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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단 가치 평가 

1위 두산보다 눈에 띄는 롯데·KIA의 부활 

조득진 chodj21@joongang.co.kr
프로야구가 관중 수 840만 명을 돌파하며 입장료 수입 9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에 두산이 3년 연속 1위에 오른 가운데, 롯데와 KIA의 부활이 눈에 띈다. 연고지 인구를 반영한 시장 가치에서만 서울 연고의 두산에게 밀렸을 뿐 성적·관중수·입장료수입 등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야구 명가' 재건에 나섰다.
올해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에서야 팀 순위가 확정될 정도로 하반기 내내 팬들을 긴장케 했다. 막판까지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쳤고,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벌인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의 안개 속 혈전도 흥미로웠다. 역대 정규시즌 우승팀이 마지막 날 결정된 것은 현대유니콘스가 우승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1~4위가 모두 시즌 최종일에 정해진 것은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최초의 일이다.


흥행 요소가 충분했던 만큼 프로야구 관중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833만 명을 동원해 처음으로 800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84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지난해 1만1561명에서 올해 1만1668명으로 늘었다. 프로야구는 2015년부터 3년 연속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팬이 몰리자 입장료 수입도 지난해 870억원에서 올해 898억원으로 늘어 900억원 시대를 예고했다. 구장 내에서 먹고 쓰는 비용은 이보다 규모가 크다. 치열한 순위 경쟁과 함께 각 구단이 야구장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 요소로 꾸미고 있는 것도 관중 증가의 요인이다.

포브스코리아가 시장·경기장·스포츠 가치를 종합해 2017년 프로야구단의 구단 가치를 평가한 결과 두산이 1위에 올랐다. 2015년 LG와 공동 1위, 2016년 단독 1위에 이어 3년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두산은 시장 가치와 입장료 수입, 시즌 성적과 관중 동원 등에서 2위에 오르는 등 평가 기준 전 분야에서 높은 가치를 나타냈다. 구단 가치 총액은 1822억원으로 2016년보다 200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 등 성적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면서 1위 수성을 가능케 했다.

가치 평가에서 두산 좇는 ‘엘롯기’


▎프로야구 FA 시장에 ‘100억 시대’를 열며 삼성에서 이적한 KIA의 최형우는 4번 타자로서의 역활을 충실히 수행했다.
2위는 지난해에 이어 LG가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7억원이었던 선두 두산과의 구단 가치 차이는 올해 46억원으로 벌어졌다. 10개 구단 중 최다 관중 동원(약 113만5000명), 입장료 수익 1위(약 134억원)를 기록했지만 올해 시즌 성적이 6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 구단 가치 평가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롯데자이언츠와 KIA 등 ‘야구 명가’의 부활이다. 2012년 가치 평가 1위에 오른 후 좀처럼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롯데는 올해 3위에 올라섰고, 최근 몇 년 새 7~8위를 맴돌던 KIA는 4위로 급상승했다. 두 팀의 가치 상승 원동력은 좋은 시즌 성적과 그로 인한 관중 동원 등 ‘선순환 효과’ 덕분이다. KIA는 8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승률 0.458로 8위에 머물렀던 롯데는 올해 0.563으로 3위에 올랐다.


▎KIA는 메이저리그 행을 타진하는 양현종과 계약을 1년 연장했다. 그는 올해 20승을 올리며 강력한 MVP후보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성적 면에선 ‘엘롯기’ 동맹이 깨졌지만 구단 가치 평가에선 새로운 ‘엘롯기’ 동맹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엘롯기 동맹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번갈아 꼴찌를 했던 LG, 롯데, KIA의 첫 글자를 모아 비아냥거림을 좀 섞어 부른 말이다. 하지만 2009년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엘롯기 동맹은 해체했다. 그러나 올해 구단 가치를 보면 새로운 엘롯기 동맹이 나타났다. 3년째 1위인 두산을 두고 세 구단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대신 지난해 나란히 3·4·5위를 기록했던 넥센히어로즈·삼성라이온즈·SK는 각각 5·6·7위로 두 계단씩 내려앉았다. 2008년 출범 후 하위권에 머물다 지난해 3위로 뛰어올랐던 넥센은 올해 5위를 기록했다. 시즌 성적이 지난해 3위에서 올해 7위로 떨어지면서 홈구장을 찾는 관중이 10만 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은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5년 동안 5-6-6-6-4를 기록하더니 올해 역시 6위로 나타났다. SK는 2015년 3위, 지난해 5위에 이어 올해는 7위까지 추락했다.

9구단 NC다이노스와 10구단 KT위즈의 꼴지 탈출 경쟁도 치열하다. 구단 가치 평가 연속 2년 꼴찌를 기록했던 NC는 올해엔 KT를 밀어냈다. 그러나 가치 평가액 차이는 7억원에 불과하다.

두 꼴찌 구단을 보면 연고지 인구를 기반으로 한 시장 가치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올해 시즌 성적 4위로 4년 연속 가을 야구에 직행한 NC는 성적에서만큼은 더 이상 후발 구단이 아니지만 연고지인 경남 창원시 인구가 105만 명에 불과해 시장 가치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창원시의 시장 가치는 122억원으로, 롯데(402억원)의 30% 수준이다. 롯데 팬들이 대다수인 경남에서 ‘팬 몰이’에 성공하고 있지만 경남 남부라는 지리적 조건과 1만1000석에 불과한 홈구장(마산구장)도 약점으로 꼽힌다.

성적이 경기장·스포츠 가치 상승 추동


프로야구단 가치 평가는 크게 시장·경기장·스포츠 가치를 기준으로 하고, 다시 스포츠 가치를 연봉·중계·성적으로 나누어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가치를 제외하면 결국 정규시즌 성적이 나머지 가치를 추동하고 있다. 성적은 경기장에 관중을 불러들이고 이는 입장료 수입과 직결된다. 또한 팬들의 관심이 큰 경기이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의 중계가 뒤따른다. 구단 가치 연속 3년 1위의 두산과 올해 크게 오른 롯데·KIA가 대표적이다. 관중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대비 KIA가 32%, 롯데가 22% 상승을 나타냈다.

사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2년 이후 시즌 성적이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부임 이후 줄곧 ‘동행 정신’을 강조해 온 김기태 감독의 ‘팀 빌딩’ 효과가 나타났다. FA 최형우 영입, 김선빈과 안치홍의 풀타임 복귀도 호재로 작용했다. KIA는 4월 12일 1위에 올라선 후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특히 6월 27일 광주 삼성전부터 7월 5일 인천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1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 등 KBO리그 역사를 바꿨다. 헥터노에시, 양현종, 팻딘에 사이드암 임기영이 4선발로 자리매김하면서 투타 밸런스를 맞췄다.


무섭게 승수를 쌓아가자 KIA의 홈구장인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다. KIA의 연고지 광주는 인구가 150만 명 정도다. 10개 구단 중 시장 가치로 보면 8위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챔피언스필드 구장을 찾은 관중은 102만5000명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25만 명 가량이 늘면서 구단 첫 1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광주 사람 셋 중에 둘은 구장을 찾아 ‘직관(직접관람)’한 셈이다. KIA의 입장료 수입은 지난해 78억원에서 올해 103억원으로, 중계 가치는 153억원에서 258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KIA는 홈뿐 아니라 원정 경기에서도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정규시즌 720경기를 모두 분석한 결과 1만 5000명 이상 관중을 동원한 경기는 모두 190번. KIA는 홈에서 31번, 원정에서 41번 등 72번이나 포함되어 있다. LG와 두산, 롯데가 각각 58·55·53번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가치 평가 1~4위 구단이다.

롯데는 연고지 덕에 가치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구단이다. 통계청 기준 2017년 부산 인구는 344만 명으로, 10개 구단 중 시장 가치가 가장 높다. 서울 인구가 980만명으로 가장 많지만 서울에 연고를 둔 두산·LG·넥센 등 3개의 구단으로 나누면 시장 가치는 326만명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롯데의 관중 동원력은 기대 이하였다. 3년 연속 8위에 머물렀던 저조한 성적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성적이 오르자 부산 사직구장엔 모두 103만8000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다. 지난해 85만 3000명에서 2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2년 이후 5년 만에 100만 관중을 회복했다. 덩달아 입장료 수입은 지난해 57억7000만원에서 올해 110억3000만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 85만1000명에서 올해 70만5000명으로 관중 수가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즌 성적 9위에 머무르며 홈 팬들의 실망을 자아낸 결과다. 입장료 수입은 25억원 가까이 날아갔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 7위로 추락한 넥센 역시 관중 수가 크게 줄면서 입장료 수입이 2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성적의 선순환 효과’는 지난 5월 스포츠경향이 10개 구단 프런트 10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각 구단 프런트는 구단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첫 번째 조건으로 성적(60명)을 지목했다. 흥행 및 구단 인기가 28명, 구단 수익이 12명이었다. ‘팀 성적’이 선행되면 다른 부문도 따라온다고 본 것이다.

투자 있는 곳에 실적이 나왔다


좋은 성적은 결국 각 구단의 투자에서 비롯된다. 거액을 들여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반드시 필요한 선수는 추가 돈을 들여 꽉 잡는다. KBO리그의 실질적인 연봉인 구단별 연봉 상위 27명(외국인 선수 제외)의 평균 연봉은 올해 2억3987만원으로 조사됐다. 처음 2억 원을 넘어선 지난해(2억1620만원)보다 10.9% 높아졌다. 한화가 3억4159만원으로 가장 높고, 뒤이어 KIA 3억1837만원, 롯데 3억707만원 등 세 구단이 3억원 이상의 평균 연봉을 기록했다. 올해 시즌 1위인 KIA의 선수(외국인 선수 포함) 연봉 총액은 139억원으로, 성적 10위 KT의 62억원에 배가 넘는다.

KIA는 비시즌인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한 투자로 전력 보강에 나서며 가장 큰 폭의 평균 연봉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 효과는 쏠쏠했다.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하면서 삼성에서 끌어온 최형우는 FA 시장에 ‘100억 시대’를 열었다. 연봉이 7억원에서 무려 8억원이나 더 오른 최형우는 타율 0.342, 홈런 26, 타점 120을 기록하며 4번 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며 연봉 22억5000만원에 계약을 1년 연장한 투수 양현종 역시 올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MVP 후보에 올랐다. KIA가 연봉 36억원을 쏟아 부으며 잡은 외국인 선수 헥터 노에시, 팻딘, 로저 버나디나 등도 몸값 이상을 해냈다는 평가다.

롯데가 지난겨울 4년 총액 150억원의 초대형 연봉(계약금 포함)을 들여 6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시킨 이대호 역시 타율 0.320, 홈런 34, 타점 111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주장을 맡아 팀의 구심점을 잡는 역할도 했다. 그 결과 롯데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잔치 무대를 밟았다.

※ 어떻게 평가했나

미국 포브스는 시장·경기장·스포츠·브랜드 네 가지 기준으로 매년 프로야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2005년부터 가치 평가를 시작한 포브스코리아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을 도입했다. 시장 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환산한 금액이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지급한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토대로 각 구단의 연고지 인구에 비례해 산출했다. 연고지가 같은 서울의 3개 팀은 인구를 3등분 했다. 경기장 가치는 올해 입장료 수입으로 향후 10년 동안 수입을 예상해 현재 가치로 환산했다. 스포츠 가치는 구단이 경기를 하면서 창출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연봉 총액과 방송 노출효과, 경기 성적이 포함된다. 경기 성적에 따른 가치는 전년도 승률, 올해 승률, 역대 정규시즌 우승횟수로 평가했다. 국내의 경우 브랜드 가치는 구단 가치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적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들여 3년 전부터 평가에서 제외했다.

- 조득진 chodj21@joongang.co.kr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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