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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리지웨이(Rick Ridgeway) 파타고니아 사회공헌 부사장 

“Higg Index, 제품 구매에 결정적 영향 끼칠 것”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미국인 최초로 무산소 K2 등정에 성공한 등산가이자 환경운동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지구의 아들’이란 별칭을 가진 릭 리지웨이. 파타고니아 사회공헌 부사장. 그가 제1회 울주산악문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2009년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이하 SAC)를 설립했다. SAC는 나이키·유니클로·자라 등이 속한 세계 최대 의류·신발 연합회로 성장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제공
단순한 기업활동을 넘어 SAC란 연합을 주도한 이유가 궁금하다.

기업은 기업활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영향력을 정확히 알 수 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원료 단계부터 제품이 소멸, 재활용 될 때까지 전 과정을 환경적·사회적 측면에서 측정해 왔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가 공통의 측정 기준을 사용한다면 서로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위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비용도 1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기준을 만드는 일은 파타고니아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2009년 우연히 월마트에 우리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월마트가 우리 생각에 동의했고 당시 매출 4300억 달러(485조원)의 세계 최대 기업인 월마트와 손잡고 연합을 설립하고 지표를 개발했다. 이후 2012년 6월 ‘Higg Index’를 선보였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짧은 단어인 ‘Higg’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짧은 단어라 사용하게 됐다.

현재 SAC는 500개가 넘는 브랜드가 포함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신발 연합이다. 기업뿐 아니라 NGO, 여러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의류와 신발의 50%를 SAC에 속한 브랜드에서 제작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나이키·유니클로·자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 모든 브랜드가 하나의 단일화된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 활동의 환경, 사회적 영향 정확히 알아야


▎1. 파타고니아는 제품뿐 아니라 매장을 만들 때도 repair, reuse, recycle, reduce를 고집한다. / 2.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원료의 수급단계부터 사회·환경적 요소를 고려한다.
Higg Index는 기업과 소비자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소개해 달라.

기업과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의 지표를 보면 친환경적인 부분, 사회적으론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부분, 상품이 소멸될 때까지의 제품 관리는 잘하고 있다. 하지만 포장과 배송에서는 비교적 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SAC는 앞으로 18개월 내에 지금까지 입력된 데이터 수치를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0년에는 소비자들에게 SAC에 속한 모든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지표를 공개할 것이다. 그들이 구매하는 제품의 택 등을 통해서. 그때가 되면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도 Higg Index를 보고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점수가 낮은 회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북미·유럽 등에선 자산 관리사나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 경영을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진행한다.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갖춘 회사들이 투자 회수나 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NGO에서도 사회·환경적 점수가 낮은 곳에는 개선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SAC는 매년 결과를 공개할 것이다. 단순히 의류·신발 업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뷰티·전자 업계 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200년 전 잉글랜드 등 유럽에서 섬유업계가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SAC는 지속 가능한 혁명으로 의류 산업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유럽 진출할 한국 기업은 Higg Index 준비해야

Higg Index 중에 흥미로운 지표가 있는지?

지수는 1~100까지다. 의도적으로 100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Higg Index가 상품에 표기돼 파타고니아 제품이 82정도 받았다면 이는 꽤 높은 점수인 셈이다. 스마트폰을 Higg Index태그에 갖다 대면 원단이 만들어진 공장도 볼 수 있고 제작 과정에 미친 환경적 영향도 확인할 수 있다. 재료는 어떤 것이 사용 됐는지, 화학 염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물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송은 어떻게 되는지, 근로자들의 복지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재활용·재사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은 데이터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확립 되고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면 아마 Higg Index 숫자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Higg Index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어떤가?

한국 기업들의 준비 상황에 대해 자세힌 알지 못한다. 다만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지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EU는 무조건 Higg Index를 가져야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에서는 의류와 전자제품 제작 공장은 환경적 영향에 대한 평가 후 중앙 시스템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중국은 이미 이러한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해 시민들이 살고 있는 주변 공장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선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SAC에 보내 Higg Index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도 환경적·사회적 정의에 관한 이슈들이 자발적 신고가 아닌 의무적으로 반드시 해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SAC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경영이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 준다고 이야기해왔다. 과도한 마케팅에 의한 소비문화 확산은 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를 언론에 알리는 것 역시 마케팅 아닌가? (이 자켓을 사지 말라고 타임지에 게재한 것 역시 ‘영리한 광고’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파타고니아의 원웨어 프로그램은 고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제품을 최대한 지속 가능할 때까지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그래서 4가지 R로 책임 있는 소비를 권장하고 있으며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는 Repair, 고쳐서 입기다. 고객들에게 제품이 고장 나면 고쳐서 입도록 한다. 고쳐 입기가 편하도록 제품을 설계하고 있고,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는 Reuse, 재사용이다. 만약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판매해라. 이 제품의 주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세 번째는 Recycle, 재활용이다. 만약 제품이 더 이상 고칠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재활용하라.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러한 제품들을 직접 재활용하고 있다. 네 번째는 Reduce, 절약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파타고니아를 연구한 일부 경제학자에 따르면 파타고니아의 환경 친화적 활동들을 다 합치더라도 지구상에서 소비되는 총량을 감당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재사용 가능한 에너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나가야겠지만 이러한 노력은 새롭게 발생하는 소비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절약이 무엇보다도 무척 중요하다. 이것이 Don’t buy this Jacket을 실은 이유다. 사람들에게 헤드라인으로 충격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본문을 읽을 수 있도록. 왜냐하면 그 재킷을 만드는데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여전히 재킷을 만드는 데는 200L가량의 물이 소비되고 20파운드 이상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옷을 입지 않고 살 수 는 없다. ‘절대 사지 마라’가 아닌 ‘이 옷이 꼭 필요한가?’ 자문하고 꼭 사야 한다면 오래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옷을 입자는 것이다. 이것이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 중 하나다. 제품을 만들 때 튼튼한 제품을 만들고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입자다. 책임감 있는 소비자로 살고 싶은 사람들은 파타고니아의 제품 철학을 받아들이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되기도 한다.

2015년에 있었던 카약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자연은 보호하고 누려야 하지만 때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고 이후 자연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었나?

인생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이 2번 있었다. 한 번은 1980년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와 함께 중국 등반 중 눈사태를 만났던 것이다. 그 후로 2년간 등반을 하지 않았다. 이때가 산악인에서 환경운동가로 변모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두 번째가 2년 전, 가까운 친구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를 잃은 카약사고다. 카약이 뒤집혔고 차가운 물속에서 구조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 또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세찬 바람 때문에 톰킨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다. 나 역시 구조될 거란 생각을 못했고 죽음을 각오했다. 지금도 그날의 맑고 아름다웠던 하늘과 산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자 기억이구나’란 생각을 하니 매우 기뻤다. 난 매일 그 사고를 생각한다. 매 순간 주변의 사람·사물·자연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이 카약사고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얻었던 가장 큰 교훈이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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