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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만(베셀 대표)의 통 큰 도전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럭셔리 수입차 한 대 값이면 경비행기 구입이 가능하다. 지난 8월 말 초도비행에 성공한 베셀의 경량항공기 ‘KLA-100’ 이야기다. 서기만 베셀 대표는 내년 양산을 통해 중국 시장과 국내 관광 비즈니스에 도전한다.

▎베셀의 경량항공기 ‘ KLA-100’ 항속거리는 1400㎞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우한, 일본의 도쿄와 오키나와까지 날 수 있다. 서기만 대표는 “한·중·일을 경비행기로 넘나드는 시대가 올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20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고흥항공센터 활주로에 2인승 경량항공기 ‘KLA-100’이 무사히 착륙하자 200여 명의 손님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경량항공기 초도비행식 현장. 베셀이 개발한 ‘KLA-100’은 이날 안정적인 비행과 이착륙을 선보였다. 중국과 일본에서 방문한 바이어들의 축하와 질문이 쏟아졌고, 서기만(53) 베셀 대표의 얼굴엔 뿌듯한 미소가 가득했다. 한국의 경비행기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8월 말 경기도 수원 베셀 본사에서 만난 서 대표는 “경량항공기 KLA-100은 세계시장 진출에 목표를 두고 스타일리시한 외형과 기체 경량화, 첨단 비행조종 디지털 계기를 갖추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투자 시장인 중국에서 인라인 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인 베셀은 경량항공기 신규 사업에 도전한 지 8년 만에 초도비행을 선보였다. 서 대표는 “5년 후 아시아 지역에선 항공기를 직접 소유하는 사람이 늘 것이고, 멤버십 등을 통해 비행을 즐기는 비즈니스도 활발할 것”이라며 “1억5000만원이라는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연간 100대 생산이 목표”라고 말했다.

베셀의 경량항공기 KLA-100은 최고 속도 245㎞/h에 최대 운용고도 4267m(1만 4000피트), 항속거리가 1400㎞에 이른다. 항속거리로 보면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우한, 일본의 도쿄와 오키나와까지 날 수 있다. 연료통에 고급 휘발유 130ℓ를 가득채우면 한 번에 6시간 이상 운항이 가능하다. 최대 이륙중량은 600㎏으로, 카본 소재의 첨단 탄소복합재료를 사용해 기체 경량화를 실현했다. 연료 소모량이 적고 속도 경쟁에 있어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첨단 항법장치에 2·3중 안전장치 구축


특히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진행해야 할 방향과 거리, 예상 시간 등을 화면에 표시해주는 국산 첨단 항법시스템이 돋보인다. 서 대표는 “경쟁 경량항공기가 1억 8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KLA-100은 1억500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경량항공기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경량항공기의 취약점으로 지적받는 안정성도 2중, 3중으로 보강했다. 우선 날개를 크게 제작해 엔진이 꺼지더라도 글라이딩을 통해 서서히 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행기 자체에 낙하산을 장착해 추락 속도를 줄여 항공기는 다소 파손되더라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제작했다. 비행 시 문제가 생겨 강이나 바다에 불시착해도 카본 섬유 소재라 항공기가 물에 뜨게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충남 천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서 대표는 “KLA-100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지상·비행 인증을 받으면 협약에 의해 미국까지 동시 인증이 돼 북미지역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은 이에 해당 사항이 없어서 개발 초기 단계부터 독일 플라이트디자인(FD)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을 진행했다. 그는 “독일 FD사가 KLA-100의 제작 후 별도의 유럽인증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유럽 내 판권을 갖고 베셀은 로열티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독일에선 지난 3월 비행테스트를 진행해 합격점을 받았다.

2004년 설립된 베셀은 액정표시장치(LCD) 인라인 시스템(In-Line Syste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터치스크린패널(TSP)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중국에서 디스플레이 인라인 시스템 제조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라인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장비를 연결해 하나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서 대표가 경량항공기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13년 경항공기 국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다. 국토교통부, 스포츠급경항공기 개발 연구단 등이 베셀과 함께 경량항공기 개발과 체계종합, 인증 등에 참여했으며 279억 원(정부 213억원, 민간 66억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자됐다.

처음 서 대표가 비행기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업계에선 LCD·OLED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잘 나가는 장비업체의 엉뚱한 도전으로 평가했다. 서 대표는 “사업이 번창할 때 다음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며 “경량항공기는 향후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수출 품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주 시장은 자가용 비행기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유럽은 마니아층이 견고해 인터넷에서도 거래가 이뤄지고, 미국에선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에도 머지않아 그런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 목표는 중국 시장 진출이다. 세계 경비행기 시장은 2010년 2조원대 규모에서 올해 3조원대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서 대표는 “자산 컨설팅업체인 중국 후룬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억만장자는 6만3500명으로, 이들의 12.5%가 자가용 비행기를 구매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조사됐다”며 “중국에서 운항 중인 경량 항공기 대부분이 수입산으로, KLA-100은 경쟁 항공기에 비해 가격과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마침 분위기도 좋다. 지난해 6월 중국 민항국이 각 성(省)에 공항 인프라 구축을 권고하고 나서 경비행기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우리는 이미 중국법인을 통한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진출이 수월할 것”이라며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중국 현지에서 조립·판매하고, 디스플레이 CS센터 직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AS 체계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항공 엑스포나 에어쇼에도 적극 참가할 계획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도 타깃이다. 서 대표는 “일본은 아직 경량항공기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서 KLA-100 진출 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섬이 많은 동남아 국가들에서 이동 시간이 긴 선박 대신 경량항공기를 통한 이동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KLA-100 모델은 착륙 바퀴가 달린 랜딩기어에 별도의 부품을 장착하면 물 위에도 착륙이 가능하다.

숙제는 국내 수요 활성화를 통해 양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량항공기는 2010년 43대에서 2017년 220대 정도로 늘었다. 자체 개발 경량항공기가 없어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 서 대표는 “마니아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 노후한 기종뿐이라 교체 수요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자체 중량 115㎏ 이상, 600㎏ 이하의 2인승 경량항공기는 17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조종사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항공산업 ‘양 날개’ 구축


▎‘KAL-100’은 초도비행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제작돼야만 선보일 수 있는 8자 비행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조종실 비행계기와 바퀴다리 등 주요 부품의 80%가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서 대표는 “항공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LA-100 개발은 항공기 한 대 만든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내년에 50대를 팔아봐야 100억원 수준으로, 당장 떼돈을 버는 사업도 아니다”며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 등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공항·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해양레저와 연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 지역에 경량항공기 활주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경기도와 협의 중”이라며 “활주로가 마련돼야 이를 기반으로 양산시스템이 구축된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경비행기 개발과 함께 조종사 양성교육·항공정비(MRO)·부품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별도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비행 기술을 활용한 드론산업, 무인항공 산업으로의 확장이다.

이를 위해선 디스플레이 등 기존 장비 산업을 통한 ‘실탄’ 마련이 최우선이다. 다행히 베셀은 올해 상반기 38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 대비 100% 늘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59억원을 넘겨 이미 평년치에 육박하고 있다. 서 대표는 “지난해는 중국 시장 부진으로 실적이 위축됐지만 올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계약하는 등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회복됐다”며 “중국 시장의 OLED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실적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정부가 FPD(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점도 베셀엔 호재다.

서 대표는 “2020년 경비행기 100대 양산체제가 갖춰지면 연간 150억~2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행하게 된다. 그동안 LCD·OLED 장치산업 특성상 수주 비수기에 실적 변동성이 높았는데 B2C 사업 추가로 매출 증가와 실적 안정성의 양 날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이름 ‘베셀(vessel, 대형선박)’처럼 디스플레이와 경량항공기를 앞세워 동료들과 함께 5대양, 6대주를 누비겠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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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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