회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월 8.99달러를 내는 유료 회원제인데, 광고가 없고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각 세션이 시작되기 전 광고가 나오는 구글 애드센스도 도입한다. 게임 메신저로 시작한 디스코드(Discord)가 현재는 수십조원 가치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메신저에서 커뮤니티로 진화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투자 성과는 어떤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와 한일 연합 펀드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현재 시리즈A를 위한 IR 활동에 나섰으며 45억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 글로벌 유일의 영어회화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로 밀고 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영어공부를 하려는 수요가 20억 명에 달한다. 엄청난 시장이고, 우리에겐 기회다.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착안하게 됐나.

고교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출신인데, 에피소든까지 5개 회사를 세우고, 그중 2개는 엑시트에도 성공했다. 초기 창업부터 함께한 동료들도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들이고 모두 ‘문돌이’들이다. 문과생들이 만든 IT 플랫폼으로 성공하는 것도 멋진 일아닐까. 동료들과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웹 RTC 기술을 가진 개발사를 알게 됐다. 웹브라우저상에서 오디오, 비디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면 화상으로 여러 명을 이어주는 기술이다. 사람들을 묶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이 뭘까 고민하다가 영어회화를 떠올렸다. 문돌이들이 잘하는 게 결국 커뮤니케이션 아닌가.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전공자가 요즘 대세인 걸 생각하면 재미있는 조합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대화를 나누고 커뮤니티를 꾸리는 걸 좋아했다. 서울대 스피치 동아리인 다담의 창립자가 바로 나다. 현재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보드진 상당수가 다담 출신이다. 개발팀의 경우 네이버와 삼성전자에서 오래 활약한 김광섭 CTO를 비롯해 전문 개발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전 세계를 커버하기 위해 외국인 호스트 조직도 거점 국가마다 갖춰 놓았다. 사실 영어공부를 죽어라 하려면 일대일 과외를 받는 게 최고일 거다. 이와는 달리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에피소든의 정체성이다.

디스코드 예시가 흥미롭다. 회사의 성장을 어디까지 예상하나.

올 3월 들어서도 전월 대비 35% 성장했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 내년 초 유료 모델 도입, 2026년 참가 수 1300만 회 돌파, 2028년에는 IPO를 추진하겠다. ‘살아가면서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게 하는 서비스’라는 의미에서 서비스명을 에피소든이라 지었다. 우리도 우리만의 성장 에피소드를 써 내려가겠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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